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프롤로그
오랜 인연에 감사하며 · 4
그때 그 즈음에 형사 하나가 현장에 있었습니다 · 6
1부 형사 김복준
진짜와 가짜 · 16
세상에서 가장 비싼 양주 · 18
아내의 도시락 · 23
빵이나 먹지요!·26
경찰 입문 · 29
형사의 기원 · 31
아빠를 처벌해주세요 · 33
불발탄과 국수 · 35
호랑이는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다 · 38
이면지 활용 · 40
사기꾼 · 43
수사곤동입 · 46
김○○ 할머니 김밥 · 48
이제는 말할 수 있다・50
가짜 · 55
끗발 · 57
잠복근무와 번데기 · 61
기억의 단계 · 66
물난리와 미숫가루 · 68
죄가 있는 곳 · 70
형사로 산다는 것 · 72
신문지 깔아!·76
간통전문 수사관 · 80
악연 · 83
가족도 외면하는 죽음 · 86
아름다운 이별이 아쉬운 세상 ・90
유감 · 92
부질없는 계급장만 남기고 떠난 이 · 95
무속인 · 98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101
사형제도와 화형식 · 104
형사 · 106
故김창호 경위 · 109
소도둑과 공동묘지 · 111
월미도의 두 친구 · 115
동료를 보내고 · 123
도둑세계의 전설 · 127
기지촌에서 겪은 법과 현실 · 131
증거를 찾아라 · 138
빨랫줄과 도둑 · 142
경광등 · 146
귀신잡기 · 148
무당도 나를 싫어한다 · 153
존속살해 · 156
서울과 경기의 경계에 서서 · 160
트랜스 베스티즘 · 164
바보들 · 168
이 세상에 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170
형사의 삶 · 174
2부 인간 김복준
내 인생의 '훈장' · 178
어머니 전상서 · 180
'그 인간'이라고 부르더이다 · 182
와인병을 든 남자 · 185
흐르는 물처럼, 이름 모를 꽃처럼 · 188
내 삶의 노스탤지어 · 190
서진여인숙 · 192
후회없이 떠나던 날 · 195
근본 · 197
아프다면 한 발 앞으로 · 199
스스로를 지키는 자, 세상을 지킨다 · 201
기대어도 괜찮아 · 203
좀 늦으면 어때 · 205
도둑놈의 줄타기 · 207
국민과 차벽 사이 · 211
VIP 안전모 · 213
젊은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215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217
벚꽃 같은 세월 · 219
어리석음의 미학 · 221
딸 그리고 아내 · 223
대한민국 연가 · 225
은행나무 · 227
지하철 '떡판' · 229
기대어 산다는 것 · 231
임산부과 꽃의 공통점 ·233
강냉이 아저씨 · 235
비움과 채움이 있는 삶・237
낚시터 단상 ·239
60세 생일의 다짐·241
후회 · 243
내 아이들에게!·245
가족이라는 우주 · 251
우리 모두 늙습니다 · 253
복요리와 돼지갈비 · 255
늙은 잠자리 ·257
귀향 · 259
사자(死者)와 만나다・261
불곡산(佛谷山)·272
신묘한 여인 · 274
청천벽력 · 281
개구리(1)·283
개구리(2)·289
회색인생 · 295
타일을 보며 · 297
섭섭해서 미안해 · 298
인간다움에 대하여 · 300
때 그리고 가치 · 302
[본 문]
《경찰청 사람들》이란 프로그램에서 촬영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나와 고참 형사 세 명은 아이를 훔쳐 간 사람 집에 가서 범인을 검거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두 엄청 긴장했다.
큐!
안 형사, 이 형사 : (동네 구멍가게 들러서 탐문을 한다.) 아주머니, 혹시 최근에 아이가 갑자기 생긴 집이 있나요?
가게주인 : 모르겠는데요.
이 형사 : (실망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오며 안 형사를 보고) 형님, 배고픈데 빵이나 먹죠.
안 형사 : 야, 지금 빵이 문제냐?
이 한 컷을 찍는데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큐!’란 사인과 카메라만 나타나면 그 짧은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 최종적으로 형사계장이 국어책 읽는 것처럼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것도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랬던 내가 요즘 방송을 한다. 경륜은 아닐 거고 연기 학원이나 스피치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다. 무엇일까, 이 뻔뻔함은?
27쪽
“‘수사곤동입’하셔요!”
얼마 전 결혼한 딸이 겨우 한글을 배우던 네 살 즈음 내 생일 카드에 써주었던 문구다. 원래 딸이 의도했던 것은 “‘수사권 독립’하셔요!”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 살짜리 딸은 제 아빠가 입에 달고 살았던 ‘수사곤동입’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빠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니 아빠를 위해 축원한 말이었다. 이제 그 딸은 서른 살을 훌쩍 넘겨 결혼을 하고, 그 아빠는 퇴직해서 전직 경찰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로 경찰에게 독자적인 수사권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46쪽
“누가 뭐래도 경찰관은 죽으면 모두 천국에 갈 것이다. 남들이 하기 싫은 것, 더러운 것, 보기 싫은 것,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우리가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 썩은 시체를 만지는 영안실 염장이도 되고, 타인이 위험할 때 목숨을 걸고 구하지 않으면 ‘역적’도 된다. 그래서 자의건 타의건 우리는 남을 위해 무한정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의기소침해하는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말마저도 부하 직원들에게 하지 못하겠다. 내가 무슨 염치로 또 그런 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다음날 그놈을 산에다 묻었다. 흙으로 돌려 보낸 것이다. 본인은 여행도 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마음껏 날아다니고 싶다면서 화장을 해서 한 줌의 재로 훨훨 날려 보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결정은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었다.
125쪽
형사란 직업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실제와 비교해서 100분의 1이라도 알까? 그저 강력범을 잡는 사람들, 조직 폭력배를 검거하지만 그들과 유사한 사람들, 아주 냉정하고 지극히 고압적인 사람들, 술 잘 마시고 적정히 탈선해서 할 짓 다 하고 사는 사람들, 사건 청탁받으면 눈감고 비리에도 쉽게 연루되는 사람들, 운동으로 다져진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 어떤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은 사람들.
과연 그럴까? 그런 형사들도 이른 아침 출근길, 발끝에 부딪치는 풀포기, 돌부리 하나에도 고마워할 줄 알고,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에 뒤돌아서서 눈물도 흘릴 줄 알고, 출장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먹먹해져 운전을 멈추기도 한다는 것을 알까? 그토록 속썩이던 범인을 검거해서 교도소로 보낸 날, 쓴 소주 한 잔을 마시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그 공허함에 대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새벽에 귀가해서 곤히 자는 아내와 자식의 얼굴을 보며 알 수 없는 설움에 복받치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사실은 알까? 법리 하나를 적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판례를 뒤적이는지도 알까? 옆구리에 칼을 맞은 짧은 순간에도 부모자식을 위해서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무모함으로 버티는 ‘똥배짱’이 형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까? 무슨 일만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매도하는 구설수들이 형사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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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75쪽
그때부터 저는 어디서건 개구리만 보면 흠칫 놀라버리곤 합니다. 개구리를 보기도 싫고 만지기는 더욱더 싫으며 중학교 생물 시간에 개구리를 해부할 때도 고집스럽게 개구리를 만지지 않아 바보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 뇌리 속에 박혀 있던 반쯤 썰어진 개구리의 등짝과 툭 튀어나온 개구리의 검은 눈알이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개구리를 남획하여 우리 산하에서 개구리가 멸종상태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법에서 자연보호법이니 뭐니 하면서 개구리의 남획을 막고 있을까요. 텔레비전에서건, 그림에서건 개구리만 보면 저는 그날의 개구리와 친구 ○○를 기억합니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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