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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들어라 - 피카소의 화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침묵까지(철학하는 철학사 4)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박종대
- 열린책들
- 2026년 0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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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2925837 |
|---|---|
| 쪽수 | 5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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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 제4권 출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철학 분야 1위!★★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철학사서도 아니다.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하는 철학사〉다!
현대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흥미진진한 서양 철학사
2015년 독일에서 첫 권이 나온 이래,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는 서양 철학 전체를 새로 쓰는 작업을 수행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 『세상을 알라』와 『너 자신을 알라』가 잇달아 출간되며 〈철학사를 소설처럼 풀어낸다〉는 평을 얻었다. 이후 2024년 『너 자신이 되어라』로 6년 만에 돌아왔고, 이제 2년 만에 20세기 현대 철학을 다루는 『세상을 만들어라』에 이르렀다.
고대인은 세계의 질서를 발견하려 했고, 근대인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20세기 철학자들은 전혀 다른 질문을 마주한다. 〈세계는 관찰되고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언어와 행위와 해석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지 않은가.〉 저자는 이 책에서 20세기 철학이 왜 유독 〈구성〉과 〈해석〉, 〈언어〉와 〈실존〉이라는 개념에 매달렸는지를 역사적 격동과 철학자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추적한다.
베르그송의 웃음, 프로이트의 무의식,
후설의 현상학, 하이데거의 존재,
그리고 언어라는 유리병에 갇힌 파리
저자는 20세기 철학사의 문을 철학자가 아닌 화가로 연다. 그 주인공은 1907년 아프리카 가면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아비뇽의 처녀들」을 완성한 피카소다. 전통적인 서양 미술이 고수해 온 원근법과 단일한 시점이 무너지고 여러 개의 시선이 한 화폭에 공존하게 된 입체주의라는 사건은, 뒤이어 등장할 베르그송의 〈시간〉과 후설의 〈다층적 의식〉, 프로이트의 〈무의식〉 등 철학 진영이 공유하게 될 인식, 즉 〈고정된 절대적 관점은 더 이상 없다〉는 공통 인식을 회화의 언어로 미리 증언한다. 이 도입부는, 이 책이 철학계를 넘어 한 시대 전체의 감각으로 철학을 다루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어서 책이 공들여 다루는 장면은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1916~1917년 겨울 빈에서 정신분석은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에 이어 인류에게 가한 〈세 번째 모욕〉이라고 규정한 순간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선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로이트 이전에 이미 셸링과 카루스, 하르트만이 〈무의식〉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프로이트가 정말 코페르니쿠스나 다윈에 견줄 개척자였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다만 미묘한 차이는 있다. 그들에게 무의식이 신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힘이었던 데 반해,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어둡고 동물적인 것이었다. 저자는 이 차이를 통해 정신분석이라는 20세기의 신화가 조립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다음에는 현상학의 대부 에드문트 후설이 등장한다. 〈사태 자체로!〉라는 구호 아래, 선입견을 버리고 인간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것으로부터 다시 세계를 인식하자는 제안이다. 당대 철학계의 슈퍼스타였던 베르그송과 후설의 묘한 라이벌 관계도 흥미롭다. 후설은 베르그송에 별 감흥을 얻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깊은 자아〉에 천착한다는 점에서는 그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경쟁자로 여겨진 두 철학자가 실은 같은 길잡이별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에른스트 카시러의 〈상징 형식의 철학〉과 한스 바이힝거의 〈마치 ~인 것처럼의 철학〉이 뒤를 잇는다. 상징을 만들어 내는 동물로 인간을 재정의하는 카시러, 종교와 철학과 과학 모두가 유용한 허구 위에 서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힝거가 나란히 등장하면서, 20세기 초의 철학이 〈진리〉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심문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장의 주인공은 마르틴 하이데거다. 제1차 세계 대전기의 프라이부르크에서 심장 질환으로 징집을 면한 청년 하이데거가 스콜라 철학의 실재론, 유명론 논쟁에 몰두하고 있다. 책의 초점은 〈이 청년이 어떻게 『존재와 시간』이라는 20세기의 가장 논쟁적인 저작에 도달했는가, 그리고 〈전향〉의 꼬리표가 붙은 그의 후기 사유가 그의 정치적 선택과 어떻게 얽혀 있는가〉에 있다. 철학과 정치적 책임이라는 문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대목이다. 뒤따르는 장들은 마르크스주의가 파시즘이라는 재앙으로 굴절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그람시와 크로체를 거쳐 발터 베냐민을 주목한다. 기술적 복제 시대에 예술 작품의 〈아우라〉가 사라져 간다는 그의 진단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책의 문을 닫는 인물은 비트겐슈타인이다. 세계를 완벽한 논리와 명제로 서술하겠다던 『논리철학논고』의 젊은 철학적 야심은, 후기에 이르러 〈유리병에 갇힌 파리에게 나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 철학의 일이라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다. 교사와 정원사, 병원 조수를 전전하며 철학의 언저리를 맴돈 이 기이한 이력을 두고, 저자는 〈그 방랑이야말로 그의 후기 철학이 언어 게임과 삶의 형식, 세계상이라는 개념에 이르게 된 조건이었다〉고 해설한다. 〈내가 멋진 삶을 살다 갔노라고 친구들에게 전해다오〉라는, 1951년에 비트겐슈타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정언 명령의 확실성에서 출발한 근대 철학이, 20세기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지나 자신의 말년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 철학으로 제련되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폭발한 시대,
철학자들의 삶은 어떻게 위대한 사유를 낳았는가!
철학계를 생각하면 세미나실에서 점잖게 토론하는 학자들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책이 그리는 20세기 전반부는 마냥 평온하지 않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의 낙관, 1914년과 1939년의 두 차례 세계 대전, 그 사이에 짧게 존재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 실험과 좌절, 나치즘과 파시즘의 부상 등 시간을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철학자가 온몸으로 통과했다. 베르그송은 나치에 복무한 프랑스 비시 정권이 유대인 등록을 강행하자 개종 계획을 접고 스스로 〈학자, 철학자, 유대인〉이라 써서 등록했으며, 강제 이송을 겨우 피하고 얼마 뒤 기관지염으로 눈을 감았다. 프로이트는 나치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했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하이데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으로서 나치당에 입당했다. 저자는 이 철학자들의 사유를 시대와 분리된 순수한 논증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몸담았던 대학과 도시, 그들이 내린 정치적 선택을 총체적으로 서술하며, 20세기 철학이 왜 그토록 언어의 확실성과 존재의 근거를 캐물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철학하는 철학사〉 시리즈의 미덕은 철학자를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학파와 사조로 분류하는 대신, 인물들 사이의 호의, 경쟁, 오해 등 관계성을 통해 각자의 사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데 있다. 베르그송과 프로이트가 같은 해에 각자의 대표작을 준비하던 사정, 후설의 제자였던 하이데거가 스승과 결별하기까지의 과정, 빈학파의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비트겐슈타인이라는 반쯤 신화적인 인물을 오독하고 다시 이해해 나간 궤적이 뒤엉켜 한 시대를 흔든다. 〈세상을 만들어라〉는 철학사를 인물 중심의 지적 드라마로 읽고 싶은 독자, 대학 교양 철학 강의에서 스치듯 배운 이름들이 실제로 누구였는지 궁금했던 독자 모두에게 〈위대한 지적 성취〉로 통하는 탁월한 입구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