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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71831791 |
|---|---|
| 쪽수 | 320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교양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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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자신을 고쳐 쓴 작가
괴테는 ‘완성된 거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완성된 사람으로 여긴 적이 없다. 스물셋에 쓰기 시작한 《파우스트》를 여든이 넘어서야 끝냈고, 그사이 작품을 거듭 고쳐 썼다. 평생 한 작품을 손에서 놓지 못한 것은 그가 삶을 하나의 긴 과정으로 보았음을 말해 준다. 그에게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조금씩 이전의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였다. 괴테의 말이 그 태도를 한 줄로 보여 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에게 방황은 멈추지 않는 사람이 치르는 몫이었다. 《파우스트》는 끝까지 추구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조금씩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인간은 어둠 속에서도 더 나은 길을 더듬어 가는 존재라는 것이 괴테가 평생 붙든 인간관이다.
이 인간관은 지금의 독자에게 그대로 가닿는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읽지만 그만큼 삶이 깊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문장은 읽는 순간 소비되어 곧 잊히는가 하면 어떤 문장은 마음속에 오래 남아 시시때때로 떠오른다. 한 생애로 검증된 괴테의 문장들이 지금 다시 읽을 값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년이 고른 100편
이 책의 100편에는 남다른 내력이 있다. 편역자 임재성은 청춘 시절 《파우스트》 앞에서 한번 좌절한 뒤, 2016년 무렵 괴테의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와닿는 문장만큼은 길어 올리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을 붙잡은 문장을 한 줄씩 노트에 옮겨 적었고, 약 10년에 걸쳐 쌓인 그 문장들을 다시 다듬어 100편으로 추렸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한 사람을 실제로 붙들었던 문장만 살아남아 있다. 괴테가 자신의 문장을 삶으로 검증했듯 편역자도 자신의 시간으로 이 문장들을 검증한 셈이다. 한 독자의 10년을 통과한 문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보통의 명언집과 다르다. 엄선한 100편은 다섯 개 장으로 짜여 있다. 흔들림에서 출발해 방황과 변화를 지나 사랑과 자기 완성에 이른다.
“숨이 막히는 순간도 은총이다”
“그 헤맴 또한 지나가야 할 길이다”
“움직여라,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으니”
“끝내 우리를 깊이 깨우치는 것은 사랑”
“그대는 삶의 목적이 분명한가”
독자는 이 같은 문장들로 한 사람이 흔들리고 방황하고 끝내 깊어지는 순서를 따라간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와닿는 문장을 찾게 될 것이다. 또한 열 문장마다 놓인 해설 에세이 10편을 통해 그 문장이 태어난 괴테의 시간도 읽을 수 있다.
읽고, 듣고, 쓰는 책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독서 방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있다. 한 문장을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낭독하고, 손으로 필사할 수 있다. 독자가 읽고 쓰기에 좋도록 디자인했다. 같은 문장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가닿는 깊이가 달라진다. 빠르게 훑은 문장은 빠르게 흘러가 버리지만 입과 손을 거친 문장은 오래 남는다.
낭독을 하면 눈으로만 읽을 때 놓치는 운율과 호흡을 느낄 수 있다. 필사는 한 문장 한 문장 그 뜻을 천천히 곱씹는 일이다. 전 문장에 실린 낭독 QR 코드로 전문 내레이터의 목소리까지 더했다. 읽고 듣고 쓰는 세 겹의 시간이 한 문장 안에서 완성된다.
이 책을 지나 오는 동안 독자는 괴테를 읽지만, 끝에서는 조금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 자기 자신을 만날 것이다. 괴테가 일러 주는 결론도 멀리 있지 않다. 좋은 것은 이미 이렇게 가까이에 있고,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을 위해 소리 내어 읽고, 다가올 시간을 위해 손으로 써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