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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93779080 |
|---|---|
| 쪽수 | 3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머리말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은 높은 산을 등산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산의 초입부를 걸을 땐 가까운 나무들과 좁은 시야의 사물만 보이지만 높은 지점에 이르면 앞뒤가 다 환히 보인다. 돌아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다 보이게 되는 것이다. 과학도 어느 깊이에 도달했을 때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과학은 어떤 사실을 규명하고 활용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사유하게 하고 앞을 내다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생태학은 지구 아니 온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연관되어 서로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그 이어짐이 조금만 끊겨도 우리가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책에서 푸르름이 가득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꽃과 곤충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상생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곤충이라고 하면 징그러운 생물, 우리에게 해만 주는 생물이 아님을 알게 되면 좋겠다. 또한 꽃과 곤충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오랜 세월 동안 서로가 함께 진화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진화(coevolution)는 어떤 개념인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과학으로 설명해 주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이해를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살피고 지구의 미래와 우리 삶의 모습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생태계 구성원들의 이해를 통해 관계의 의미를 살피다 보면 지구의 미래를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이 더 구체화 되어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섞여야 한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統攝) 개념이 지구 위기를 극복할 담론이 되었으면 좋겠다.
곤충과 눈을 맞춘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글은 이름의 유래를 찾아 꽃과 곤충에 친숙할 수 있는 쪽으로 글을 썼고, 그것을 토대로 동생은 인간의 삶과 곤충의 삶이다르지 않음을 다시 이야기했다. 공진화 부분에서는 생물학자로서의 생각을 담았다. 동생이 쓴 이야기와 시에는 70~80년대 우리가 했던 놀이나 풍경이 있다. 우리 가족사도 있다.
그것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놀이나 풍광들은 사회가 진화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 것들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도 어느 순간 기억에만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 여기에 실린 사진 속 꽃이나 곤충들도 어느 날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지금 여기를 날고 있는, 피고 지는 것들은 먼 훗날 추억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삶이 변하면 풍경이 달라지고 우리의 모습도 그에 발맞춰 달라진다. 삶이 변해도 지킬 수 있다면 지키는 것이 우리가 누리는 자연이며 또한 그것은 우리를 지켜내는 것이기도 하다.
꽃이 피어있는 어느 날 이 책의 독자가 꽃에 앉은 나비나 벌을 보면서 그전까지 무심했던 눈길이 호기심과 감사함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끔 꺼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꽃 피는 봄날 죽향골 아향실(雅香室)에서
김 종 선
*
살면서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예외 없이 변해간다. 사랑하는 사람도, 부와 명예, 건강도 때가 되면 떠나간다. 나 또한 언젠가 세상을 떠나가겠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가득 안아 본다. 언젠가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꽃과 나비와 벌과 곤충들. 생태학자인 오빠는 그것들과 눈을 맞춘다. 움직이고 있는 작은 눈과 눈을 맞추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눈과, 몸짓은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과거처럼 도태되어 먼 훗날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을 찍은 오빠의 마음과 지금 여기 아름답게 살고 있는 그들의 시간을. 그러나 그것들과 통섭하면서 만나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어찌 생각하면 두 개의 조합이 아주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 생태계와 다르지 않음을 찾으려 노력했다. 생물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기에 어리숙하고 부족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독자분들이 헤아려 주리라 믿는다.
쓰다 보니 그리운 것들도 많고, 잊고 있었던 것들도 떠올랐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 환갑을 넘기니 과거를 회상하고 쓰는 일이 하나의 매듭을 묶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면서 기쁘고 행복하고 가끔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 속에는 있지만 사라진 우리의 놀이와 문화가 참 많았다. 단편적으로 떠오른 기억들이라 다른 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었어도 각자의 기억은 다른 법이다. 글을 읽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은 사라진 놀이나 문화처럼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곤충과 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그들도 사라지는 것은 모두 그들의 세상을 남긴다.
김 청 미
책장을 넘기며 처음에는 정원의 식물과 이름도 낯선 나비들을 따라가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읽을수록 자연의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의 삶으로 스며든다. 꽃이 피고 지고,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듯 우리도 결핍과 상처, 기다림을 지나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결핍은 때로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식물과 곤충, 과학과 문학이 어우러진 책의 구성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묘한 것은 읽는 동안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되고,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공감과 흡인력이다. 정원을 들여다본 줄 알았는데, 결국 마주한 것은 자연 속에 놓인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정원의 비밀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질문을 건넨다. 지금의 결핍과 기다림도 어쩌면 또 다른 나로 피어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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