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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24668016 |
|---|---|
| 쪽수 | 12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소설/에세이/시 > 대하/역사/무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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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도 비슷한 곳에 있어요. 물 안에. 다른 점이라면, 이 렌즈로는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거예요. 그저 내 상상이 아이를 죽이지 않은 채 계속 물속에 둘 뿐이에요. 그 애는 아주 서서히 익사하고 있어요.
―「선 끝에 나룻배를 탄 타조와」 중에서
해양 설이 창문에 부딪히는 것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무연이 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눈동자가 창문이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샐 것이다.
―「해양 설Marine Snow」 중에서
천선란의 소설과 임솔아의 시는 각자 다른 물속을 들여다본다. 둘 다 손을 쓸 수 없는 자리에 서 있다.
천선란 소설의 주인공 무연은 유족들을 태운 우주선에 올라 그들을 돌본다. 사고를 당한 이주선 한 대가 블랙홀에 붙들려 있고, 그 배 안에서는 사람들이 물에 잠긴 채 아주 느리게 익사하는 중이다. 블랙홀 곁이라 시간이 더디게 흘러 그 죽음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유족들은 매일 망원경 앞에 앉아 그 광경을 들여다보고, 무연은 그 곁에서 렌즈의 초점을 맞춰주며 끝나지 않는 시간을 함께 견딘다.
임솔아의 시편들에도 되돌릴 수 없는 일 앞에 선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연하고, 어딘가 서늘하면서도 다정하다. 이주선에 오르지 못한 화자는 자기처럼 타지 못하고 포기당한 것들을 방에 모아두고는, 그것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한다(「선」). 새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은 새가 죽고 나면 빈 새장을 들고 만나 죽은 새 이야기를 하고 또 하기로 한다(「새 이야기」). 흰꼬리수리가 물어다 쌓은 잔해 속에서 자신이 태어났음을 기억해 낸 또 다른 화자는, 그 집에 알을 낳으려 한다(「모두 다른 괴물」). 잃은 것을 붙잡지도 놓지도 않은 채 그 곁에 머무는 목소리가, 일곱 편 내내 이어진다.
소설은 무연이 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지를 인물과 시간으로 쌓아 올리고, 시는 그 자리에 남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감각으로 보여준다. 구할 수 없는 것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태도가, 소설과 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