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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38864534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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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세이/시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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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떨어져 죽은 자리에서 다시 솟구치는 언어
삶의 정면이 아닌 뒤안길에서 건져 올린 시와 산문
『뒤안길』은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들어서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힘이 있다. 이 책의 언어는 단정한 서정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어두운 밑바닥과 인간 내면의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검은 모세」, 「흑경黑鏡」, 「야수」 등 초반부의 작품들은 강렬한 이미지와 밀도 높은 상징을 통해 고통과 분노, 욕망의 뒤엉킨 장면을 펼쳐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이 어둠만을 향해 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산책 끝에는」 같은 작품에서는 오래 걸어온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낮고 담담한 서정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괴로움의 많은 부분이 “말이 만든 굳은 마디”에서 비롯된다고 바라보며, 말없이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자리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열어 둔다.
특히 이 책의 특징은 시와 산문이 하나의 사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108개의 엽서’가 이미지와 리듬으로 세계의 상처를 건드린다면, ‘공성空性의 뒤안길’은 그 상처가 향하는 철학적 물음을 더욱 깊이 밀고 나간다. 저자가 오랫동안 공부해 온 현상학과 불교철학의 흔적은 작품 전체에 은은하게 배어 있으며, 이 책을 단순한 감상적 시집이 아니라 사유하는 문학으로 읽게 만든다.
『뒤안길』은 독자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말하듯, 이 책에 담긴 엽서들은 진실 그 자체라기보다 진실에 부딪쳐 깨어지고 멍든 흔적에 가깝다. 삶의 뒤편에서, 말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솟구치는 언어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