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문
사업자와 세무대리인에게 부가가치세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영업부서나 사업자가 현금주의를 기준으로 발행한 세금계산서와 마주하면서, 기업회계기준과 부가가치세법 사이에서 발생하는 귀속시기나 과세 여부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세액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의 법적 성격과 과세체계 전반의 구조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법인세·소득세 세무조사도 일반적으로 다름아닌 부가가치세 신고와의 정합성 검토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법은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 비해 학문적 논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부가가치세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미국의 영향 아래 회계 및 세무 교육이 이루어진 점 역시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회계감사기준은 미국의 기준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어서 세금계산서의 실질이나 세법적 적정성에 대한 검토는 중심적인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회계학 교재에서도 부가가치세 회계처리를 별도의 체계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한편 국제거래의 확대와 함께 부가가치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부가가치세가 주요한 세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라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필자 역시 일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거래를 접하면서 일본 소비세 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법인은 설립 초기부터 당연히 소비세 납세의무를 부담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일정 기간 납세의무가 면제되었고(소규모법인 납세의무 면제) 이후 간이과세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게 되었다. 법인이라면 소규모사업자 납세의무 면제는 불가능하며 처음부터 일반과세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방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일본의 소비세 해설서와 관련 자료를 원문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제도가 유럽형 부가가치세라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여 단순히 유사한 부가가치세 체계로 묶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면세·비과세의 구분, 소규모사업자 면세제도, 디지털용역 과세 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국내 학계의 일부 논의는 일본 소비세법의 특수성을 한국 부가가치세법의 개념 틀에 비추어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개념적 혼선을 보인 측면이 있다. 예컨대 수출면세의 구조나 거래징수 개념과 관련된 논의는 일본 세법의 용어와 제도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해석된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순한 제도 비교를 넘어, 각국이 부가가치세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 소비세는 제도 도입 당시에는 유럽형 부가가치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나, 최근에는 보다 단순하고 중립적인 과세구조를 지향하는 방향에서 뉴질랜드 GST (Goods and Services Tax, 재화용역세)와 같은 모델에 대한 관심이 학계와 실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도입 초기부터 세금계산서 제도를 시행하였고 전자신고와 함께 이미 2014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까지 정착시키며 전자세정 측면에서는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논의에서는 한국 시스템이 주요한 비교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본 소비세 제도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부가가치세법과의 비교를 통해 그 제도적 특징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고자 하였다. 번역서의 형식을 취할 경우 한국법과의 차이를 각주로 보충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나, 이는 오히려 전체적인 논점의 흐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또한 2023년 도입된 적격청구서 제도와 최근 개정 내용을 반영하였으며, 주요 조문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병기하고, 다양한 판례와 기초적인 계산사례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이론과 실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소규모사업자 면세제도와 리버스 차지 제도 등은 한국 부가가치세 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여 비교적 상세히 다루었다. 일본 소비세법상 적격청구서 제도 도입은 현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지만, 한국은 전자세금계산서의 정착으로 징수 효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였기에, 본서에서는 적격청구서 제도의 기술적 시사점보다는 이 제도가 가져온 매입세액공제 요건의 강화에 대한 논의에 무게를 두었다.
더 나아가 한·일 세제 비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유럽연합의 제도도 함께 비교하여, 한국 세제가 나아가야 할 개선 방향도 개략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면세사업자 등록제도의 비효율성, 유가증권 안분 등 매입세액공제 체계의 정교화 필요성, 그리고 실질적 규모 중심의 소규모법인 면세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현행 제도를 조세 중립적이고 형평성 있게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담았다.
이러한 비교법적 고찰의 출발점은 석사과정에서 접했던 송쌍종 교수님의 일본세법 수업이었다. 교수님의 강의와 논문을 통해 받은 학문적 자극이 이 책의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일 양국 세제를 비교하는 시각 역시 그 영향 위에서 다듬어진 것이다. 각 장 말미의 한·일 부가가치세 비교표는 교수님의 학술논문에 수록된 비교표를 기초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970년대 말 마산에서 어린 시절 목격했던 부마항쟁의 시위대는 ‘유신 철폐’와 함께 ‘부가가치세 철폐’도 외쳤다고 전해진다. 외환은행 마산 수출자유지역지점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의 모습과 한국형 부가가치세의 탄생이 이 책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모두 겹쳐진다. 1980년대 말 아버지의 도쿄지점 전근을 따라 도쿄 메구로 구립 제10중학교(目黒区立第十中学校)를 다녔다. 그때는 일본 경제가 절정에 달한 시기로, 마침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때였다. 3%의 세율임에도 연일 뉴스에서 찬반논쟁으로 떠들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소한 세금의 탄생을 소년의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훗날 이 책을 쓰는 데 작은 밑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신 채수열 전 국세심판원 원장님, 석사과정을 지도해주신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의 박정우 교수님, 이중교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부족한 원고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박영사 관계자분들과 편집 및 교정에 많은 수고를 해주신 김선민 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집필 기간 곁에서 마태오복음서를 필사하며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준 아내 경민과, 원고 완성을 재촉하면서도 소비세가 뭔지 늘 궁금해하던 아들 준하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출판 계약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6. 5.
박 정 민
번역과 관련하여
한국 부가가치세에서는 ‘공급가액’과 ‘공급대가’라는 용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실무상 대부분 부가가치세 제외가격인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념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소비세 제외가격을 의미하는 ‘세발가격(税抜価額)’과 소비세 포함가격을 의미하는 ‘세입가격(税込み価額)’이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사용되며, 이를 일관되게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비세 제외 가격’, ‘소비세 포함 가격’과 같이 직역할 경우 의미 전달에는 유리하나 문장이 길어지고 반복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본서에서는 용어의 간결성과 가독성을 고려하여 각각 ‘세제외가격’, ‘세포함가격’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한편 한국에서 ‘면세’로 불리는 개념은 일본에서는 ‘비과세’에 해당하며, 한국의 ‘영세율’은 일본에서의 ‘면세’에 대응한다. 이와 같은 용어 대응 관계는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본서에서는 일본의 영세율 거래를 ‘수출면세’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여 설명한다.
‘서비스’는 소비세법에서는 ‘역무’,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용역’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모두 ‘용역’으로 표현하기로 한다. 다만 판례에서는 ‘역무’라는 표현을 그대로 두었다.
주요 용어 비교표
|
일 본
|
한 국
|
|
자산의 양도 및 대여 또는 용역의 제공
(이하 ‘자산의 양도 등’)
|
재화의 공급, 용역의 공급
|
|
세제외가격税抜価額, 대가액代価の額
|
공급가액(부가가치세 제외가액)
|
|
세포함가격税込み価額
|
공급대가(부가가치세 포함가액)
|
|
간주양도みなし譲渡
|
간주공급
|
|
비과세(토지, 금융, 의료, 교육, 주택임대 등)
비과세사업자라는 용어는 없음
|
면세(토지, 금융, 의료, 교육, 주택임대 등)
면세사업자: 면세 대상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
|
|
(수출)면세
|
영세율(수출 등)
|
|
과세표준액에 대한 소비세액
|
매출세액
|
|
간이과세자: 매출 5천만엔 이하(법인, 개인 모두 가능)
면세사업자: 매출 1천만엔 이하
(소규모사업자 납세의무 면제)
|
간이과세자: 공급대가 1억4백만원 미만
(개인사업자만 가능)
납부면제: 간이과세자 중 공급대가 4800만원 미만
|
|
중간신고, 확정신고
|
예정신고, 확정신고
|
|
리버스 차지(reverse charge)(소비세법상 ‘특정매입’)
|
대리납부(면세사업자만 적용)
|
|
적격청구서
|
세금계산서
|
|
정령政令
|
시행령
|
|
EU 부가가치세 지령指令(directive)
|
EU VAT 준칙
|
|
지판 ⇒ 지방재판소
고판 ⇒ 고등재판소
최고재판 ⇒ 최고재판소(헌법재판도 담당)
|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
※ 한국의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법 제2조 등에 근거하여 면세 대상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지칭하는 법률상 용어이다. 반면 일본 소비세법 제9조 제1항은 ‘소규모 사업자에 관한 납세의무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을 뿐, 한국과 같은 ‘면세사업자’라는 법률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본에서 통칭하는 ‘면세사업자’는 실무상 과세매출액이 기준에 미달하여 납세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자를 일컫는 표현이며, 이는 한국의 면세사업자 개념과는 제도적 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 소비세법 : 소법
일본 소비세법 시행령 : 영
한국 부가가치세법 : 부법
일본 소비세법 기본통달 : 통달
서 문
사업자와 세무대리인에게 부가가치세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영업부서나 사업자가 현금주의를 기준으로 발행한 세금계산서와 마주하면서, 기업회계기준과 부가가치세법 사이에서 발생하는 귀속시기나 과세 여부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세액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의 법적 성격과 과세체계 전반의 구조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법인세·소득세 세무조사도 일반적으로 다름아닌 부가가치세 신고와의 정합성 검토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법은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 비해 학문적 논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부가가치세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미국의 영향 아래 회계 및 세무 교육이 이루어진 점 역시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회계감사기준은 미국의 기준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어서 세금계산서의 실질이나 세법적 적정성에 대한 검토는 중심적인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회계학 교재에서도 부가가치세 회계처리를 별도의 체계로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한편 국제거래의 확대와 함께 부가가치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부가가치세가 주요한 세수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라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필자 역시 일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거래를 접하면서 일본 소비세 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법인은 설립 초기부터 당연히 소비세 납세의무를 부담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일정 기간 납세의무가 면제되었고(소규모법인 납세의무 면제) 이후 간이과세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게 되었다. 법인이라면 소규모사업자 납세의무 면제는 불가능하며 처음부터 일반과세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방식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경험을 계기로 일본의 소비세 해설서와 관련 자료를 원문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제도가 유럽형 부가가치세라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여 단순히 유사한 부가가치세 체계로 묶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면세·비과세의 구분, 소규모사업자 면세제도, 디지털용역 과세 등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간 국내 학계의 일부 논의는 일본 소비세법의 특수성을 한국 부가가치세법의 개념 틀에 비추어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개념적 혼선을 보인 측면이 있다. 예컨대 수출면세의 구조나 거래징수 개념과 관련된 논의는 일본 세법의 용어와 제도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해석된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순한 제도 비교를 넘어, 각국이 부가가치세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 소비세는 제도 도입 당시에는 유럽형 부가가치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나, 최근에는 보다 단순하고 중립적인 과세구조를 지향하는 방향에서 뉴질랜드 GST (Goods and Services Tax, 재화용역세)와 같은 모델에 대한 관심이 학계와 실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도입 초기부터 세금계산서 제도를 시행하였고 전자신고와 함께 이미 2014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까지 정착시키며 전자세정 측면에서는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논의에서는 한국 시스템이 주요한 비교 대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본 소비세 제도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부가가치세법과의 비교를 통해 그 제도적 특징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고자 하였다. 번역서의 형식을 취할 경우 한국법과의 차이를 각주로 보충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나, 이는 오히려 전체적인 논점의 흐름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또한 2023년 도입된 적격청구서 제도와 최근 개정 내용을 반영하였으며, 주요 조문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병기하고, 다양한 판례와 기초적인 계산사례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이론과 실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소규모사업자 면세제도와 리버스 차지 제도 등은 한국 부가가치세 제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하여 비교적 상세히 다루었다. 일본 소비세법상 적격청구서 제도 도입은 현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지만, 한국은 전자세금계산서의 정착으로 징수 효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였기에, 본서에서는 적격청구서 제도의 기술적 시사점보다는 이 제도가 가져온 매입세액공제 요건의 강화에 대한 논의에 무게를 두었다.
더 나아가 한·일 세제 비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유럽연합의 제도도 함께 비교하여, 한국 세제가 나아가야 할 개선 방향도 개략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면세사업자 등록제도의 비효율성, 유가증권 안분 등 매입세액공제 체계의 정교화 필요성, 그리고 실질적 규모 중심의 소규모법인 면세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현행 제도를 조세 중립적이고 형평성 있게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담았다.
이러한 비교법적 고찰의 출발점은 석사과정에서 접했던 송쌍종 교수님의 일본세법 수업이었다. 교수님의 강의와 논문을 통해 받은 학문적 자극이 이 책의 문제의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일 양국 세제를 비교하는 시각 역시 그 영향 위에서 다듬어진 것이다. 각 장 말미의 한·일 부가가치세 비교표는 교수님의 학술논문에 수록된 비교표를 기초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970년대 말 마산에서 어린 시절 목격했던 부마항쟁의 시위대는 ‘유신 철폐’와 함께 ‘부가가치세 철폐’도 외쳤다고 전해진다. 외환은행 마산 수출자유지역지점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의 모습과 한국형 부가가치세의 탄생이 이 책을 마무리하는 지금에야 비로소 모두 겹쳐진다. 1980년대 말 아버지의 도쿄지점 전근을 따라 도쿄 메구로 구립 제10중학교(目黒区立第十中学校)를 다녔다. 그때는 일본 경제가 절정에 달한 시기로, 마침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때였다. 3%의 세율임에도 연일 뉴스에서 찬반논쟁으로 떠들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소한 세금의 탄생을 소년의 눈으로 목격한 경험이 훗날 이 책을 쓰는 데 작은 밑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신 채수열 전 국세심판원 원장님, 석사과정을 지도해주신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의 박정우 교수님, 이중교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부족한 원고의 출판을 허락해 주신 박영사 관계자분들과 편집 및 교정에 많은 수고를 해주신 김선민 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집필 기간 곁에서 마태오복음서를 필사하며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준 아내 경민과, 원고 완성을 재촉하면서도 소비세가 뭔지 늘 궁금해하던 아들 준하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출판 계약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해주신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6. 5.
박 정 민
번역과 관련하여
한국 부가가치세에서는 ‘공급가액’과 ‘공급대가’라는 용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실무상 대부분 부가가치세 제외가격인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념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소비세 제외가격을 의미하는 ‘세발가격(税抜価額)’과 소비세 포함가격을 의미하는 ‘세입가격(税込み価額)’이 상황에 따라 빈번하게 사용되며, 이를 일관되게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비세 제외 가격’, ‘소비세 포함 가격’과 같이 직역할 경우 의미 전달에는 유리하나 문장이 길어지고 반복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본서에서는 용어의 간결성과 가독성을 고려하여 각각 ‘세제외가격’, ‘세포함가격’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한편 한국에서 ‘면세’로 불리는 개념은 일본에서는 ‘비과세’에 해당하며, 한국의 ‘영세율’은 일본에서의 ‘면세’에 대응한다. 이와 같은 용어 대응 관계는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으므로, 본서에서는 일본의 영세율 거래를 ‘수출면세’라는 표현으로 통일하여 설명한다.
‘서비스’는 소비세법에서는 ‘역무’,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용역’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모두 ‘용역’으로 표현하기로 한다. 다만 판례에서는 ‘역무’라는 표현을 그대로 두었다.
주요 용어 비교표
일 본
한 국
자산의 양도 및 대여 또는 용역의 제공
(이하 ‘자산의 양도 등’)
재화의 공급, 용역의 공급
세제외가격税抜価額, 대가액代価の額
공급가액(부가가치세 제외가액)
세포함가격税込み価額
공급대가(부가가치세 포함가액)
간주양도みなし譲渡
간주공급
비과세(토지, 금융, 의료, 교육, 주택임대 등)
비과세사업자라는 용어는 없음
면세(토지, 금융, 의료, 교육, 주택임대 등)
면세사업자: 면세 대상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
(수출)면세
영세율(수출 등)
과세표준액에 대한 소비세액
매출세액
간이과세자: 매출 5천만엔 이하(법인, 개인 모두 가능)
면세사업자: 매출 1천만엔 이하
(소규모사업자 납세의무 면제)
간이과세자: 공급대가 1억4백만원 미만
(개인사업자만 가능)
납부면제: 간이과세자 중 공급대가 4800만원 미만
중간신고, 확정신고
예정신고, 확정신고
리버스 차지(reverse charge)(소비세법상 ‘특정매입’)
대리납부(면세사업자만 적용)
적격청구서
세금계산서
정령政令
시행령
EU 부가가치세 지령指令(directive)
EU VAT 준칙
지판 ⇒ 지방재판소
고판 ⇒ 고등재판소
최고재판 ⇒ 최고재판소(헌법재판도 담당)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 한국의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법 제2조 등에 근거하여 면세 대상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를 지칭하는 법률상 용어이다. 반면 일본 소비세법 제9조 제1항은 ‘소규모 사업자에 관한 납세의무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을 뿐, 한국과 같은 ‘면세사업자’라는 법률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일본에서 통칭하는 ‘면세사업자’는 실무상 과세매출액이 기준에 미달하여 납세의무가 면제되는 사업자를 일컫는 표현이며, 이는 한국의 면세사업자 개념과는 제도적 근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 소비세법 : 소법
일본 소비세법 시행령 : 영
한국 부가가치세법 : 부법
일본 소비세법 기본통달 : 통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