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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64622179 |
|---|---|
| 쪽수 | 45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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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과 산소, 두 주인공이 전자를 핑퐁하며 펼치는
생명과 물질대사 진화의 대서사시!
―드디어 한국인 저자가 쓴 첫 ‘오파비니아 시리즈’ 출간!
비타민C를 발견한 헝가리 생화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는 ‘생명은 전자의 흐름’이라고 단언했다. 식물은 물을 깨서 얻은 전자를 탄소에 비벼 넣는다. 그때 수소도 함께 들어간다. 그렇게 식물은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동물은 정확히 그와 반대되는 일을 한다. 포도당을 깨서 전자와 수소를 얻는 동안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생성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는 세상 전부다. 이는 지금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며, 꼬리를 무는 뱀의 머리처럼 순환하는 지구 행성의 생화학이다.
행성 차원의 이 거대 화학에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포도당을 만드는 에너지원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전환한 사건, 즉 광합성 생명체의 등장은 지구 대기권과 생명체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생명체가 사용하는 물질이 수소와 전자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에서 왜 하필 포도당이 모든 생명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연료로 자리잡았을까? 치명적인 독이었던 산소는 어떻게 물질대사의 네트워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을까? 이 책은 포도당과 산소, 두 주인공이 전자를 주고받으며 펼쳐가는 생명의 화학, 곧 물질대사의 연대기다.
포도당과 산소와 전자로 그려낸 물질대사 네트워크의 조감도
서너 살배기 아기 시절, 정읍 어느 마을 고샅길을 수탉 부리에 쪼여 뒷걸음질도 해가며 찾아간 저자를 반겨 맞아 나어린 아짐이 구워주었던 마름 맛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1장 「화학하는 식물」은 약 4억 5000만 년 전에 뭍으로 올라온 식물이 발과 근육 대신 수십만 가지 이차(특수)대사산물을 만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번성해온 면면을 들여다본다. 거기에 포도당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독과 향기, 색소와 호르몬을 만들어 포식자를 물리치고, 곤충을 불러들이며, 육상의 자외선과 건조에 적응했다. 마름과 버섯, 캣민트와 비트, 카페인과 니코틴의 이야기는 식물의 특수대사가 생존과 공진화의 역사임을 보여준다.
제2장 「포도당은 보편타당」과 제3장 「오늘도 포도당은 걷는다」는 복잡한 대사경로에 살아 숨쉬는 공통 원리를 찾는다. 포도당이 둘로 갈라져 피루브산이 되고, 탄소 2개짜리 활성초산이 크레브스회로로 들어가며, 탄소가 붙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생명체의 물질과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탄소 1(이를테면 탄소 5개짜리 분자가 이산화탄소를 만나 화합물의 크기를 늘리는 과정이 곧 광합성이다), 2, 3, 6의 움직임과 카보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반응을 따라가다 보면, 비비 꼬인 미로처럼 보이던 물질대사가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 이어지는 몇 가지 화학 원칙으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제4장 「물질의 구조를 찾아서」와 제5장 「무지개 내려온다, 크로마토그래피」에서는 생명이 만든 분자를 인간이 어떻게 발견하고 읽어왔는지를 살핀다. 미량분석법과 분광학, 크로마토그래피는 보이지 않던 화합물을 분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는 화학적 루페가 되었다. 엽록소와 카로티노이드, 테르펜과 스테로이드의 구조를 찾아가는 과정은 물질대사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현대화학이 탄생한 역사다.
제6장 「알칼로이드, 약리학과 합성의 화학」에서는 모르핀과 니코틴, 카페인, 퀴닌과 칭하오를 통해 식물과 동물 사이에 벌어진 화학적 군비경쟁을 따라간다. 식물이 포식자를 막고자 귀하디귀한 질소를 섞어 만든 알칼로이드는 인간의 몸에서는 약이 되었고, 약리학과 유기합성화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생태계의 경쟁과 협력, 생존과 죽음의 흔적이 한 분자의 구조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결국, 식물은 만들고 우리는 그것을 쓴다.
후반부는 산소가 열어젖힌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탐색한다. 제7장 「콜레스테롤, 산소와 함께 살기」는 흔히 건강검진 수치로만 여겨지는 콜레스테롤을 지구 산소화 사건의 역사적 증거로 재해석한다. 제8장 「세포막 특구, 카베올라」는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세포막의 작은 동굴을 조명한다. 박과 식물의 덩굴손처럼 카베올라는 세포막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부피의 증감을 감당한다. 위험하지만 꼭 필요한 산소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렇게 카베올라는 유산소 환경에서 세포의 경계로 자리잡았다.
마지막 제9장 「불 때면 열이 난다, 고에너지 분자 산소」는 산화와 환원, NAD(P), 피로인산과 ATP를 통해 생명체가 화학반응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원리를 설명한다. 포도당에서 꺼낸 전자는 산소로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생명이 사용할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이로써 책은 식물이 만든 포도당에서 출발해, 산소와 전자, 에너지와 생명의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생명의 다양성은 무한해 보이지만, 그 다양성을 만들어낸 화학의 기본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탄소를 붙이고 떼는 일, 전자를 건네고 받는 일, 결합을 끊고 다시 잇는 일. 이 책은 이 단순한 원리가 수십억 년 동안 어떻게 식물과 동물, 세포와 생태계의 복잡성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는 동시에 포도당을 만들고 산소를 이용하며, 더 많은 물질과 에너지를 다룰 수 있게 된 물질대사의 역사다.
드디어 19년 만에, 26권째로, 한국인 저자의 오파비니아!
돌미나리에서 이소람네틴을 분리하고 쥐의 간세포를 배양하던 대학원 시절을 거쳐 약대 교수가 되었다. 생약학과 천연물화학, 세포생물학의 경계를 오가며 연구하고 강의해온 저자 김홍표 교수는 ‘2009~2014년 한국인 기초과학 상위연구자’(한국연구재단 조사)로 약학(3위), 의학(4위) 두 분야에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고, 2017년부터는 『경향신문』에 우리 몸과 일상, 자연의 요모조모를 엄밀하되 따뜻한 과학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인기 칼럼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를 연재하고 있다. 그가 평생의 연구를 녹여 생명의 화학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이 책이고,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쓴 첫 ‘오파비니아 시리즈’다.
‘우주와 지구와 생명과 인간의 진화’를 담는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 시리즈’는 2007년 앤드루 놀의 『생명 최초의 30억 년』을 첫 책으로 하여, 마이클 벤턴의 『대멸종』,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와 『산소』, 로버트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와 『탄소 교향곡』, 도널드 프로세로의 『공룡 이후』, J. G. M. 한스 테비슨의 『걷는 고래』 등등 세계적인 학자들의 명저를 총서로 엮어왔다. 오파비니아는 하나의 기관이나 분자, 생물 또는 지질학적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생명의 거대한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 『삼엽충』이 한 고생물의 눈으로 고생대와 과학의 역사를 복원하고, 『내 안의 바다, 콩팥』이 작은 기관에서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사를 읽어냈던 것처럼.
이제 시리즈 시작 19년 만에,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오파비니아 시리즈’가 드디어, 한국인 저자의 책이라는, 한국 과학자의 연구 경험과 사유로 쌓아올린 독창적인 과학 서사라는 새로운 장을 연다. 이미 『내 안의 바다, 콩팥』과 『탄소 교향곡』의 번역자로서 시리즈를 빛낸 김홍표 교수가 생명의 역사와 진화를 물질대사라는 시각에서 재구성한 이 역작을 써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