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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4345114 |
|---|---|
| 쪽수 | 16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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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는 곳은 우리가 느끼는 세속적 지상이 아니다. 우선 “꽃잎에 베인 상처가 향기롭다”는 말 자체가 세상의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역설의 향취를 풍긴다. 거기에 “여기는 시린 바람의 나라”라는 말이나, “새들이 사라진 자리/ 다시 별이 태어나고”라는 말, “다시 올 우주를 향한 경배”라는 말 등에서 이 시적 공간은 우주적이고 환상적이며 초월적임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신선들이 산다는 ‘선계(仙界)’ 내지 ‘선경(仙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 선계에 사는 존재라면 “달이 수레를 멈추고/ 꽃의 식은 이마를 짚는” 일을 여상(如常)하게, 그야말로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온 우주가 하나의 ‘도(道)’라는 의미로 완결된 세계이기에 이질적 분리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수행의 과정으로서 참된 진리를 찾는 일, 즉 “산다는 것은/ 그를 찾아 헤매는 일”은 구도(求道)의 증표로, 자신의 실존적 증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가! 얼마나 눈물나는 꿈인가!
이런 세계에 사는 존재라면 “냉혹한 그를 향한/ 뜨겁고 진한 용서”의 정신과 자세를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 중간중간 “꽃이 된다는 것은/ 천 개의 만월을 품고/ 이지러지는 일”(「어느 수행자의 겨울 2」), “휜 달 하나/ 구릉을 넘어온다”(「화엄 바다 5」), “바라본다는 것,/ 등 뒤 살진 그늘을 둥글게 펼치며/ 숲과 달을 품는”(「달무리 사랑법」) 등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전개는 남다른 향취를 풍긴다. 서경원 시인은 ‘도의 세계’로 빠지고 싶은 수행자이고자 하는가?
수행자가 되고 싶은 꿈은 현실적 삶의 고됨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행자의 꿈이 정말 본질적인 인간의 꿈이자 지향이라면 어찌 그러한 이미지의 전개가 허황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인은 이미 주문처럼 “밤새 달빛 길어/ 옷의 견장을 고쳐 단다// 낯설지 않아/ 두렵지 않아”(「견장을 다는 밤」)라고 외고 있다. 간절하지 않은가! 절절하지 않은가! 12년 만에 외출한 어느 수행자가 자신의 현존에 드리워진 질곡의 운명을 자각하고, 이를 깨뜨려 더 높은 세계로 비약하고자 하는 꿈을 이런 애틋하고 아름다운 시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장엄한 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경원 시인의 시는 인간의 영원하고 심원한 염원을 노래한 전형이다.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