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서문 경유지에서 질문하기
1장 어떤 시작
에버그린
피피: 개인적 체험으로부터
뚱아저씨
그 장소들로 떠나기 전에
2장 새끼 빼는 기계 번식장과 경매장
비탈길
사람이면 자살했을 거예요
버려진 개의 대부
동물이 되지 못한 동물
3장 죄 없는 사형수와 무기수 공설 보호소와 사설 보호소
봄이 오지 않는 곳
개 값이 얼마여야 할까요?
버려진 개의 마지막 정거장
자연사, 안락사, 입양이라는 언어가 은폐하는 것
죄 없는 무기수의 감옥
두 종류의 개
4장 폐기되는 존재 개농장과 개시장 그리고 도살장
살아서 나갈 수 없는 곳
열심히, 부지런히, 야무지게
개를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헛된 기대
지는 싸움
해묵은 논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5장 어떤 응답
미코: 또 하나의 개인적 체험으로부터
낙관도 비관도 없이
약자의 최전선에 동물이 있다
자격 없는 자의 응답
[본 문]
유기 사유는 다양했다. 결혼해서, 이혼해서, 임신해서, 이사해서, 가족이 반대해서, 여행을 가서, 사람이 아파서, 개가 아파서, 배변을 못 가려서, 짖어서, 체구가 커져서, 어릴 때만큼 귀엽지 않아서…… 이 모든 이유는 결국 한가지로 귀결되었다. 더는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44면 「피피: 개인적 체험으로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연대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가 당하는 폭력의 방관자이자 심지어 가담자인지 모른다. 동물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거의 항상 그렇다. 58면 「그 장소들로 떠나기 전에」
나는 하나의 종에 대해, 개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 우리나라에서 개는 가장 처지가 나은 반려동물인 동시에 가장 비참한 식용동물이다. 동종의 동물을 가족이자 음식으로 바라보는 상반된 관점이 대립하는 사회에서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우리가 어디까지 연민을 확장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65면 「그 장소들로 떠나기 전에」
이 글은 한 마리의 개로부터 시작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다. 68면 「그 장소들로 떠나기 전에」
번식업을 하다보면 출산 능력이 떨어진 모견, 생식을 못 하게 된 종견, 늙은 개, 병든 개가 나올 거 아냐? 이 사람들 표현으로 폐견인데 폐견조차 경매장에 데려가면 매물로 내놓을 수 있어. 아직 쓸 만하다며 모견 종견으로 내놔보고 안 팔리면 우라통으로 경매해. 상자에 몽땅 때려넣고 통째로 판다는 뜻이야. 한 상자에 7만원에서 10만원. 폐견을 우라통으로 받아가는 사람이 누구냐? 개장수지. 데려가면 곧바로 죽이고 작업해서 개소줏집이나 개고깃집에 납품해. 경매장은 애견숍 주인과 번식업자만 오는 데가 아니야. 육견업자, 도살업자까지 전국에서 개 만진다는 사람은 죄다 몰려오는 데야. 그러니 세상의 어떤 개든 팔 수 있는 거고. 96면 「버려진 개의 대부」
생산을 다방면으로 규제하면 지금처럼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건 막을 수 있어. 지금의 상황은 무분별한 번식으로 생긴 결과야. 강아지가 넘쳐나니까 아무나 강아지를 키워. 쉽게 데려온 사람은 쉽게 버려. 105면 「버려진 개의 대부」
현행법에서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법적 지위는 ‘재물’이다. 이 재물에 생명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판단하지 않는다. (…) 쉽게 말해 누군가가 피피의 다리를 자르는 행위와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의 다리를 자르는 행위는 법적으로 같다. 114면 「동물이 되지 못한 동물」
10만원짜리 강아지를 세마리 낳으면 30만 원이죠. 1년에 어미개가 먹는 사료 값만 30만원은 되지 않겠어요? 10만원짜리 강아지를 생산하는 어미개는 뭘 먹을 수 있을까요? 어떤 공간에서 지낼 수 있을까요? 아프다고 치료받을 수 있을까요? (…) 동물복지를 떠나서 개 값이 최하 100만원이 안 되면 소비자는 상품의 질을 따질 수 없는 거예요. 저품질, 저가격, 대량 생산 구조를 고품질, 고가격, 소량 생산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유기견은 절대 줄지 않아요. 137면 「개 값이 얼마여야 할까요?」
사람들은 감당 안 되는 상품을 쓰레기처럼 버려요. 그렇게 생긴 게 여기 있는 수많은 유기견이에요. 불량품 취급받으면서 버려진 이 많은 개의 뒤처리를 누가 할까요? 번식업자가? 정치인이? 천만에요. 더 사랑하는 사람, 더 마음 아픈 사람이 하죠. 137면 「개 값이 얼마여야 할까요?」
인터넷에서 그런 댓글 많이 봐. 개새끼들 도와줄 여력 있으면 사람이나 도와주라고. 불쌍한 사람도 많은데 개새끼가 대수냐고.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를 위해 자기 인생을 걸어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아. 여기 돕지 말고 저기 도와라, 얘를 구하지 말고 쟤를 구해라, 그런 소리는 누구도 구한 적 없고 누구도 살린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야. 171면 「죄 없는 무기수의 감옥」
개 키우는 건 다른 짐승이랑 달리 돈이 안 들어가. 야들 먹는 짬밥이 말이여, 내가 되레 돈 받고 가져오는 거여. 구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할 때 100만원, 200만원씩 받아가. 근디 우리는 50만원만 받고 수거한다고. 이게 킬로수로 돈을 받는 건디 이 수거비로도 한달에 200만원은 벌어. (…) 요즘 같은 날씨엔 짬밥이 금방 상해불제. 더운 날에는 짬밥이 썩느라고 부글부글 거품이 나. 걱정허들 말어. 발효제가 있어. 짬밥에다 섞어불면 돼. 발효제 넣어서 훅훅 저어 먹이면 아무 하자 없어. 보름 지나도 괜찮아. (…) 소니 염소니 하는 것들은 돈을 들여야 키워, 사료를 사멕여야 하니께. 개들은 돈 받고 찌끄레기 가져와서 멕이니 을매나 이득이여. 210면 「열심히, 부지런히, 야무지게」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 개농장이 있는 나라다. 215면 「열심히, 부지런히, 야무지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전제한 뒤 세상에는 ‘더 고통받는 동물’과 ‘덜 고통받는 동물’이 있다고, 그러니 똑같이 ‘더 고통받는 동물’로 만들자고 주장한다면 그 평등은 무가치하다. 모든 동물을 고통의 수레바퀴에 밀어넣으려는 궤변일 뿐이다. 진심으로 축산동물의 고통을 우려한다면 새로운 동물을 축산 체계에 포함하자고 말하는 대신, 이미 그 체계 안에 있는 동물의 복지를 실현하고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251면 「해묵은 논쟁」
혹자는 이런 음식을 먹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권리는 필요 없다.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은 권리가 아니다. 이런 음식의 유통을 방관하는 정부에게 분노하는 것이 권리다. 252면 「해묵은 논쟁」
“개 한 마리 죽었다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랑에 대해서도 상실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다. 상실에서 중요한 것은 ‘동물이냐 사람이냐’가 아니라 ‘사랑하는가 아닌가’이다. 283면 「미코: 또 하나의 개인적 체험으로부터」
동물을, 또는 자신보다 약한 자를 가혹하게 대하는 사람이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인간다운 것은 아니나, 동물이나 약자에게 잔인한 사람을 인간답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을까? 299면 「약자의 최전선에 동물이 있다」
우리 모두는 동종의 인간 앞에서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 동물을 생각하는 일은 약자를,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다. 306면 「약자의 최전선에 동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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