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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7376695 |
|---|---|
| 쪽수 | 276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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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혐오하는 당신을 위한 명상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온 그의 섬세한 애티튜드를 느낄 수 있는 서문을 읽고 나면 총 3부로 구성된 산문이 독자를 반긴다. 1부는 작가가 견고하게 축적해온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넓고 깊은 식견을 가진 예술가의 사유가 특히 돋보이는 장이다. 그는 우리가 삶의 파고를 헤쳐나갈 때 어떤 시선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구태여 가르치듯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치열하게 통과해온, 그리고 여전히 살아내고 있는 삶의 궤적을 한 편의 시조를 읊듯 우아하고 담백한 어조로 들려줄 뿐이다. 이러한 낮고 나지막한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방향키를 오롯이 내가 쥐어야 한다는 용기와 대면하게 된다.
“삶이란 실 한 올이 풀어져도 맥없이 술술 풀려버리는, 아주 가는 실들로 촘촘히 짜인 스웨터 같다. 우리는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 늘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도 다는 믿지 말고, 적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서도 장점을 배워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57쪽)
2부는 앞선 성찰의 결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시선을 확장하여 좀 더 사회적인 현안들을 포착해낸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돈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를 버텨내야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단단한 태도 또한 필요한 법이다. 이 장에서는 캔버스 위에서 형상을 벼리듯 일상을 미시적으로 관찰해온 화가이자 활자 위에 시대를 기록해온 작가의 입체적인 시선이 유독 빛을 발한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중심을 잡으려는 지성인의 각성이 문장마다 깊게 배어 있다.
“무릇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다. 생각 없이 무조건 믿고 따르는 건 사이비 종교의 속성을 떠올리게 한다.”(151쪽)
3부의 이야기는 사회를 통과해 국경 너머로 확장된다. 세계 곳곳의 경계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적 자양분과 사람을 접해온 유연한 식견이 찬란하게 빛나는 지점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수려한 필치로 담아낸 문장들은 마치 한 편의 여행기를 읽는 듯 독자를 이국의 공간으로 단숨에 이동시킨다. 이야기의 대단원을 닫는 마지막 장답게, 작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좀 더 단단하게 채비하게 할 ‘사유의 힘’에 방점을 찍는다. 나와 전혀 다른 타자, 그리고 그들과 구별되는 단독자로서의 내가 이 거대한 세계에 부드럽게 녹아들 수 있는 힘은 결국 경험과 공감에서 나온다. 문화 예술이란 바로 그러한 타인의 서사를 간접적으로나마 가장 풍성하고 깊이 있게 체험하게 만드는 통로임을, 작가는 낯선 풍경을 통해 감각적으로 일깨워준다.
“오랜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바오바브나무의 구멍 안에 매장하기도 했다 한다. 매장 후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바오바브나무는 죽은 시신을 껴안고 녹여 제 한 몸으로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죽어서 바오바브나무가 된 사람들을 상상해본다.”(251쪽)
세상과 예술 안에서 건져올린 눈부신 박동
지친 우리의 내면을 깨울 가장 아름다운 텍스트
황주리의 글과 그림은 일상 구석구석을 관통하며 우리가 그간 무심히 건너뛰었던 삶의 온기를 복원해낸다. 캔버스를 넘어 텍스트로 확장된 그의 시선은 독자 개개인의 메마른 내면을 적시고, 시대를 살아가게 할 단단한 지성과 타인을 향한 공감의 자리를 마련한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귀찮은’ 허무 위에서, 이 책이 건네는 다정하고도 명징한 문장은 우리의 오늘을 버텨낼 가장 아름다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