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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2986616 |
|---|---|
| 쪽수 | 447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예술 > 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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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교육연극과 수행적 드라마투르기 연구를 이끌어온 한귀은 교수(경상국립대)의 희곡집 <연극 하지 않을 자유는 없다>를 발간하였다. 그동안 공연과 비평, 이론과 창작의 경계에서 연극을 다각도로 탐구해 온 저자는 이번 희곡집을 통해 ‘낭독극’ 장르의 장막극 4편과 단막극 4편을 창작했으며, 각 작품의 대단원마다 ‘난제(aporia)’와 ‘관점(perspective)’을 추가해 독자와 관객의 입체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저자는 프롤로그 <목소리와 응시>를 통해 소셜미디어라는 거대한 극장 속에서 길들여진 시선에 균열을 만드는 ‘응시의 연극’을 제안한다. 문장이 자동으로 완성되고 감정조차 알고리즘이 재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낭독극으로서의 연극이 가지는 ‘실패와 망설임, 난처함의 수행성’이 어떻게 인간의 진심을 탄생시키고 윤리적 단절을 이뤄내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본 희곡집에 수록된 8편의 작품은 부조리와 단절, 테크놀로지 시대의 인간 조건을 입체적으로 가로지른다.
장막극(4편)에서는 12월 31일의 고립 속에서 AI ‘휴이’와 함께 무의미를 감내하고 감정의 대리 발화를 넘어서는 남녀의 이야기 <도시의 계단을 걷는 사람들>, 학교 방송국이라는 축소판을 통해 익명 제보 시스템의 권력성과 강요된 고백의 파국을 다룬 <오프 더 레코드>, 설화를 바탕으로 가면 뒤의 욕망을 폭로하는 극중극 <하온—처용의 아내>, 이메일과 아카이브로 타자의 사랑에 응시당하는 단절을 그린 <러브 아카이빙>을 선보인다.
단막극(4편)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속 원본 부재와 존재론을 다룬 <스와이프>, 사고 뒤에 숨은 집단 심리와 윤리적 회피를 해부한 <여름 캠프>, 신과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이 버려진 교착 상태를 질문하는 <데드락>, 그리고 폭력의 미래 앞에서 용서와 속죄의 역설을 짚어내는 <역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균열과 말의 윤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 희곡집은 단순한 창작 희곡 8편을 묶은 책이 아니다. 저자 한귀은은 하나의 ‘공연 작품’으로서 무대 위에만 있는 연극을 뛰어넘어, 삶과 사회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대중이 희곡 읽기와 낭독극 공연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성찰하고 토론하는 ‘수행’으로서의 연극을 제안한다. 에필로그 <끝나지 않은 연극, 그 실험적 대안들>은 그 수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까지도 제시한다. 이제 낭독극은 무대뿐 아니라 고등학교 교실에서, 대학교 강의실에서, 구청의 문화센터에서, 혹은 원룸에서 다시 날개를 달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희곡집은 그 꿈을 위한 첫 번째 날갯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