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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72792824 |
|---|---|
| 쪽수 | 25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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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연극치료와 함께 걷다』가 나온 게 2008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연극치료에 관한 책들이 모두 번역서여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극치료를 처음 만나는 이들을 위해 작은 안내서를 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권의 책을 썼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책도 있었고, 이야기를 다루는 책도 있었고, 진단평가와 희곡에 관한 책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바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연극치료 자체를 다루는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실천가들의 접근법을 정리하거나 심리치료 이론에 근거한 연극적 활용을 논하거나 연극치료 기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치료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그 구조와 원리를 밝히는 책. 그런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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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연극치료와 함께 걷다』가 나온 게 2008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연극치료에 관한 책들이 모두 번역서여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극치료를 처음 만나는 이들을 위해 작은 안내서를 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권의 책을 썼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책도 있었고, 이야기를 다루는 책도 있었고, 진단평가와 희곡에 관한 책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한 가지 바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연극치료 자체를 다루는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실천가들의 접근법을 정리하거나 심리치료 이론에 근거한 연극적 활용을 논하거나 연극치료 기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치료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그 구조와 원리를 밝히는 책. 그런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연극치료를 공부하고 가르친 시간은 길었지만, 정작 제 안에 있는 생각들이 제자리를 갖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몸.
상징.
타자.
욕망.
죽음.
안내자.
통과의례.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 게 아니라 상담을 하고 가르치고 질문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 개념들이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순서로 놓여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채 오래 헤매야 했지요. 그래서 이 책을 쓰는 일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기보다 완성된 그림을 알지 못한 채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이름을 붙이고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욕망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저는 정신분석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불교를 깊이 수행한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제게 욕망을 데려온 건 상담을 통해 만난 참여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고 왔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욕망의 결핍과 그것을 메우려는 과도한 노력 사이에서 발이 묶여 있었습니다. 위축과 과시, 의존과 통제, 피해와 가해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같은 욕망의 다른 얼굴들이었지요.
그리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붙들고 있는 가치,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은 모두 어떤 죽음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잃고 싶지 않은 것, 견디기 어려운 것,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변형은 언제나 그런 죽음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죽음에 준하는 고통을 견디고 새로운 삶의 단계로 건너가기 위한 구조인 통과의례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의가 거의 자취를 감춘 오늘날,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전환 앞에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연극치료가 현대인을 위한 통과의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
욕망.
변형.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던 그것들이 실은 통과의례 안에서 함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꽤 많은 날들을 통과해야 했지요.
돌이켜보면 이 책을 쓰는 과정 역시 하나의 통과의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책들을 마쳤을 때는 막 껍질을 벗어낸 절지동물처럼 홀가분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오히려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 남았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잘 알지 못한 채 걸어왔지만, 뒤돌아보니 그것이 하나의 길이었음을 알게 된 사람의 마음. 지금이 그렇습니다.
이 길이 저를 어디까지 데려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길을 믿고 풍경을 노래하며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려 합니다.
이 통과의 길을 함께 걸어주신 박영스토리 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