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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6820134 |
|---|---|
| 쪽수 | 27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작은 그림자로
마음의 날씨를 읽는 법.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빈자리가 생긴다. 떠나간 사람의 자리일 수도 있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계절일 수도 있으며, 끝내 붙잡을 수 없었던 어느 시절의 풍경일 수도 있다. 우리는 대개 그런 것들을 잃어버린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빈자리의 온도』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정말 사라진 것일까. 혹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국숫집의 김, 골목의 볕, 보일러실의 길고양이, 시장의 반찬 가게, 버스터미널의 빈 의자 같은 작고 평범한 풍경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익숙한 장면들 속에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감정의 흔적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먼저 고개를 숙이는 배려, 끝내 말하지 못한 작별, 그리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이 이야기 곳곳에 스며 있다.
복은 따뜻한 국물 곁에 머물고, 오래 입은 외투에 기대어 쉬고,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는 곳으로 날아간다. 액은 상실과 부재의 자리를 지키며 떠난 것들을 기억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빌린 이 섬세한 은유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되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머무는 복과 떠나는 액 사이에서 또 다른 결의 온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가족, 곧 폐업할 가게, 떠나는 자식의 마지막 저녁밥, 헐릴 집의 마지막 살림, 더는 답이 오지 않는 단톡방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거나 언젠가 맞이하게 될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어느새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얼굴과 장소, 그리고 이름들이 조용히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빈자리의 온도』는 떠난 사람을 이야기하지만 남아 있는 사랑을 보여주고,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삶을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사라진 것은 무엇이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그리고 한 번 도착한 다정함은 생각보다 오래 우리 곁에 머문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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