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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8719327 |
|---|---|
| 쪽수 | 240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세계역사/지리
AI추천 이유

“타이완은 왜 식민 지배를 한 일본에 적대감이 없을까?”
역사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타이완의 친일 감성
타이완을 처음 찾은 한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일본에 대한 타이완 사람들의 태도다. 일본어 간판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일본 여행은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 코스이며, 일본 브랜드와 음식, 문화는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건축물과 철도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일본을 '가깝고 친숙한 이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인의 역사 인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우리보다 더 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가진 나라가 어떻게 친일의 나라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지은이는 ‘타이완이 걸어온 역사의 흐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타이완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한 이후 타이완은 중국 국민당 정부에 넘어갔지만, 국민당 정부는 더 큰 혼란과 부패를 저질렀다. 일본 식민지 시절보다 해방 이후의 권위주의 통치가 더 직접적인 공포로 기억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일제 식민지 시절이 더 나았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쌓이면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희석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타이완의 친일 감성은 단순히 과거의 기억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민주화 이후 일본은 타이완을 지지하는 중요한 국제적 파트너가 되었고, 동일본 대지진 당시 타이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금을 보냈다. 이렇게 양국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젊은 세대에게 일본은 역사보다 여행과 문화, 애니메이션과 음식으로 먼저 다가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일본 식민 통치의 명암, 해방 이후의 정치적 격변, 민주화 과정, 그리고 오늘날 한일과 타이완을 둘러싼 국제 정세까지 함께 살펴보며 ‘왜 타이완은 우리와 다른 역사 인식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간다.
닮았기에 흥미롭고, 달랐기에 더 궁금한 타이완!
같은 출발선에서 다른 선택을 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
타이완은 우리와 놀라울 만큼 닮았다. 식민 지배의 역사와 동족상잔의 비극, 좁은 국토, 부족한 천연자원, 수출 중심의 경제,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치열한 교육열과 낮은 출산율까지 타이완의 특성을 나열하다 보면 우리나라를 말하는 것인지 타이완을 말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지만 일본에 대해 전혀 반감이 없으며, 인적 자원이 중요하지만 경쟁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좁은 국토를 가졌으면서도 아등바등하지 않고, 삶에 대해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다르다. 책에 소개된 몇 가지를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 똑같이 고기를 좋아하지만 우리처럼 채소에 싸먹지 않고 빵에 싸먹는다.
△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면 돌과 백일을 기념하지만 타이완은 생후 첫 한 달인 ‘만월’을 기념한다.
△ 타이완 여성은 한국 여성에 비해 독립적이고 ‘테토녀’가 많다.
△ 시험을 앞두고 우리는 미역국을 먹지 않지만, 타이완은 오리 알을 먹지 않는다.
△ 타이완은 음식 주문 시 ‘통일’이 없다. 반드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주문한다.
△ 타이완 대학가에는 술집이 없다(대학생들은 그러면 뭘 하고 노는 걸까?).
이외에도 타이완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와 일상을 가졌다. 비슷한 역사와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선택이 달랐고, 삶의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타이완은 가깝지만 낯설고, 익숙하지만 새롭다. 그리고 그 다름을 통해 타이완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즉, ‘타이완은 왜 우리와 다르지’라는 의문을 넘어 ‘그렇다면 저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K팝, K드라마 K컬처를 통한 인식의 변화
“반한(反韓)자들이 한국에 ‘반한 자’가 되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타이완에서 한국은 지금처럼 인기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은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였고, 때로는 경쟁 상대였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맞붙으면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상대였고, 경제적으로는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경쟁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여기에 외교 문제나 국제 뉴스가 겹치면서 한국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2010년 아시안게임 태권도 종목에서 양수쥔 선수가 모호한 판정으로 실격패하는 바람에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생겼고, 그해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반한 감정이 커졌다. 타이완 언론에서는 한국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기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인은 모든 것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졌고, 한국을 부정적으로 소비하는 문화도 생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를 만든 것은 정치도, 경제도 아니었다. 문화였다. 드라마 한 편이 국경을 넘었고, 아이돌 한 팀이 새로운 세대를 사로잡았다.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을 전했고, 영화는 공감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국은 뉴스가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타이완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한때 <불새>와 <대장금>이 중장년층의 마음을 열었다면, 이후에는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오징어 게임>이 세대를 넓혀 갔다. 드라마 속 골목과 카페는 여행지가 되었고, 배우들이 먹던 음식은 직접 맛보고 싶은 음식이 되었다.
음악은 더 큰 변화를 만들었다. 이제 타이완 거리에서 K팝은 낯선 음악이 아니다. 카페에서는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젊은이들은 아이돌의 안무를 따라 춤춘다. 한국 가수의 공연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고, 한국 화장품과 패션, 라이프스타일까지 하나의 문화로 소비된다.
한국은 이제 타이완 사람들에게 더 이상 미움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가보고 싶은 선망의 나라’가 되었다. 실제로 타이완을 여행하다 보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쉽게 만난다.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서, K팝 가사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언젠가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는다.
반대로 타이완의 영화와 드라마는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부터 시작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청설>, <상견니> 등 대만의 로맨스 콘텐츠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움직였고, 영화의 촬영지는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되었다.
이렇게 서로의 문화는 금이 갔던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매개가 되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배우에게 웃고 울고,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드라마 속 인물의 삶에 공감하는 경험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타이완 생활 20년 ‘카이랑’이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
한국과 타이완을 잇는 다리가 되다
지은이 카이랑은 사실 대중적인 유명인은 아니었다. 타이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WTO 자매회>, <친구가 왔다(同學來了)> 등에 출연해 다양한 국적의 패널들과 함께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왔지만, 한국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환점은 코로나19 팬데믹 무렵 찾아왔다. 타이완 예능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소개되면서 카이랑의 활약이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을 비하하는 일본 패널의 주장에 조리 있게 반박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로 한국을 비난하는 중국 패널들의 이야기를 재치와 입담으로 제압하는 장면, 외국인 출연자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사회를 진솔하게 소개하는 장면들은 많은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속이 시원하다”, “한국에 대해 조리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잘 전한다”는 반응과 함께 영상들이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재편집되어 확산되면서 카이랑이라는 이름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송과 유튜브, 강연을 통해 한국과 타이완을 오가며 활동해온 지은이는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타이완을 가장 잘 아는 한국인’, 혹은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 기억된다. 현지에서 직접 살아가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행 정보,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며 두 나라를 잇는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방송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고, 흥미로운 뒷이야기나 역사적 배경은 짧게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다. 여행지 하나를 소개하더라도 그곳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시대의 이야기는 대부분 편집된다. 방송은 보여주는 매체이지만,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타이완》은 그런 아쉬움에서 출발한 책이다. 방송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 짧은 화면 속에 담지 못했던 타이완의 진짜 모습을 차분히 풀어낸다. 관광객의 시선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20년 넘게 현지에서 살아온 사람이기에 볼 수 있었던 변화와 일상, 그리고 타이완 사람들이 직접 들려준 생생한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지은이는 책의 맺음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타이완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한국 사회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돌아보듯, 타이완이라는 거울 속에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비춰보고 싶었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타이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이완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함께 돌아보는 것이다. 카이랑은 타이완을 미화하지도, 반대로 낯설게만 바라보지도 않는다. 좋은 점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한국인의 시선과 타이완 사람들의 시선을 함께 담아내며, 두 사회가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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