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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5086749 |
|---|---|
| 쪽수 | 180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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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늘 멋진 말로 시작된다. 자유, 평등, 연대, 더 나은 내일. 『동물농장』의 동물들도 인간의 채찍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합친다. 농장을 되찾은 날, 그들은 마침내 자신의 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회의는 사라지고, 질문은 불평이 되며, 약속은 조금씩 다른 문장으로 바뀐다. 어제까지 모두의 것이었던 농장은 어느새 몇몇 돼지만을 위한 곳이 되어 간다.
나폴레옹은 실패의 책임을 늘 스노볼에게 돌리고, 스퀼러는 불리한 사실도 그럴듯한 설명으로 뒤집는다. 양들은 뜻도 모른 채 구호를 반복하고,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기억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돼지들이 침대에서 자고 술을 마시며 인간의 옷까지 입게 되어도, 헛간 벽의 계명은 언제나 그들의 행동에 맞게 고쳐져 있다. 규칙을 어긴 권력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맞춰 규칙이 바뀌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무거운 정치적 현실을 동물들의 이야기 속에 놀라울 만큼 쉽고 재미있게 담아냈다. 잘난 체하는 돼지와 구호만 되풀이하는 양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장 성실한 복서는 더 열심히 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고, 냉소적인 벤저민은 모든 것을 알고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서로 다른 동물들의 태도는 권력이 자라는 동안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침묵하고, 순응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과 전체주의를 풍자한 작품이지만, 특정 시대에만 머무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록을 고치고, 반복되는 구호로 생각을 막고,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어 실패를 떠넘기는 권력의 방식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곧바로 믿어서가 아니라, 너무 자주 들은 나머지 의심하는 일을 포기하면서 진실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 계속 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와 인간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돼지이고 어느 쪽이 인간인지 더는 구별할 수 없다. 인간을 몰아내기 위해 시작된 혁명이 인간을 닮아 가는 것으로 끝나는 이 장면은 짧지만 강렬하다. 『동물농장』은 권력이 어떻게 이상을 훔치고, 언어를 바꾸며, 평등이라는 말을 지배의 도구로 만드는지를 해학과 비극 속에서 보여 주는 작품이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게 잊히지 않는, 웃다가도 헛간 벽의 문장을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