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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85153780 |
|---|---|
| 쪽수 | 38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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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건물과 함께 한 가족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 vs 끝내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
붕괴된 콘크리트 아래 묻힌 진실을 추적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선정
* 크라임리즈 2023 최고의 범죄 소설 선정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여름 기대작 선정
* 페노미널 북클럽 선정 도서
새는 엄마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두 아이와 함께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던 중 끔찍한 참사 소식을 듣는다. 남편 재가 엔지니어로 일하던 초고층 빌딩인 대망타워가 무너진 것. 전직 기자인 새는 붕괴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남편을 목격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다. 분명 최상층 수영장 공사를 맡았다고 말했는데, 그는 지하에서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붕괴 원인을 두고 북한의 테러 가능성과 구조적 결함 등 온갖 추측이 떠돈다. 정부가 개입된 정황이 보이지만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자취를 감춘다. 1986년 대학생 시절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처음 만난 그를 삶의 버팀목으로 의지해온 새는 점점 불안과 의심에 휩싸인다. 결국 소원했던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긴 새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데….
깜빡이던 텔레비전 화면에 파편이 흩어진 거리 위 전복된 자동차 한 대가 보였다.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은 유리 파편을 밟고 지나가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내 화면 구도가 서서히 변해 치솟는 먼지와 연기 기둥이 나왔다.
얼굴이 얼룩덜룩한 기자가 먼지를 뒤집어쓴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굉음이 한 번 크게 울리더니 건물 한가운데가 그대로 주저앉았어요. 살다 살다 이런 건 처음 봤거든요. 굉음을 듣는 순간 당장 빠져나가야겠다 생각했죠. 무슨 기괴한 짐승이 신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안에 사람들이, 그는 말을 더듬으며 손으로 얼굴의 땀을 닦았다. 아직도 갇힌 사람들이 있어요.- 본문 중에서
독재 정권과 기업의 부패, 그리고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
『재를 찾아서』는 1992년 대망타워가 무너진 직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24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참사의 원인과 그 기저에 깔린 사회적 모순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붕괴 직후 긴박한 24시간, 36시간… 그리고 24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대한민국의 격동적인 현대사를 미스터리 장르의 틀 안에 영리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탐욕의 제국 하에서 은폐된 진실
소설은 단순히 참사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태한그룹’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정경 유착과 노동 착취 등 권력층의 추악한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65층 최상층 수영장 설치를 둘러싼 비밀, 붕괴 시점 전후로 행방을 감춘 배 사장과 태한그룹 명예회장의 독백은 이 거대한 붕괴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예견된 인재였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온전히 다 알지 못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다
1980년대, 대학 캠퍼스를 뒤덮은 시위 도중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도서관으로 몸을 피한 새는 시험을 준비하던 재와 마주친다. 독재정권은 시위만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재에게 새는 『역사란 무엇인가』의 한 페이지에 짧은 메모를 남겨 건넨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재는 자신의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나는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재를 찾아서』는 한 사람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지, 그리고 사랑은 어디까지 상대를 알아야 성립하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참사가 남긴 흉터, 24년간에 걸친 미스터리 서사극
비극은 타워가 무너진 그날 끝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잔해 아래 묻힌 진실은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져야 할 자들은 권력의 상층부에 건재하다. 그리고 여전히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들. 이 소설은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모순과 시스템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 앞에 진실은 어떻게 은폐되는가, 우리는 그 비극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 작가의 말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당시 나는 서울에 살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참사는 압축 성장이 얼마나 빈번하게 인간의 생명을 대가로 치러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은유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 대망타워의 붕괴를 통해 암시적으로 그 무게를 담아내고 싶었다. 2014년, 소설을 쓰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땐 그것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고 느꼈다. 내게 세월호 참사는 별개의 비극이라기보다 잘못된 우선순위가 낳은 비극의 연장선처럼 보였다. 안전 규정은 무시되고, 경고는 외면되었으며,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무엇보다 빠른 성장과 성과를 향한 질주 속에서 무력화되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었다. 두 참사 모두 충분히 막을 수 있던 비극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제도와 시스템은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몰두하는 동안 조금씩, 조용히 부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