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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만개(큰글자도서) (마음산책 짧은 소설)

  • 김초엽
  • 마음산책
  • 2026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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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88960901711
쪽수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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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쓸모없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설명되지 않는 존재들이 머무는 자리에서

세계의 경계를 다시 쓰는 소설가

김초엽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 출간

 

인간과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갱신해온 소설가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김초엽은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와 문제의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첫 짧은 소설집 『행성어 서점』이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하는 낯선 세계를 열어 보였다면, 『해파리 만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을 되묻는다.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믿는 모래’, 갑자기 생겨나 증식하며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해파리’, 몸에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는 끈적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발되었다가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우주선에 불시착해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가 된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품고 인간과 교감하는 골렘까지 『해파리 만개』에는 익숙한 질서에 매끄럽게 포섭되지 못하고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불편함을 동반한 채 인간의 반경 안으로 스며드는 그들을 김초엽 작가는 중심으로 불러내며, 그 자체로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존재임을 인식케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쓸모, 기능, 효율과 같은 기준과 질서가 흔들리는 자리에서, 독자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설명되지 않는 것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짧은 소설집에는 빛의 입자와 색의 확산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그림작가 박지숙이 함께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유영하는 듯한 그림들은 소설 속 장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이야기의 감각을 이미지 차원으로 환기한다.

 

천장 틈새로 보이는 도시의 골목이 해파리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해파리들은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것이다.

_「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에서

 

 

닿고 나서야 드러나는 얼굴들

점차 넓어지는 세계와의 접촉면

 

『해파리 만개』 속 인물들은 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인간이 타자와 마주하고 접촉하는 순간에 주목하며, 우리가 지닌 이해와 기준이 어떻게 흔들리고 달라지는가를 포착한다.

모래는 직접적인 접촉 대신 풍경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르게 감각하는 능력을 지녔고(「모래 이야기」), ‘는 미라 아주머니에게 구매한 끈적이를 만지며 외부의 생각과 느낌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하며(「끈적이」), 길을 잃고 우주선에 불시착한 젤리와 직간접적으로 닿은 은수와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는다(「젤리의 우울」). 서로 다른 방식의 닿음을 통해 대상과 주체의 경계는 흐려지고, 감각의 작동 방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너무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젤리는 무척 우울해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어떤 기분일까? 꼭 필요한 존재였다가,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_「젤리의 우울」에서

 

이러한 변화는 때로 고통과 불안을 동반하며 자아를 위협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이야말로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하나의 통로로 작동한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것, 붙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이 작품집은 알려준다.

 

 

그럼, 네 진짜 이름은 뭐야?”

쓸모를 묻는 세상에서

이름을 붙이고 곁을 내어주는 마음

 

김초엽 작가는 존재를 규정해온 기준들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제한적인지 드러내는 동시에, 그 너머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가 꾸려놓은 세계 속 존재들은 더 이상 기능과 효용으로 나뉘거나 남겨지는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 등으로 생성된 해파리가 도시를 장악하자 인간들은 혼란에 휩싸이면서도 공존 방식을 깨닫고(「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인간의 타자수 역할을 하다가 쓸모를 다하자 방치된 인공의식 네모는 자신을 회수하러 온 구조 단체 활동가 성은수와 마주하며(「사각의 탈출」), 기이한 생명력이 깃든 석상 골렘은 움직임을 가르쳐준 를 오히려 이끌어 새로운 장소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쓸모라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다. 쓸모로 가치를 가늠해온 세계에서 김초엽 작가는 밀려난 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호명함으로써,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위치시킨다. 이처럼 『해파리 만개』는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과 함께 놓이는 일,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곁을 내어주는 마음을 사유할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 작가(김초엽)의 말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계에 던져진다면, 나는 그 세계를 결코 한눈에 파악하지는 못할 것이다. 새도 아니고 키 큰 나무도 아니니까. 땅에 바짝 발 붙인 채 정처 없이 걸어가며 파편들을 주워야 할 것이다. ()

 

그 모든 파편 사이를 헤매다 한참을 멀어진 다음에야 , 그런 세계였지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멀리 가고 싶어 하던 이 소설들은, 다시 종이 위에 놓였다.

 

 

목차

[목 차]

작가의 말

 

모래 이야기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끈적이

사각의 탈출

젤리의 우울

사모나


[본 문]

24쪽 「모래 이야기」
네가 지닌 진짜 힘은 고정하는 힘이 아니라 바라보는 힘이야. 응시하는 힘이지. 너는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이 세계가 느린 숨을 쉬게 해.

46쪽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그러니까 해파리는 오류와 우연이 만든 존재, 태생부터 오류와 우연으로 생겨난 존재야. 해파리에게는 목적도 없고 쓸모도 없어. 그것들은 그냥 거기에 존재하기 시작했고,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증식하기 시작했어. 해파리들은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지. 그것들은 쓸모없고, 아무 기능이 없고, 애초에 기능을 가지려는 의지조차 없으니까.

74쪽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이제 우리는 매일 해파리들의 유영을 본다.
그것들은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살피지 않았던 전선이나 벽의 틈새나 굴뚝 따위에 시선을 빼앗긴다. 해파리들은 매일 어느 때든,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부지불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81쪽 「끈적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터질 것 같았다. 무서웠던가? 조금은. 잡아먹힐 것 같았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고작 반투명하고 끈적거리는 물체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끈적이의 표면이 아니라 내부가, 그 안에 있는 것들이, 나에게 말과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고 있었다.

115쪽 「사각의 탈출」
나는 이제 연필을 쓰는 성은수가 아니라 연필의 움직임을 받아 옮기는, 쓰는 도구의 쓰는 도구가 된다. 사각의 말을 쓴다. 멀리까지 가요. 우리의 말을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요. 나는 말할 거예요. 계속 쓸 거예요. 내가 다 닳을 때까지.
그러면 당신은 내 말을 볼 수 있겠죠.

125쪽 「젤리의 우울」
게다가 젤리가 흘리고 다니는 그 ‘물질’은 매분 매초 선함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다들 처음에는 우는 게 부끄러운지 눈물을 통제하기 힘들 때마다 공용 화장실로 숨어들었는데, 다들 그러는 통에 정작 급한 사람들이 화장실을 못 써 배를 움켜쥐고 복도에 우르르 줄을 서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공용 화장실 앞에는 ‘화장실에서 울기 금지’ 경고문이 붙었다.

143쪽 「사모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석상공원은 다시 정지된 풍경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쓰다듬었던 석상은 나에게서 몇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어떻게 죽어 있던 것들이 생명을 부여받았을까.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질문들. 많은 질문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대답들.

201~202쪽 「사모나」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꼬마들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사모나가 정말로 파티클의 행성이라면, 정말로 그런 존재가 있다면…… 우리가 감히 개입할 자격 같은 건 없지 않겠습니까.”

 

출판사 서평

천장 틈새로 보이는 도시의 골목이 해파리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해파리들은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것이다.
_「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에서


닿고 나서야 드러나는 얼굴들
점차 넓어지는 세계와의 접촉면

『해파리 만개』 속 인물들은 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인간이 타자와 마주하고 접촉하는 순간에 주목하며, 우리가 지닌 이해와 기준이 어떻게 흔들리고 달라지는가를 포착한다.
‘모래’는 직접적인 접촉 대신 풍경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르게 감각하는 능력을 지녔고(「모래 이야기」), ‘나’는 미라 아주머니에게 구매한 ‘끈적이’를 만지며 외부의 생각과 느낌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하며(「끈적이」), 길을 잃고 우주선에 불시착한 ‘젤리’와 직간접적으로 닿은 ‘은수’와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는다(「젤리의 우울」). 서로 다른 방식의 ‘닿음’을 통해 대상과 주체의 경계는 흐려지고, 감각의 작동 방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너무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젤리는 무척 우울해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어떤 기분일까? 꼭 필요한 존재였다가,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_「젤리의 우울」에서

이러한 변화는 때로 고통과 불안을 동반하며 자아를 위협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이야말로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하나의 통로로 작동한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것, 붙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이 작품집은 알려준다.


“그럼, 네 진짜 이름은 뭐야?”
쓸모를 묻는 세상에서
이름을 붙이고 곁을 내어주는 마음

김초엽 작가는 존재를 규정해온 기준들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제한적인지 드러내는 동시에, 그 너머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가 꾸려놓은 세계 속 존재들은 더 이상 기능과 효용으로 나뉘거나 남겨지는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 등으로 생성된 ‘해파리’가 도시를 장악하자 인간들은 혼란에 휩싸이면서도 공존 방식을 깨닫고(「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인간의 타자수 역할을 하다가 쓸모를 다하자 방치된 인공의식 ‘네모’는 자신을 회수하러 온 구조 단체 활동가 성은수와 마주하며(「사각의 탈출」), 기이한 생명력이 깃든 석상 ‘골렘’은 움직임을 가르쳐준 ‘나’를 오히려 이끌어 새로운 장소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쓸모’라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다. 쓸모로 가치를 가늠해온 세계에서 김초엽 작가는 밀려난 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호명함으로써,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위치시킨다. 이처럼 『해파리 만개』는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과 함께 놓이는 일,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곁을 내어주는 마음을 사유할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초엽

김초엽 (지은이)

상상 속에서만 온갖 세계를 탐사하다가 금방 지쳐 소파에 눕고 싶어 하는 사람.

2018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양면의 조개껍데기』, 짧은 소설집 『행성어 서점』, 중편소설 『므레모사』,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산문집 『책과 우연들』 『아무튼, SF게임』,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젊은작가상, 한국출판문화상,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 중국 성운상 번역 작품 부문 금상, 중국 은하상 최고인기외국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박지숙 (그린이)

차갑지만 포근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잔잔한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instagram.com/_dazzle_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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