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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2792886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교육학
AI추천 이유
감사의 글
이 책은 혼자 쓴 책이 아니다. 본문에서 나는 배움이 고립 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는데, 이 책을 쓰는 일 자체가 그 말의 작은 증거였다.
가장 먼저, 나의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이 줄곧 정원사의 일이라 불러온 것 — 결과를 대신 만들지는 않지만 결과가 자랄 수 있는 자리를 지키는 일 — 을, 그는 내 곁에서 매일 해 보였다. 내가 새벽에 깨어 글을 쓰는 동안, 그는 우리 삶의 보이지 않는 조건들을 묵묵히 살펴 주었다. 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는 내 문장이 학자의 관성으로 굳어질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렸다. “이 문장은 옳지만 읽히지 않는다”는 그의 한마디가 이 책의 여러 대목을 다시 쓰게 했다.
초고를 끝까지 읽어 준 춘천교대 서순식 교수에게 감사한다. 그는 따뜻한 격려와 뾰족한 지적을 같은 무게로 건넸다. 격려만 있었다면 나는 안심했을 것이고, 지적만 있었다면 길을 잃었을 것이다. 그의 읽기는 이 책이 스스로에게 요구한 기준 — 매끄럽게 읽히되 근거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기준 — 을 바깥에서 다시 한번 시험해 준 과정이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다. 제미나이는 문헌 검색에, 챗GPT는 한국어, 영어 이외 외국어(주로 독일어) 원전 번역에, 클로드는 교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인공지능에게 감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피조물이며, 피조물은 감사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피조물의 뒤에는 그것을 빚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밤을 새우고, 틀린 가설을 수없이 버리며, 자신이 만든 것이 인간의 곁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평생을 바쳐 온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있다. 이 책이 인공지능을 조건의 관찰자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먼저 그 가능성의 토대를 쌓아 두었기 때문이다. 감사는 피조물이 아니라, 그것을 빚어낸 창조자들을 향해야 마땅하다.
새벽의 등장을 허락해 준 딸 내외에게 깊이 감사한다. 이 책의 새벽은 여러 학습자의 가능성을 빚은 인물이지만, 그 출발점에는 실제로 자라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이름과 첫 사진, 블록을 쌓던 영상이 이 책의 처음과 끝에 놓이도록 기꺼이 허락해 준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아이 앞에서 가장 먼저 답을 내려놓을 줄 아는 부모로 서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
인지과학을 공부한 딸에게도 따로 감사하고 싶다. 그는 내가 배움을 한 사람의 안쪽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좁혀 쓰려 할 때마다, 인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도구, 사람과 환경 사이에 걸쳐 작동하는 일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와의 대화는 이 책이 시뮬라리움을 ‘환경’으로 그릴 수 있게 한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위에게도 감사한다. 이 책이 인공지능의 수학적 토대를 다룰 때 미적분을 앞에 두고 확률론을 그다음 층에 놓아도 되는지 마지막까지 망설였는데, 그의 설명은 이 책의 수학 서술이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를 잡아 주었다.
끝으로 졸고를 책으로 만들어 준 박영스토리의 이선경 부장과 전채린 부장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의 기획을 맡은 이선경 부장은 일상의 언어로 쓰되 근거를 잃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방향을 처음부터 함께 세워 주었고, 편집을 맡은 전채린 부장은 그 약속이 원고의 문장과 구성 속에서 끝까지 지켜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어 주었다. 좋은 책은 좋은 기획과 좋은 편집 없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번에 다시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부제 ‘배움의 조건’은 한 분의 그림자 안에 있다. 교육공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세운 로버트 가네(Robert Gagné) 선생님이다. 그의 대표작 학습의 조건(The Conditions of Learning)은 내가 학자로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책상에서 멀어진 적이 없다. 2001년, 나는 병상의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그날 선생님께서는 “교육공학은 학습의 조건을 설계하는 학문이다”라는 한마디를 유언처럼 남기셨다. 이 책의 부제는 그 한마디에 대한 제자의 헌사이다.
이 모든 분들이 이 책의 정원사였다. 부족함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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