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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6213837 |
|---|---|
| 쪽수 | 29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교양사상
AI추천 이유
옥스퍼드가 틀렸다 ― 우리는 왜 직업의 미래를 자꾸 잘못 예측하는가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은 향후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예측은 빗나갔다. 사라진다던 직업 중 상당수가 살아남았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직업들이 새로 생겨났다. 예측은 왜 잘못되었는가?
저자는 그 답을 1만 년에 걸친 ‘일의 역사’ 속에서 찾는다. 우리가 직업의 미래를 예측할 때 보는 것은 그 일을 부르는 이름, 사용하는 도구, 일하는 장소 등 직업의 ‘겉모습’이다. 그러나 그 겉모습 아래에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의 본질’이 흐르고 있다. 이름과 형태에 시선을 두는 한, 우리는 변화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직업(Occupation)과 일(Work)
직업(occupation)은 일의 외피이고, 일(work)은 그 안에 흐르는 인간 행위의 본질이다. 대장장이는 사라졌다. 그러나 단단한 금속을 다루어 인간이 쓸 수 있는 도구로 빚어내는 일은, 오늘날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와 3D 프린팅 장인의 손에서 계속되고 있다. 집배원이 손편지를 나르던 시대는 저물었다. 그러나 메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하는 일은, 택배 기사와 디지털 플랫폼 알고리즘의 일로 이어졌다. 직업이라는 외피는 시대의 기술과 제도에 따라 끊임없이 갈아입혀지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해 온 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직업과 일의 구분이 책 전체를 가로지른다. 그리고 이 구분에 익숙해질 때, 독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된다. “내 직업이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바뀐다.
생존·역할·정체성 ― 일의 세 층위
저자는 일의 본질을 세 층위로 나누어 분석한다.
첫째, 생존이다. 모든 일의 가장 기본적인 차원이다. 사람은 우선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한다. 1만 년 전 농부가 곡식을 길러 자기 식구를 부양했고, 중세 길드의 장인이 도구를 만들어 가족을 먹였으며, 오늘의 택배 기사가 새벽부터 짐을 나르며 생계를 잇는다. 시대와 직업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차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역할이다. 일은 한 사람에게 사회 안의 자리를 부여한다. 농부는 공동체의 식량을 책임지는 자리였고, 의사는 죽음에서 사람을 구하는 자리였으며,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는 자리였다. 직업은 단순한 밥벌이를 넘어서 한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이자, 다른 이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책임이다.
셋째, 정체성이다. 인간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한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는다.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직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세 층위는 어느 직업에서나 동시에 작동한다. 다만 시대와 직업에 따라 어떤 층위가 더 두드러질 뿐이다. 책은 스물 네 개의 직업을 따라가며 각 시대가 어떤 층위를 강조했고, 기술의 변화가 그 균형을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짚어낸다.
1만 년, 24개의 직업 ― 일의 강을 따라가는 여정
책은 1만 년 전 초승달 지대의 농부에서 시작해서 대장장이·상인·군인·종교인·점쟁이·의사·법률가·교사·선원·집배원·운전기사·청소부·매춘부·이발사·요리사·재봉사·배우·장의사·작가·기자·통역사·금융인을 거쳐 부동산 중개인에서 끝난다.
각 챕터는 그 직업이 처음 등장한 시점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초승달 지대의 첫 농부, 철을 두드리던 히타이트의 대장장이, 실크로드의 상인, …. 독자는 한 직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변형되고, 어떻게 사라지거나 살아남았는지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읽게 된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나는 직업의 본질
열두 개 챕터에는 영화 속의 장면이 들어온다. 〈인터스텔라〉의 농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군인, 〈패치 아담스〉의 의사, <죽은 시인의 사회〉의 교사, 〈일 포스티노〉의 우편 배달부, 〈라따뚜이〉의 요리사, 〈그녀〉의 작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기자,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증권 브로커….
영화 속 한 장면이 들어오는 순간, 책 속의 글이 갑자기 손에 잡히게 된다. 영화는 책이 말하려는 일의 본질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자료다.
미래의 직업, 그러나 일은 익숙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향후 10~20년 안에 등장할 새로운 직업 10가지를 꼽는다. AI 협업 전문가, AI 윤리 감사관, 기후 리스크 설계사, 공동체 디자이너, 디지털 유산 관리사, 감정 노동 전문가, 바이오 윤리 중재자, AI 트레이너, 사이버 보안 분석가, AI 설계자.
그러나 저자는 이 새로운 직업들의 일이 본질적으로 1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과 같다고 본다. AI 윤리 감사관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기자가 권력을 감시하는 일과 같고, 기후 리스크 설계사가 하는 일은 농부가 자연의 변화를 읽는 일과 같다. AI 설계자가 하는 일은 청동기 시대의 대장장이가 도구를 빚어낸 일과 같다. 직업의 이름은 새롭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다.
역사를 통해 도달하는 결론
1만 년 일의 역사는, 기술이 일을 양극화한다는 사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것은 끝까지 남는다는 사실, 그리고 직업은 바뀌어도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일을 통해 살아남고, 자리를 얻고, 끝내 자기 자신이 된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인간의 삶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기술의 진보가 눈부실수록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계의 능력이 아니라, 오직 인간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다. 무언가를 만들고, 서로를 돌보고, 세상과 관계 맺으며 의미를 부여하는 한, 미래는 두려움의 무대가 아니라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AI 시대의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변화의 한복판에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미래 예측서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미래를 가장 잘 준비하게 하는 책이다. 왜냐하면 미래의 일도 결국 1만 년 동안 흘러온 일의 강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권하는 독자
-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을 직업이라는 창을 통해 보고 싶은 교양 독자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불쉿 잡》, 리처드 세넷의 《장인》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
- AI 시대에 자신의 직업이 어떻게 될지 막연히 불안한 직장인
-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과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부모
직업과 그 직업을 부르는 이름은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들 속 깊은 곳에서 1만 년 동안 흘러온 일의 강은, 우리가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바뀌지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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