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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9575041 |
|---|---|
| 쪽수 | 244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한국역사/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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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곽주 작가의 《충청북도 문화유산 이야기》는 《강원도 문화유산 이야기》에서 이어진 두 번째 걸음이다.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도 문화유산이 먼저 있고, 그 곁에 아빠와 딸의 대화가 놓여 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딸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늘 부족했다고 적는다. 그 아쉬움 속에서 시작한 주말 답사 여행이 오래 이어졌고, 현장에서 주고받은 말들이 쌓여 이 책이 되었다. 그러니 이 책은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을 따라가는 답사기이면서, 한 아버지가 딸과 관계를 만들어 간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설명을 앞세우기보다 현장의 흐름을 따라간다.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 앞에서는 당간이 무엇인지 묻는 딸의 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국립청주박물관의 불비상 앞에서는 낯선 이름과 형식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법주사에 이르면 절의 내력과 전각의 구조, 사천왕상과 팔상전의 의미가 하나씩 이어지고, 충주 고구려비 앞에서는 오래된 비석이 품고 있는 삼국의 긴장이 오늘의 독자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방식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유산을 가까운 자리로 옮겨 놓는다. 질문은 가볍지만 답은 가볍지 않고, 설명은 충실하지만 글의 호흡은 무겁지 않다. 덕분에 학생도, 부모도, 일반 독자도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책에 실린 문화유산의 폭도 넓다. 법주사와 용화사처럼 불교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감곡성당처럼 근대의 시간을 품은 장소도 있고, 농다리처럼 생활의 지혜가 오래 남은 유산도 있다. 미륵대원지와 덕주사의 설화에서는 망국의 슬픔과 오누이의 정이 겹쳐 보이고, 청룡사지와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에서는 절터와 마애불에 스민 시대의 공기가 읽힌다. 청풍문화유산단지에 이르면 한 자리에 머물던 유산들이 다른 장소로 옮겨와 다시 시간을 이어가는 장면도 만나게 된다. 한 지역의 문화유산을 묶어 소개하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층위는 단순하지 않다. 오래된 불상과 탑, 절터와 비석, 성당과 서원이 충청북도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품고 나란히 놓인다. 독자는 그 길을 따라가며 한 지역의 문화가 어떻게 쌓여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살피게 된다.
이 책이 더 편하게 읽히는 이유는 문화유산을 박물관 유리장 안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유산 하나를 설명할 때에도 늘 그것이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용두사지 철당간을 두고 청주 시민들이 벌인 보전 운동을 이야기하고, 감곡성당에서는 명성황후의 피신처였던 자리가 성당으로 바뀌게 된 사연을 짚어준다. 농다리에서는 다리의 구조만이 아니라 그 다리를 둘러싼 전설과 생활의 기억을 함께 들려주고, 마송리 석장승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장승제까지 놓치지 않는다. 유산은 돌과 흙과 나무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과 말 속에서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그래서 독자는 문화유산을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한 지역을 오래 지켜 온 시간의 표정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으로 읽게 된다.
이 책에는 오래 답사를 다닌 사람이 가진 익숙함이 있지만, 그것이 독자를 앞질러 가는 법이 없다. 아는 것을 많이 보여주려 하기보다, 딸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온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있는 ‘자세히 알아보기’도 그런 태도 위에 놓여 있다. 당간과 당간지주, 석등의 구조와 유형, 팔상도, 다양한 부처와 보살처럼 현장에서 한 번 더 짚어 보면 좋은 내용을 따로 모아 두었는데, 본문에서 생긴 궁금증을 조금 더 또렷하게 정리해 준다. 본문은 걸어가듯 읽히고, ‘자세히 알아보기’는 잠시 멈추어 다시 살펴보게 한다. 이 리듬이 책을 단단하게 받쳐 준다. 답사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고, 집에서 미리 읽고 가기에도 알맞다.
작가는 지난 15년 넘는 세월 동안 딸과 주말마다 답사 여행을 다니며 문화유산에 대해 주고받은 대화들, 자연휴양림의 밤하늘 아래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자신의 소중한 국보와 보물이라고 적는다. 그 문장은 이 책 전체를 이해하게 한다. 문화유산은 이 책에서 먼 과거의 유물이기 전에, 지금 함께 걷고 바라보고 묻는 시간을 가능하게 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고 싶은 부모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우리 문화유산을 낯설지 않게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는 편안한 입문서가 되며, 전작에 이어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고 싶은 독자에게는 반가운 연속편이 된다. 충청북도의 문화유산을 한 권에 모아 보여주면서도, 그 유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오래 곁에 두고 다시 펼쳐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