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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말해지지 않은 목소리들 - 부마민주항쟁 기림시집

  • 무크지 시움
  • 전망
  • 2026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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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88979736694
쪽수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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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부마민주항쟁 기림시집 『아직 다 말해지지 않은 목소리들』이 출간되었다. 부산의 문학단체〈무크지 시움〉이 엮은 이번 시집에는 서른 명의 시인이 참여해, 유신 독재라는 ‘겨울공화국’을 흔들었던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순간들을 시적 언어로 새롭게 기록했다. 참여 시인들은 작품과 함께 창작의 배경과 의미를 담은 〈시작노트〉를 수록해, 시와 역사가 만나는 또 하나의 읽을거리를 마련했다.

1979년 10월의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의 ‘4대 시민항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역사적 의미에 비해 문학적 재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아직 다 말해지지 않은 목소리들』은 부마민주항쟁을 문학의 언어로 되살려, 기억과 증언, 저항과 연대의 가치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다시 전하는 뜻깊은 성과다.

〈무크지 시움〉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의 문학공동체로, 시대적 의제를 시로 탐구하는 공동 시집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기후시집 『지구는 난간에 매달려』(2023), 생명시집 『먼지였다가 연잎이었다가 구렁이였다가』(2024), 편지시집 『미래의 문장들에게』(2025)에 이어, 이번 시집은 민주주의의 기억을 현재의 시적 감각으로 복원하며 시대와 문학의 깊은 만남을 보여준다.

목차

[목 차]

고명자 _청춘

김곳 _민주주의, 그게 다 뭐랍니까

김명옥 _짐승같이 끌려간 시간

김미령 _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김수우 _비늘

김요아킴 _그해, 기미년 시월

김점미 _그날의 하굣길

김정희 _탯줄

김지녀 _어떤 이름

김지숙 _나는 아무것도 아닌 아무개였다

김해경 _! 시월

김형로 _두 번의 계엄 사이

민달 _사라진 증인

박윤규 _붉고 따스한

박정애 _들불을 놓다

서정원 _가을날, 봄꽃 피다

석민재 _오후의 항구는 왜 오래 흔들리는가

신정민 _자유의 종

안민 _잿빛지대 저편

원양희 _백포白布를 찢고 나오는 여자

이규열 _지금, 여기

이은주 _아버지의 이름은

정선우 _기록되지 못한 그날들

정안나 _첫시월

정익진 _지국총 지국총

정진경 _붉은 눈물

진명주 _민주주의는 고인 물을 먹지 않는다

차고비 _시월의 강

채수옥 _민주

황길엽 _세상을 바꾼 위대한 투쟁

 

시집 해설 _고명철(문학평론가)

역사적 서정: ‘부마민주항쟁’, 향진과 갱신하는 민주주의


[본 문]

두 번의 계엄 사이

― 황선용

 

김형로

 

그는 복숭아 나무 아래 잠들었습니다. 아무런 표식이 없는 평석 하나에 둘러친 벽돌이 그의 작은 유택이었습니다. 망정못[] 옆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보는 일, 불쑥불쑥 고개 드는 트라우마 지그시 누르는 일, 똬리 튼 악몽의 뱀을 달래는 일. 생전 그의 일이 무성한 풀로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그의 생은 두 번의 계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부마항쟁 당시 계엄과 2024 12월의 계엄. 첫 계엄은 그의 정신과 육체를 고문으로 망가뜨렸고 두 번째 계엄은 무균실의 그를 마지막까지 갉아먹었습니다.

 

끝내 이기지 못하고 억산에 기댄 그는 아름다운 복숭아꽃을 피워놓았습니다. 동지들에게 다디단 복숭아를 물리는 것 그것이 그의 마지막 꿈이었으니까요.

 

항쟁은 자주 영웅 서사에 빠집니다만 그는 늘 뒤에 있었습니다. 그는 서면서림의 직원으로 부마민주항쟁의 단초를 연 깨어있는 시민이었고, 변혁운동가였습니다. 허나 스스로 몫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민주 정부가 들어선 것을 보고 갔다 생각하니 위안은 됩니다.

 

도화 아래 아름다움 다투는 일 부질없지만, 아름답다고 진부하게 씁니다. 이 작은 마음이 모여 강을 이루었고 항쟁이 되었다고.

 

한 시절 정의롭기는 쉬워도 끝까지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까지 김수영의 「풀」을 읽었다지요. 그는 복숭아 씨 같은 단단한 꿈을 꿀 것입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들 말입니다.

 

〈시작노트〉

 

황선용(1955-2025)은 부마항쟁 당시 서면서림의 직원이었다. 그는 평소 우리 사회의 모순에 일찍 눈을 뜬 지식인이었다. 그는 조태일의 「국토」나 김지하의 「오적」을 등사하여 대학생들에게 나눠주었고 당시에는 철저하게 판금된 월북 시인 정지용의 시도 구해 읽었다.

 

대학생들 사이에는 자연히 황선용이라는 이름이 회자되었다. 그중에는 훗날 『한라산』을 쓴 이산하라는 시인도 있었다.

 

그의 일생은 두 번의 계엄 사이에 있다. 첫 계엄은 부마민주항쟁 당시의 계엄이었고 두 번째는 윤석열의 불법 계엄이었다. 첫 계엄은 그에게 갖은 고문으로 몸과 마음에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입혔고 두 번째 계엄도 병상의 그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겼다.

 

“세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물고문을 했습니다. 하나는 올라타 물을 붓고 하나는 머리를 잡고 또 하나는 손가락만 쳐다보고….”

 

“자백할 게 있으면 손가락을 까딱해.”

 

경찰들은 혹독하게 물고문을 했다고 한다. 숨이 끊어질 듯한 그 고통을 그는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그는 말년에 경북 청도에서 복숭아밭을 일구었다. 다디단 복숭아의 과육을 동지들의 입에 물리고 싶었을 것이다. 자식에게도 늘국민이 주인이라고 가르쳤다. 올곧은 그의 길에 존경을 보내며 1979 10 15일 부산대 유인물 배포 사건의 주역 황선용 선생의 명복을 빈다

 

추천사

    고명철 (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해설 중)
    <무크지 시움>이 ‘부마민주항쟁 기림시집’을 기획한 의도는 1979년 10월 16일에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을 ‘지금-여기’의 민주주의로 소환함으로써 그것의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고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고갱이를 성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항쟁 과정에서 유신독재의 국가폭력에 의해 삶이 무참히 유린되고 짓밟혀 생목숨을 잃었거나 살아 있어도 흡사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었던 부마민주항쟁 주체의 희생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마민주항쟁 주체들은 ‘어떤 이름’, 즉 불특정 다수의 정치적 정동을 지닌다. 여기에는 학생, 노동자, 도시 빈민, 최하층민, 상인, 회사원, 지식인, 공무원 등 민주주의 삶을 누려야 할 모든 존재들이 망라돼 있다.

    무엇보다 시인들이 부마민주항쟁 관련 사료를 읽고 그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그때-거기’의 항쟁에 대한 역사적 실감을 시적 재현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지금-여기’에서도 쉽게 사그라들어서는 안 될 반민주주의를 향한 항쟁의 역사적 서정으로서 시를 쓰는 일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무크지 시움

무크지 시움은 이 시대에 절실한 문학의 책무를 기억하고, 공존의 능력을 가꾸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보다 깊은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세계와 인간의 모든 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문학이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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