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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온 사람 - 딸이 쓴 6.25 학도병 아버지 자서전

  • 남창란
  • 피플북
  • 2026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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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99926769
쪽수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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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거기서 내가 죽고 왔어야 했는데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술을 드시는 날이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거기서 내가 죽고 왔어야 했는데." 어린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의 잔소리로만 들었다. 아버지는 6·25 전쟁이 터지던 그 여름,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나갔다. 어린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아, 아니 강제로 떠밀려 총을 들었다. 아버지가 자라신 마을에서만 열세 명의 청년이 함께 전선으로 향했다. 그러나 살아 돌아온 분은 몇 분 되지 않았고, 한 분은 발목을 잃은 채 돌아오셨다. 나머지는 그 여름 어딘가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산을 오르내리며 싸웠다.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살아남음이 아버지께는 평생의 짐이 되었다. 함께 뛰던 전우들, 함께 웃던 친구들을 그 땅에 두고 혼자 돌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아버지의 여름마다 되살아났다. 아버지 의 술잔은 그들을 향한 묵념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난 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5남매를 키웠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혹독하게 달리고 싸운 몸은 이미 성한 곳이 없었다. 허리를 다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그 짐은 오롯이 어머니의 어깨 위로 쌓였다. 아버지의 침묵과 아버지의 한숨,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그저 무거운 일상이었다. 이제야 안다. 6·25 전쟁을 들여다볼수록, 그것이 얼마나 참혹하고 거대한 전쟁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국군과 학도병, 그리고 먼 나라에서 달려온 수많은 외국 군인들이 함께 싸워 지켜낸 38선 이남의 이 땅에서,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아버지 덕분에,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그분들 덕분에. 미안하다. 그 외로움을 알아드리지 못해서, 그 그리움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이 책은 아버지께 드리는 늦은 사과이자, 그 여름에 두고 온 모든 분들을 향한 작은 추모다.

목차

[목 차]

프롤로그_ 거기서 내가 죽고 왔어야 했는데 6

 

1장. 낙동강이 굽이치는 마을

1932년, 안동에서 태어난 소년 14 아버지의 가족 16

소년 시절의 기억 19

믿음이 뿌리내린 소호리 교회 22 일제의 기독교 탄압 24

해방, 그리고 분단 26

 

2장. 그 여름, 총을 들었다 전쟁이 났다 30

안동을 떠나던 날 32

소년을 군인으로 만든 훈련소 35 낙동강의 길었던 여름 37 낙동강을 지킨 사람들 39 장사리의 아이들 40

전세가 뒤집히던 날 41 북진, 그리고 중국군 42 가장 추웠던 겨울 43

1·4 후퇴와 피란길의 사람들 45 총소리가 멈추던 날 47

어머니, 살아 돌아왔습니다 48

 

 

3장. 흙을 일구며 살았다 전쟁이 남긴 것들 52 아버지가 다치시던 날 54 방에서 보낸 세월 56 아버지의 술잔과 노래 59 다리를 주물러드리던 밤 62 소를 팔러 가던 새벽 65 어머니와 우리들 69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74 아버지의 마지막 풍경 76 이천 호국원 78

 

에필로그_ 아버지, 미안합니다 82

 

 

부록

1. 6·25 전쟁 연표 - 아버지가 살아내신 시간들 88

2. 학도병 이야기 - 2만 7천 명의 열일곱 살들 93

3. 낙동강 방어선 - 그 여름의 기록 96

4. 장사리 상륙작전 - 139명의 이름 99

5. 장진호 전투 - 가장 추웠던 겨울 103

6. 포항여중 학도병 - 열다섯 살의 방어선 107

7. 안동과 독립운동 - 아버지가 자란 땅 110

8. 6·25 전쟁과 유엔군 - 함께 싸운 나라들 113

9. 전쟁이 남긴 상처 - 생존자 죄책감에 대하여 115

10. 낙동강 방어선 - 52일의 기록 118

11. 피란민들의 이야기 120

12. 전쟁 이후 - 다시 일어선 나라 123

13. 6·25 전쟁의 숫자들 126

 

14. 호국원 이야기 - 나라가 마련해준 자리 128

15. 전쟁을 기억하는 방법 130

16. 6·25 전쟁 관련 추천 자료 133

17.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134

18. 아버지를 추억하는 사진들 136

 

출판사 서평

1932년, 안동에서 태어난 소년

아버지는 1932년 8월 10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셨다.

경북 안동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었다.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고, 산자락마다 오래된 마을이 자리 잡은 그곳은 퇴계 이황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고,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했다. 이상룡, 김동삼, 류인식.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독립운동가들이 안동 출신 이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도 강했고, 나라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도 깊었다.

아버지가 태어나신 그해는 일제강점기 한복판이었다. 조선의 이름은 지워지고, 사람들은 억눌린 삶을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안동의 아이들도 학교에서 일본말을 배워야 했고, 어른들은 묵묵히 땅을 일구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농사를 지어도 공출로 빼앗기고, 아들들 은 징용으로 끌려가고, 학교에서는 우리말을 쓸 수 없었다. 일본 순사가 마을을 돌아다녔고, 사람들은 그 발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낙동강은 여전히 흘렀다. 봄이면 논에 물이 들어찼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강가에서 뛰어놀았으며,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빨갛게 익었다. 겨울이면 낙동강이 얼어붙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가난했지만, 강이 있었고, 산이 있었고,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아버지가 자라셨다.

"거기서 내가 죽고 왔어야 했는데."

아버지는 술을 드시는 날이면 그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어린 딸은 그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그저 무섭고 이상한 아버지로만 생각했다.

아버지는 1950년 열여덟 살에 학도병으로 전선으로 나가셨다. 마을에서 열세 명의 청년이 함께 떠났다. 살아 돌아오신 분은 두 분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살아 돌아오심을 평생의 짐으로 안고 사셨다. 방에 누워 17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시면서도 해마다 여름이면 막걸리를 드시고 노래를 부르셨다. 전우야 잘 자라, 별이 지는 서쪽 하늘 밑에. 그리고 우셨다.

딸은 그 술잔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여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낙동강 방어선의 참호 속에서 별을 보던 열여덟 살이 있었다는 것을. 가슴 윗주머니에 할머니의 편지를 품고 싸웠다는 것을.

이 책은 아버지를 너무 늦게 이해한 딸이 쓴 늦은 사과다. 동시에 그 여름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이름들을 향한 조용한 추모다. 6·25 전쟁이 역사책 속 숫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열여덟 살이었다는 것을. 그 열여덟 살이 평생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이 책은 그것을 기억한다.

살아 돌아오신 분이 있었다. 그분이 나의 아버지이셨다.

저자 소개
저자 : 남창란

남창란은 6·25 전쟁 학도병으로 참전하신 아버지의 딸로, 아버지의 삶과 침묵 속에 담긴 전쟁의 상처와 그리움을 기억하는 작가입니 다. 이 책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버지와 그 시대를 살아낸 모든 이들을 향한 첫 번째 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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