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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 백희성
  • 북로망스
  • 2026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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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24038604
쪽수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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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 곁의 빛바랜 사물들이

완전히 새로워 보일 것이다.”

 

베스트셀러 『빛이 이끄는 곳으로』 이후 2년 만의 신작!

공간과 사물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읽어내는

독보적 시선의 작가 백희성의 압도적 마스터피스

 

누구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던 19년의 시간을 지나,

손끝의 기억으로 찾아낸 가장 오래된 사랑의 기적

 

프랑스 폴 메이몽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고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 사무소의 디렉터를 역임한 건축가 백희성이 10만 부 베스트셀러 『빛이 이끄는 곳으로』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한다. 첫 작품에서 빛과 기억의 경이로운 설계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소설 『기억의 무늬』에서 손끝의 감각으로 사건을 헤쳐 나가는 섬세한 추리와 반전을 펼쳐낸다. 건물과 공간이 사랑과 비밀을 품을 수 있다면, 우리 곁의 손때 묻은 사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작가는 그 질문 하나로 옷과 가구의 촉감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해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직조해 냈다.

 

『기억의 무늬』는 프랑스 파리의 패션학교에 다니는 스물두 살의 카미로부터 시작된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카미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대신, 옷의 질감과 걸음걸이, 손때 묻은 자리로 세상을 읽어낸다. 카미가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이유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그건 바로 세 살 무렵 눈앞에서 벌어진 부모님의 죽음 때문이었다. 사건 기록에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세 번째 실루엣과 여전히 손끝에 새겨진 듯 또렷한 실루엣의 감촉을 단서 삼아, 그날의 사건을 밝혀내고 말겠다는 그 집념이 카미의 삶을 이끌어 온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긴장감 아래, 잃어버린 감정과 사랑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반전의 서사를 품고 있다. 카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얼굴 대신 손때 묻은 흔적을, 표정 대신 따뜻한 온도를 감각하게 된다. 그리고 옷에 남은 체취와 가구에 새겨진 상처처럼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소설 속 사랑의 잔상이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프롤로그

 

1 기억의 조각

2 추적

3

4 조력자

5 노엘

6 직물 추적

7 유령

8 진짜 주인

9 가구의 비밀

10 새로운 사실

11 오래된 기억

12 사라진 기억

13 돌아온 파리

14 노엘의 마음


[본 문]

우리의 인생 조각들은 서로 이어 붙여지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바늘에 찔린 듯 날카로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된다. 바늘이 사라진 자리에는 새살이 돋아나고, 남는 것은 내 몸과 내 살, 나의 일부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아문 상처 위를 감싸안는 옷도 어쩌면 인간의 삶에 난 상처를 꿰매려는 본능에서 태어난 산물인지도 모른다.

_ p.7

 

매주 화요일마다 프레드릭 아저씨를 만나는 이유는 바로 이 사건 파일 때문이다. 파일은 내가 세 살이던 해에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을 담은 수사 기록물로, 나의 부모님이 이 사건의 피해자이다. 그날 나는 분명 세 개의 실루엣을 보았다. 부모님 외에도 또 다른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실루엣으로부터 전해진 옷의 촉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_ p.19

 

아마데우는 실과 바늘로 두 장의 천을 이어 붙였다. 얼마나 정교하게 이어 붙였는지, 분명 서로 다른 질감의 실크인데도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나를 붙잡았다. ‘검은 실루엣!’ 그의 옷에서는 어떤 박음질의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조용히 눈을 감고, 세 살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_ p.42

 

이 순간을 위해 나는 무려 19년을 기다려 왔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조용히 장갑을 벗고 눈을 감았다. 모든 신경을 손끝에 모아, 두 종류의 직물을 천천히 더듬었다.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듯, 오직 촉감만이 나를 이끌고 있었다.

_ p.63

 

“이 집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는 재료나 비교적 값싼 재료들로 만든 집으로 보여. 가구들도 마찬가지고. (……) 그런데 이 아기 침대만큼은 최고급 나무로 만들어졌어. 게다가 문양도 정말 특이해……. 무척 오래전에 새겼을 법하달까. 침대 자체는 오래된 스타일이 아닌데, 나무에 새겨진 문양은 수백 년 전에 썼을 법한 거라. (……) 아기 침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최고급 가구야.”

_ p.106

 

얼굴은 보지 못해도 옷으로 기억되는 몇몇 사람들도 있었다. 매일 스치는 옷깃, 반복되는 우연. 그들의 옷은 땀과 체취에 절어 서서히 산화된다. 섬유 조직 사이사이에 주인의 각질이 박히고, 습관처럼 걷어 올린 소매엔 그만의 주름이 문신처럼 새겨진다. 옷은 어쩌면, 우리의 육체를 가장 정직하게 기억하는 유일한 목격자일지도 모른다.

_ p.118

 

“침대 다리 한쪽을 더듬어 보면 조금 쪼개진 틈이 있습니다. 그 상처 난 틈만큼은 절대 메우거나 고치지 마시고, 부디 그대로 남겨주십시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손끝을 매만졌다. 매끄러운 나무의 결 사이로 거칠게 패인 그 쪼개진 틈. 만져본 적 없는 그 침대의 상처가 이상하게도 내 손끝에 생생하게 각인되는 듯했다.

_ p.250 

 

출판사 서평



건축가이자 소설가 백희성만이 설계할 수 있는
놀라운 세계관의 확장!

몽타주 대신 사물의 흔적을,
시선 대신 피부에 닿는 감각을 따라가는
완전히 새로운 추리와 감동의 서사

누구의 얼굴도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그가 19년 전 사라진 범인을 쫓는다. 『기억의 무늬』는 바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안면인식장애라는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는 카미에게 사람의 얼굴은 끝내 하나로 맺히지 않는 물결이지만, 그의 시선과 손끝은 누구보다 예리하게 세상을 읽는다. 셔츠 커프스의 미세한 닳음, 코트 밑단의 쏠린 자국, 오래된 가구에 새겨진 상처까지. 주인공이 펼쳐내는 사물의 언어가 이 소설을 전혀 다른 차원의 추리 서사로 만들어 낸다.

부모님의 살인 사건 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3의 실루엣을 찾기 위해 카미는 성인이 된 후 사건 수사 재개를 요청하고, 현장에 있던 오래된 아기 침대에 주목하게 된다. 카미의 장애와 부모님의 사건을 유일하게 모두 알고 있는 친구 뤼미에르가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고, 겉모습부터 평범하지 않은 침대에서 하나씩 수상한 점들이 발견된다. 그리고 가구에 새겨진 오랜 이야기를 따라 실마리를 쫓기 시작하자, 19년 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들은 사건이 있었던 날, 카미가 기억하는 실루엣의 촉감과 아기 침대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하지만, 이들이 끝내 찾아낸 진실은 그날의 ‘범인’만이 아니다.

『기억의 무늬』는 과거의 상처에 매몰된 한 사람이 가장 깊은 사랑을 알아보게 되는 이야기이자,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흔적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손끝으로 더듬어, 그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감각을 이야기 위로 조용히 길어 올린다. 서랍장 깊숙이 접어 둔 스웨터의 촉감, 오래된 나무 계단을 밟을 때의 삐걱임, 누군가의 품에서 맡았던 비누 냄새처럼 우리의 소중한 기억은 감각으로 새겨져 있다는 것을, 카미의 손끝을 따라가는 사이 어느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자신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사랑의 잔상들이 가까운 곳에서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백희성

작가이자 건축디자이너. 장 누벨 건축사무소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약하였으며, 현재 KEAB 건축 대표이다. ‘기억을 담은 건축’을 모티브로 하여 사람들의 추억과 사랑으로 완성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와 에세이 『쓰는 사람』, 『환상적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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