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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9926769 |
|---|---|
| 쪽수 | 15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1932년, 안동에서 태어난 소년
아버지는 1932년 8월 10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셨다.
경북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었다.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산자락마다 오래된 마을이 자리 잡은 그곳은 퇴계 이황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고,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했다. 이상룡, 김동삼, 류인식.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독립운동가들이 안동 출신 이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도 강했고, 나라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도 깊었다.
아버지가 태어나신 그해는 일제강점기 한복판이었다. 조선의 이름은 지워지고, 사람들은 억눌린 삶을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안동의 아이들도 학교에서 일본말을 배워야 했고, 어른들은 묵묵히 땅을 일구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농사를 지어도 공출로 빼앗기고, 아들들 은 징용으로 끌려가고, 학교에서는 우리말을 쓸 수 없었다. 일본 순사가 마을을 돌아다녔고, 사람들은 그 발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낙동강은 여전히 흘렀다. 봄이면 논에 물이 들어찼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강가에서 뛰어놀았으며,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익었다. 겨울이면 낙동강이 얼어붙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가난했지만, 강이 있었고, 산이 있었고,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아버지가 자라셨다.
"거기서 내가 죽고 왔어야 했는데."
아버지는 술을 드시는 날이면 그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어린 딸은 그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그저 무섭고 이상한 아버지로만 생각했다.
아버지는 1950년 열여덟 살에 학도병으로 전선으로 나가셨다. 마을에서 열세 명의 청년이 함께 떠났다. 살아 돌아오신 분은 두 분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살아 돌아오심을 평생의 짐으로 안고 사셨다. 방에 누워 17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시면서도 해마다 여름이면 막걸리를 드시고 노래를 부르셨다. 전우야 잘 자라, 별이 지는 서쪽 하늘 밑에. 그리고 우셨다.
딸은 그 술잔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여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낙동강 방어선의 참호 속에서 별을 보던 열여덟 살이 있었다는 것을. 가슴 윗주머니에 할머니의 편지를 품고 싸웠다는 것을.
이 책은 아버지를 너무 늦게 이해한 딸이 쓴 늦은 사과다. 동시에 그 여름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이름들을 향한 조용한 추모다. 6·25 전쟁이 역사책 속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열여덟 살이었다는 것을. 그 열여덟 살이 평생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이 책은 그것을 기억한다.
살아 돌아오신 분이 있었다. 그분이 나의 아버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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