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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24668047 |
|---|---|
| 쪽수 | 9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대하/역사/무협소설
AI추천 이유

바깥에서 왔지만, 이제 나와 분리할 수 없는 마음
그런데 나는 그런 식의 말 따위는 전혀 바란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방식으로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이 열망의 근원은 우리가 사이좋게 나눠 가진 것이다. 질이 좀 나쁘긴 하지만 그렇게 나눠 가진 무엇은 나름대로 나를 살게 했다.
―「월룽」 중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한 유서는 유서가 아니다
검사받기 위해 쓰는 일기는 일기가 될 수 없듯이
어떤 버섯은 개미의 근육을 조종한다 영양분을 빼앗고 전신을 장악하여 투신을 명령한다
그 버섯은 내 영혼과 동족이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게요」 중에서
예소연의 소설과 유선혜의 시는 바깥에서 들어온 것과 나 사이의 경계를 더듬는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들어온 것인지, 그 자리가 흐릿하다.
예소연의 소설 「월룽」의 주인공 영서는 심해의 광물을 캐는 연구원이다. 채굴량에 이상이 생긴 구역을 살피기 위해,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작은 캡슐을 만들어 심해로 내려가려 한다. 이 세계에는 '프롬프트 뇌 성형'이라는 시술이 있다. 직업과 가치관에 관한 프롬프트를 설계해 개인의 의식에 삽입하는 것으로, 특히 교육열 높은 동네에서 유행했다. 영서는 어릴 적 어머니의 뜻으로 이 시술을 받았다. 어머니가 아껴 먹던 카스텔라를 통째로 빼앗겨 서러웠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고, 어머니는 "네 꿈을 내가 대신 꿔준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서는 자신의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 열망의 근원을 어머니와 나눠 가졌다고, 질이 좀 나빠도 그것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되뇔 뿐이다.
유선혜의 시편에는 내 몸에 들어와 나를 바꾸는 것들이 등장한다. 열 살 때 몸속으로 들어와 키를 멈추게 한 버섯을 두고 화자는 "그 버섯은 내 영혼과 동족이다 / 나는 그것도 좋다"고 말하고, 엽록소 없는 선인장에게는 "네가 옮기고 간 질병은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라고 적는다. 「장르의 문제」에서는 "SF가 싫다"고 하면서도 "안타깝게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경멸했다"고 고백한다. 침입한 것을 밀어내는 대신 제 안에 들이는, 그것을 동족이라 부르는 목소리다.
소설은 영서가 왜 자기 마음의 출처를 의심하게 되는지를 인물과 기억으로 쌓아 올리고, 시는 내 안에 든 것을 내 것으로 껴안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내 것과 바깥에서 온 것의 경계가 흐려지는 자리를, 소설은 이야기로 시는 감각으로 더듬는다.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인 소설과 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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