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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
- 스티브 라미레스
- 김명주
- 김영사
- 2026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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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73327216 |
|---|---|
| 쪽수 | 43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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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잠재우고,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고,
영원히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기억을 바꾸게 될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단 한 권의 뇌과학 책.”
─김대수,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
“기억 연구의 판도를 바꾼 과학자가 들려주는
기억에 관한 가장 과학적이고도 개인적인 이야기.”
─차란 란가나스, 《기억한다는 착각》 저자
기억 조작이라는 신경과학의 최전선에서 쓴
우정, 사랑,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기록
기억은 모든 생명체의 근본 속성이자 인간 존재의 핵심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한다. 그런데 뇌 안에 담긴 기억들의 구성 요소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처럼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면?
《기억을 바꾸는 법》은 젊은 신경과학자가 기억 조작 연구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기록이다. 2012년, MIT의 실험실에서 저자는 동료 쉬 류와 함께 쥐에게서 공포 기억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기억 조작 연구의 판도를 바꿨다고 할 만큼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이후 신경과학계에서 유사한 기억 조작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인류는 SF 영화에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섬세한 수준의 기억 편집을 실험실에서 구현해내고 있다.
저자는 기억을 바꾸는 것과 그 의미를 과학적·철학적으로 고찰하며 자신의 내밀한 기억 속을 탐색한다. 동료 과학자이자 사랑하는 친구였던 쉬 류의 비극적인 죽음, 이민자이자 인종적 소수자로서 미국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은 부모님의 사랑, 친구를 잃고 나서 심각해진 알코올 의존증까지, 저자는 자신을 무너뜨리거나 다시 일으킨 삶의 단면들을 되짚으며 이 주제에 한층 더 개인적으로 접근한다.
기억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수시로 내용이 변하는 불안정한 흔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의 결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의 변화하는 힘 때문에 우리는 아픈 기억을 내 안의 힘으로 바꾸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엔그램을 찾는 100년의 여정을 건너
기억 조작 연구의 현주소까지
MIT에 합격해 박사과정을 시작한 저자는 기억의 생물학적 기반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도네가와 스스무의 연구실에서 연구 주제를 탐색하게 되는데, 도네가와 교수에게 기억 조작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절대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그날부터 저자는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쉬 류’의 파트너가 된다. 듬직한 멘토이자 선배인 쉬 류를 통해 저자는 기억 연구의 역사를 배워나간다.
기억이 뇌에 물리적 흔적을 남긴다고 생각하고 이 흔적을 ‘엔그램’이라고 이름 붙인 리하르트 제몬의 가설부터, 체계적으로 이 엔그램을 찾아 나선 신경심리학자 칼 래슐리, 뇌의 해마 근처를 자극하면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와일더 펜필드, 잘못된 수술로 해마의 기능을 잃어 단기 기억상실을 앓게 된 환자 HM, 기억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도네가와 스스무 등, 20세기 동안 기억의 물리적 기반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의 역사가 풀려 나온다. 특히 2005년 광유전학 기법의 개발은 신경과학에 큰 변혁을 불러왔다. 특정한 뇌세포에 아주 짧은 순간 빛을 쏘아 그 활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2012년 저자와 쉬 류는 공포 기억을 재활성하는 ‘프로젝트 X’에 성공한다. 공포스러운 경험을 할 당시 활성화된 뇌세포를 광유전학적 도구로 활성화해 안전한 환경에 있는 쥐에서 공포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이후로도 두 과학자는 쥐에게 가짜 기억을 심는 ‘프로젝트 인셉션’(2013년), 긍정적인 기억을 활성화해 우울 및 불안을 줄이는 ‘프로젝트 제로 마우스 서티’(2015년)를 연달아 성공시켰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기억 조작 분야의 주요한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둘의 발견은 기억 조작을 통해 우울, 불안, PTSD,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이나 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열었다.
꿈꾸었던 미래가 영영 불가능해졌을 때
뇌는 어떻게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가
비극적인 죽음 앞에 놓인 애도라는 과제
여러 뇌과학 연구에서 밝혀진바, 기억은 그저 과거에 관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뇌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예측하고 상상해보며 연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억을 적극적으로 떠올려 새로운 미래 시나리오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실현되리라 생각한 미래가 불가능해질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쉬 류가 교수로 임용되어 연구실을 떠나고 고작 한 달 뒤, 저자는 그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맞닥뜨린다. 친구이자 동료 과학자로서 쉬와 계속 교류하는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던 저자는, 자신의 기대를 송두리째 바꾸고 친구의 빈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그 사실을 ‘아는 것’과 별개로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 안으로 ‘통합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행복한 미래를 사전 실행하며 연습하던 우리 뇌는 이전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과 부조화를 일으킨다. 쉬가 떠난 후 저자는 어느 때보다 생생한 자각몽을 꾸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저자는 임의의 장소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헤매다가, 어쩌다 한번씩 나이가 든 모습의 쉬를 만난다. 이 자각몽은 ‘쉬와 함께하는 미래’를 꿈에서라도 상상하고자 하는 뇌의 노력이었으리라 저자는 추측하지만, 편안한 잠을 앗아가는 자각몽을 차단하기 위해 과음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부품을 교체하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는 언제나 기억을 바꾸며 살아간다
쉬 류의 죽음 이후 저자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한나절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금단현상을 겪고, 과음 끝에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까지 겪은 후 저자는 자기 자신을 밑바닥부터 뜯어고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친구의 죽음을 비통함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들을 삶의 이정표로 재정의하기로 한다. 과학자로서, 이민자의 자녀로서 겪었던 불안감을 온전히 수용함으로써 그는 비로소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다.
뇌를 포함한 우리의 생명 시스템은 ‘테세우스의 배’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억이 저장된 신경 세포 역시 계속해서 교체된다. 이 속성은 정체성을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상처 입은 기억을 새롭게 정의 내리도록 돕는 회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광유전학이라는 도구로 쥐의 기억을 조작했고, 인간으로서는 자신의 어두운 기억을 직면하고 그 의미를 재정의함으로써 슬픈 기억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기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새롭게 써나갈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기억의 유연함이야말로 우리가 상처를 딛고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