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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2045641 |
|---|---|
| 쪽수 | 18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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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공백은, 빈 것처럼,
보이거나,
공백은, 하얗지만,
무(無)가, 아니고,
격렬하게, 주저한, 흔적의, 기록일 수도, 있고,
2026년 8월
황혜경
■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詩作)하지만, 시는 지우려고 시작할 때 더 남는 장르가 아닐까, 경험에 의하면 절대 남는 장사는 아니겠지만,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고 밤낮없이 썼다,
왼손은, 모르게,
도, 모르게,
이, 모르게,
오른손에 가장 작은 몽당연필이 남을 때까지,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나를 바라본 적 있는 눈동자 속에서, 순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혹시, 내가 없더라도, 그들이 나를 생각하는 순간마다, 황혜경식으로 계속 씌어지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준다면, 완전히 삭제되지는 않을 것이며, 섣불리, 소멸을 꿈꾸던 오만한 마음은 지워질 것이며, 아주 없는 날은 아닐 것이며, 오늘, 또 하나의 몽당연필을 그 자리에 묻었는데, 점점, 연필 무덤은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쓰면서 지금은 살아 있다, 아직은, 마침표를 찍을 때가 아니면 좋겠는데, 쉼표에 기댄 날들의 기록, 문장부호 하나가 나를 살게 한다는 실감, 이 시집은 호흡곤란 상태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목이 떨어져 나갔거나, 다리가 없는 듯한 지점에서, 달리, 숨을 쉬고자 하는 것이, 왜, 그토록, 힘이 들까, 내가 내 죽음을 해명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쓸 것이므로,
쉼표가 있는 자리에, 숨이 남아 있을 것이다, 지난 숨이, 묻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