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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 - 혼자의 시대 비비라는 가능성

  • 봄봄
  • 낮은산
  • 2026년 07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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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55251911
쪽수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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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전주의 한 아파트에는 혈연도, 가족도 아니지만 20여 년 함께 나이 들어 가는 비혼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각자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처음부터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뜻을 모은 건 아니었다. 비혼으로 살아가던 여성들이 하나둘 만나 밥을 먹고, 함께 공부하고, 여행을 떠나고, 서로의 삶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누군가는 일을 그만두고,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부모 돌봄을 겪고, 누군가는 병을 앓았다. 생애주기의 변곡점마다 관계도 달라졌고, 공동체도 함께 모습을 바꾸었다. 작은 소모임에서 공동체로, 다양한 활동과 소통의 장이 된 여성생활문화공간, 이웃으로 연결된 아파트 주민모임, 노년을 준비하는 사회적협동조합까지, 여러 모양의 커뮤니티를 가로지르며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비비)’의 첫 기록이다.

 

이 책은 비혼을 선언하거나 공동체를 예찬하지 않는다. 대신 비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생활이고, 어떤 관계를 만들며,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힘을 갖게 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저자에게 비비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목소리였고, 두려움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이 들어도 괜찮겠다는 안도를 준 삶의 선배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한 공동체의 성공담이라기보다, 비혼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떻게 지속 가능해지는지를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통해 보여 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전주에 가면 '비비'가 있다

 

1부 비혼을 선택하다

- 출발점이 달랐다

- ‘나는 비혼이야’라고 말하기까지

- ‘비혼’에게도 선배들이 있다

- 다양한 비혼의 연결

 

2부 서로 돌봄을 실천하다

- 우정과 돌봄의 공동체

- 서로의 ‘꼴’을 봐 주기까지

- 부분이면서 전체인

- 이웃으로 정착하여 생활공동체를 이루다

- 여성 1인가구 네트워크와 사회적 안전망

- ‘공간비비’의 출현

- 시간을 버는 삶을 얻다

- 공유의 기술이 공생의 기예로

- 경제공동체를 실험하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환대의 공간

- 셋이 이룬 가능성의 면적

- 돌봄의 시작, 자기 돌봄

- 돌봄은 생존 기술

- 질병의 시간

- 부모 돌봄을 마주하다

 

3부 공동체로 살아가다

- 신념보다 신뢰

-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

- 공평보다 평평

- 갈등을 통과하기

- 우리는 ‘비비’입니다

 

4부 노년의 삶을 준비하다

- 해외 여성노인 주거공동체를 탐방하다

- 파리 ‘바바야가의 집’

- 런던 ‘나이 든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주택’과 ‘뉴그라운드’

- 탐방 이후 이어진 비비의 삶

 

에필로그: 노년의 삶 앞에서, 당신에게 씁니다

 

[본문]

비비가 나에게 안전한 관계가 되어 주고 우리가 안전한 공간을 만든 것처럼 비혼여성에게는 세대를 막론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비비는 비혼의 대표가 아니지만 비혼 커뮤니티의 하나로서 지속 가능한 비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어떤 비혼의 입장도 부분적이다. 그중 하나만이라도 공통의 것을 발견한다면 각자의 비혼은 부분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유한한 삶을 인식할 때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결국 나 자신 본연으로 돌아가는 ‘비혼의 마음’처럼 말이다. _54쪽

 

물건의 위치를 거의 바꾸지 않는 이가 있고, 모든 물건을 찾기 쉽게 눈에 보이는 곳에 내놓는 이가 있다. 옷을 종류별로 세탁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리는 하지 않아도 먼지는 닦는 이가 있고, 집을 나올 때 물건들을 제자리에 세팅해 놓고 나오는 이가 있다. 집은 가장 첨예한 일상이다. 우리는 모여서 한 시간 내내 각자의 청소 스타일에 관해서만 이야기 나눈 적도 있다. 그 각자의 집을 존중한다. 똑같이 생긴 현관 너머 제각각 다른 집 안 풍경을 보고, 이것이 비비의 모습, 비비의 공동체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같지만 다른.

_ 86쪽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초심’보다 ‘변신’인지도 모른다. 처음에 머물러 있지 않고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계속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비비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구성원의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공동체의 내용과 형태는 계속 변주되었다. 소모임에서 ‘공동체’로 거듭나고, 주거 독립을 통해 1인가구 네트워크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일상에서 돌봄과 나눔이 자연스러워졌을 때 ‘비혼여성공동체’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했다. 공동체는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생물체와 같았다. _98쪽

 

나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고, 신발이 맞지 않아 발이 조금 아팠고, 태양이 간혹 뜨겁게 내리쬐곤 했다.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기도 했고, 잠시 나무 아래에서 쉬기도 했다. 모래바람에 길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나는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었다. 직장 같은, 혹은 직장 같지 않은, 아무튼 전과 같지 않은 이 ‘전환의 삶’이 몹시 불행하지도, 마냥 행복하지도 않으며, 때때로 흥미롭다. 나는 이 공간에서 나에게 맞는 비행고도를 찾아 가고 있다. _111쪽

 

돌봄은 관계로부터 나오고, 관계는 돌봄을 통해 형성된다. 한 사람의 응원과 지지만 있어도 삶이 이어지고,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과의 관계가 이어지지 않던가. _150쪽

 

우리의 돌봄이 ‘미안함’이 아닌 ‘고마움’을 쌓아 가는 관계, 서로에게 ‘빚’이 아닌 ‘빛’이 될 수 있는 관계, ‘짐’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를. _ 163쪽

 

비비는 부모 돌봄을 경험하고 공부하며 ‘나는 누가 돌봐 주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게 되었다. ‘서로 돌봐 주면 되지!’ 우리는 ‘돌봄 이후의 돌봄’을 고민하게 되었다. 돌봄은 단지 누군가를 부양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돌봄은 한 인간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실천이자, 돌봄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_173쪽

 

‘공동’은 아름다운 말이지만,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행위 없는 참여는 무용이다. 하물며 그 행위에 ‘기꺼움’이 없다면 어찌하나. ‘함께’를 추구한다면 ‘함께’를 실천해야 한다. _192쪽

 

한국의 고령층 1인가구의 주거 및 고립 문제는 사회 현상이 되었고, 여성 공동체주택의 필요는 가시화되었다. 가족 중심 주택에서 벗어나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 주거 모델이 필요하다. 파리와 런던의 여성들이 이뤄 낸 나이 든 여성들의 주거공동체는 노인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상호 돌봄이 가능한 ‘여성의 힘’을 보여 주었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우리의 동력이 되었고,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_242쪽

출판사 서평

 

24년 이어 온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비비), 첫 기록 출간

1인가구 천만 시대,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삶을 묻다

● “‘가족 말고’에 관한 세세하고 탁월한 기록집!”

● 최현숙, 김희경, 김순남 추천!

“내가 사는 도시에도 ‘비비’가 있다면”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비비)’이 20여 년 함께 살아온 시간을 처음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비혼여성들이 서로를 돌보고 함께 나이 들어 온 기록이자, ‘비혼의 삶이 어떻게 혼자가 아닌 삶이 되는지’를 보여 주는 책이다. 비비는 2003년 전주에서 여성단체 활동가, 공무원, 회사원, 영어 강사 등 비혼여성 여섯 명이 만든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특히 비비가 표방하는 ‘1인가구 네트워크’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지키면서 타인과의 연결감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바람이 현실에서 구현된 생생한 사례이다. 비혼여성들 사이에서는 “내가 사는 도시에도 비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소문의 낙원’으로 회자되어 왔다. 여러 매체와 연구자들이 비비를 소개하면서 그 여정을 책으로 만나고 싶다는 요청도 꾸준히 이어졌다.

 

원년 멤버인 봄봄이 공동체의 시간을 직접 기록했다.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갈등과 질병, 부모 돌봄, 주거와 경제, 노년 준비까지 함께 겪어 온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지속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생활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4년,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래되어서 잘 맞게 된 것이 아니라, 맞추다 보니 오래되었다”

1인가구 천만 시대, 혼자 사는 삶은 더 이상 유별나거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그러나 의료, 주거, 돌봄, 금융 등 일상을 지탱하는 제도와 서비스는 여전히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더구나 비혼여성의 중·노년을 둘러싼 사회적 상상력과 제도적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고립, 독거노인, 고독사 등 부정적인 말들이 비혼여성의 미래를 납작하게 만드는 현실에서, 비비는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를 돌보며 함께 나이 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함께 밥을 먹고, 이사를 돕고, 병원에 동행하고, 질병과 부모 돌봄을 겪으며 만들어 온 일상 속에 있었다. 이 책은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불일치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며, 관계를 이어 온 과정 자체가 곧 비비였음을 보여 준다.

 

저자가 공동체를 오래 유지한 비결로 꼽는 것도 거창한 원칙이나 신념이 아니다. 서로를 끝까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함께 살아왔다. “오래되어서 잘 맞게 된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추다 보니 이렇게 오래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비비의 20여 년을 관통한다. ‘생활공동체’로 같은 아파트에 살아 보니, 구성원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인지 새삼 체감했다. 똑같이 생긴 현관 너머 비슷한 집 안 풍경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것은 거대한 신념의 차이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사소한 제스처들이다. 이를테면 청소하는 기준이 다를 때, 식성이 다를 때, 각자 삶의 방식이 드러났다. 우리의 ‘꼴 보기’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_ 본문에서

 

봄봄은 비비가 소모임에서 1인가구 네트워크 형태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데 가장 중요한 축으로 ‘공부’와 ‘돌봄’을 꼽는다. 구성원이 질병을 맞닥뜨렸을 때, 그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했다. 함께 질병의 시간을 통과하다 보니 자연스레 돌봄이 화두가 되었다. 특히 주거 독립은 일상에서 돌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식과 물건을 나누고, 위급 상황에 경찰이나 경비보다 빠르게 출동하고, 주문한 가구를 대신 받아 주고, 집을 비울 때 반려동식물을 서로 부탁하는 등 확장된 비비 관계는 그 자체로 자원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의 삶이 공동체의 경험이 되었고, 공동체 역시 사람들 삶에 맞춰 조금씩 변해 왔다.

 

‘비혼’과 ‘공동체’를 넘어

나이 듦과 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비비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비혼보다 늙음이 삶의 더 큰 조건이 될 미래를 맞이할 새로운 형태가 필요했다. ‘공동체주택’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의 여성노인 주거공동체 탐방도 다녀왔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혼자’와 ‘함께’의 균형을 이룬 1인가구 네트워크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50년 공공임대로, 2050년쯤이 되면 주거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늙어 가는 육체가 어떻게 나를 배신할지, 내가 얼마나 취약해질지” 알 수 없다. 다가올 여성노인으로서의 삶은 “일상의 빈틈”까지 채워 줄 “상호 돌봄과 상호 의존의 생태계”가 더 절실하다.

 

“비혼 중장년 여성들은 노년의 시간을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보내고 싶어 했고, 혈연가족이 아닌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나와 같은 타인’들과 교류하며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주거공동체를 원했다. 50대, 비혼여성, 1인가구 위치에서 가장 안전한 미래 설계와 관계 실험의 합은 나이 든 여성들의 주거공동체일 것이다.” _본문에서

 

비비의 경험은 비혼여성들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지금, 이들이 쌓아 온 시간은 누구와 어떻게 관계 맺으며 나이 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건넨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되고,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때로는 가장 든든한 생활 안전망이 되어 주는 과정에서 삶은 더 오래, 더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다. 비비의 24년은 바로 그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초고령사회와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시간을 내어준다. 그리고 조용히 일깨운다. 나이 드는 일보다 더 두려운 것은,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모두가 비비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대안 커뮤니티, 자기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비혼’과 ‘공동체’를 선택한 비비의 삶을 기록한 이 책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 문헌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_ ‘프롤로그’에서

 

저자 소개
저자 : 봄봄

봄봄

봄날, 장수에서 태어났다. 법적 나이로 여섯 살에 학교에 들어가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인생의 시차를 깨달았다. 덕분에 명확하고 분명한 것보다는 모호하고 알 수 없는 것, 이를테면 시와 소설을 좋아한다. 열아홉 살부터 전주에서 생활했다. 30대 초반 ‘비비’를 만나 공동체에 발을 들였다. 15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다가, 네 번의 지각, 세 번의 승진 뒤 이것으로 충분하다 싶었을 때 퇴사했다. 이후 ‘공간비비’가 두 번째 일터가 되었고, 일곱 번의 이사 끝에 도착한 임대아파트에서 비혼여성들과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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