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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55868579 |
|---|---|
| 쪽수 | 52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반양장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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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뽑힌 대중들의 시대에
한나 아렌트를 다시 읽다.
이 책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라는 인류사적 참사를 불러온 ‘전체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강화되었는지를 탐구한 한나 아렌트의 주저, 전체주의의 기원의 해설서이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국민국가가 발생했던 18세기부터의 전반적인 유럽사회의 흐름과 분위기,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 등 전체주의의 배경을 넓게 살피며 진행과정과 그 특징을 분석했다.
저자인 이은선 교수는 원전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며 아렌트가 전하고자 했던 맥락을 살리면서도 ‘신학(信學)’, 사람 간의 ‘신뢰’를 중심에 둔 새로운 관점을 더하여 전체주의의 기원을 독창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사회의 모습을 예로 들어 아렌트의 분석을 한 걸음 더 가깝게 우리의 현실에 끌어왔다. 저자는 아렌트가 묘사한 전쟁 직전의 유럽이 좌절과 냉소, 정치적 혐오와 배제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많은 부분 겹쳐 보인다고 지적하며 현대에 전체주의의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촉매로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를 지목한다. 국민국가가 형성되고 있는 유럽에서 제대로 된 계층으로 자리 잡지 못했지만, 국제적 연결망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어느 정도 지위를 유지하는 유대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팽창을 위한 팽창”을 추구하는 극한 경쟁의 제국주의 사회에서 공동체를 잃고 소외된 폭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음모론, 식민지배 과정에서 강화된 인종주의와 만나며 전체주의로의 이행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전체주의 운동들은 몰락했지만,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는 그 대상과 이름을 바꾸고 여전히 현대사회에 남아 있는 듯하다. 아렌트는 1960년대 미소 냉전에서, 저자는 베트남 전쟁이나 중동의 갈등상황 등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와는 관련이 없는, 초강대국들에 의한 분쟁들에서 과거 제국주의 시대와의 유사성을 보았다.
그러나 아렌트가 일련의 분석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필연적으로 전체주의의 재앙이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문에서 집필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의 헌법 체계와 정부 형태에 기대를 걸며 인류가 그런 흐름을 경계한다면 전체주의 독재가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내보인다. 저자 또한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대중들이 소속감을 잃고 소외되어 폭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신뢰”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방안을 제시한다.
18세기 이후 유럽사회가 어떻게 한 걸음 한 걸음 전체주의의 재앙으로 걸어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상기시켜 주는 한편, 우리 사회가 같은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