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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9574983 |
|---|---|
| 쪽수 | 288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종교 >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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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뭣고 40년 수행 보고서』는 수행의 체험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기록이라기보다, 한국 선의 맥을 다시 세우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들은 왜곡된 일본풍 선과 서구적 해석에 가려진 한국 선의 진면목을 되찾고자 한다고 밝힌다. 그 뜻을 풀어가는 방식도 분명하다. 『선문염송』 1,400여 칙의 정수를 바탕으로 108개의 가사를 엮고, 그 가사들을 따라가며 선을 사유의 구조, 인식의 과정, 수행의 단계로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 저자들이 선을 ‘사유의 메커니즘’이라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선은 고요한 정서나 심리적 위안의 이름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 능력을 끝까지 밀고 가는 실천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차례를 따라가면 이 책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본문은 ‘화두타파’에서 시작해 ‘밥값삼관’, ‘병 속에 거위’, ‘공안과 화두’, ‘반가사유상’, ‘한국 선 메커니즘’, ‘선은 사유의 메커니즘’, ‘삼전십이륜 붓다의 수행법’, ‘구차제정’, ‘이뭣고 10계단송’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논지를 여러 가사와 공안, 수행 단계 위에 겹쳐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고봉삼관, 도솔삼관, 황룡삼관, 십우도, 조주선사 십이시가, 동안상찰선사 십현담, 이뭣고 10계단송까지 이어 붙여 놓은 구성은, 이 책이 단순한 가사집이 아니라 수행의 구조를 단계적으로 드러내려는 책임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가사 형식을 빌리지만, 그 안에서 계속 공안의 뜻을 묻고, 용어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수행의 계단을 반복해서 확인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한국 선의 정통성과 수행의 단계에 대한 강조다. 본문 곳곳에서 저자들은 일본풍 · 서양풍 해석과 한국 선의 차이를 반복해서 짚고, ‘있는 이대로’나 ‘지금 이 순간’ 같은 개념을 수행의 종착점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거리를 둔다. 대신 십우도, 구차제정, 삼구와 사구백비, 삼전십이륜, 화두십단계 같은 표현을 계속 호출하면서 수행에는 분명한 길과 계단이 있으며, 그 길은 사유와 분별, 자각과 각성, 법거량과 실참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뭣고’는 단순한 화두가 아니라, 사유를 끝까지 밀어 올리는 질문의 형식으로 작동한다. ‘병 속에 거위’, ‘조주무자’, ‘목전무법’, ‘밥값삼관’ 같은 제목들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도, 수행을 한순간의 직관으로 다루지 않고 질문과 점검의 연속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형식면에서도 이 책은 독특하다. 짧은 가사와 반복, 후렴처럼 되돌아오는 어구, 선문답의 압축된 문장이 한데 엮여 있어서 읽는 일과 염송하는 일이 서로 멀지 않다. 여기에 QR코드를 통해 108염송을 들을 수 있게 한 점은 책의 형식을 한층 넓혀준다. 활자에 머무르지 않고 소리로도 접할 수 있게 한 구성은, 선문과 가사를 귀로 익히고 반복해 새기려는 독자에게 직접적인 통로가 된다. 저자들이 AI 음악 활용 사실을 밝히고, 음질과 음성의 한계까지 함께 적어둔 대목에서는 이 책을 하나의 텍스트에만 가두지 않고 현재의 매체 환경까지 활용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수행과 가사, 염송과 청취가 한 권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수행을 개인적 체험담으로 좁히지 않고 사상적 좌표 위에 두려 한다는 점이다. 본문에는 ‘한국 선과 일본 선의 차이’, ‘한국 선 메커니즘’, ‘그동안 밝힌 수행성과’, ‘집단지성을 향해’, ‘엘리트 빌런’, ‘연기무아공이 지옥의 원인’ 같은 제목들이 함께 놓여 있다. 수행의 언어와 시대 비판의 언어, 사상 정리의 언어가 같은 책 안에 공존한다는 뜻이다. 이런 구성은 독자에게 이 책을 단순한 종교 서적으로 읽기보다, 한국 선의 해석권과 수행의 방향을 둘러싼 하나의 주장으로 읽게 한다. 수행은 개인의 평안을 넘어서 인간의 길, 집단지성, 정신문화의 복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만큼 이 책은 독자의 자리도 분명하게 가른다. 조용한 명상 입문서를 찾는 독자보다, 한국 선의 전통과 수행 체계를 자신의 머리로 붙들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간다. 선문염송과 공안, 십우도와 삼관, 조주십이시가와 십현담을 한 흐름 안에서 만나고 싶은 독자, 수행을 사유와 인식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독자, 현대의 언어와 전통 수행의 언어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은 분명한 자료가 된다. 108개의 가사만으로 끝나지 않고, 뒤이어 삼관 · 십우도 · 십현담 · 이뭣고 10계단송까지 배치한 구성은, 읽는 사람이 한 번 훑고 지나가도록 두지 않고 계속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 반복 속에서 저자들이 붙들고자 한 질문도 더 또렷해진다. 한국 선은 무엇이며, 수행은 무엇을 겨냥해야 하며, ‘이뭣고’라는 화두는 어디까지 사람의 사유를 밀고 가는가 하는 질문이다.
결국 『이뭣고 40년 수행 보고서』는 한 권의 수행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국 선의 해석과 전승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을 집요하게 밀고 가는 책이다. 저자들은 한국 구산선문의 맥, 선문염송의 독해, 공안과 화두의 점검, 수행의 단계, 그리고 108염송의 형식을 한데 모아 자신들이 도달한 수행 이해를 펼쳐 보인다. 책의 표면은 가사집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행 체계와 사상적 방향을 세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이에게 단순한 감흥보다 질문을 남긴다. 내가 알고 있는 선은 어디에서 왔는가, 수행의 길은 어떤 단계와 점검 속에서 드러나는가, 한국 선의 언어는 오늘 어떻게 다시 읽힐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은 그 물음들을 한 권 안에 묶어, 노래하고 염송하고 다시 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