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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24706121 |
|---|---|
| 쪽수 | 224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예술 > 연극/영화
AI추천 이유
낭만의 허울에 갇혔던 모더니스트,
그 냉철한 비평적 영혼의 재발견
반공 이데올로기와 궁핍이 지배하던 1950년대의 남한 사회는 박인환에게서 사회 참여적 면모를 체념하게 만드는 대신, 오직 ‘낭만적 댄디보이’라는 허울만을 허용했다. 그러나 저자는 박인환이 1954-1955년 유수의 매체에 기고했던 깊이 있고 진지한 영화평론들을 정밀하게 복원해낸다.
오슨 웰스의 〈제3의 사나이〉, 조지 스티븐스의 〈젊은이의 양지〉, 르네 클레망의 〈저주받은 자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종착역〉을 관통하는 박인환의 시선은 시대의 상흔을 직시하는 냉철함 그 자체였다. 책은 시인의 우울한 시어 뒤편에 똬리를 틀고 있던 영화적 열망과 시대적 비판의식을 일깨우며, 그를 한국 비평사의 당당한 주역으로 재조명한다.
“박인환은 오슨 웰스 주연의 〈제3의 사나이〉를 좋아했다. 비교적 높은 평점을 줬다.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상한 살인극과 배신극이다. 주인공은 결국 친구를 살해한다. 아마도 박인환이 끌렸던 부분은 자아가 살해당하는 상황과 배신의 필연성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전향서에 서명하던 박인환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진다. 박인환은 ‘제3의 사나이’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 시대의 역설이다. 시인은 이상하게 탄생된다.” (121쪽)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1950년대 한국 영화사와 극장 문화의 입체적 서사
살 곳과 먹을 것조차 참혹하게 부족하던 전쟁 직후, 사람들은 왜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극장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는가? 할리우드의 화려한 환영과 유럽 네오리얼리즘의 침울한 작품들은 어떤 수입 경로를 통해 황폐한 도심에 도달하였는가? 남루했던 사회에서 영화와 문학은 한 줄기 빛이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시적 탐구를 넘어 당시 수입사들의 메커니즘과 이승만 정권하의 영화 정책, 안양촬영소의 파란만장한 잔혹사, 그리고 당대 영화계를 이끌던 거두들의 숨가쁜 알력에 이르기까지, 전후 한국 영화 산업의 막전막후를 문학적 혜안과 촘촘한 사료로 아우른다.
“1953년의 박인환이 오늘날 한국의 영화평론가(들)에게 환생하는 느낌이다. 실존이 불안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진배없다. 우리는, 인류는 늘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글은 기획에 가장 충실한, 박인환의 영화평론 글로 돌아간 글이었다. 1940~50년대 영화 〈종착역〉과 〈밀회〉를 기억들 하시길 바란다.” (168쪽)
김수영, 이상, 최인훈, 이봉구…
명동의 밤을 지키던 영혼들의 비장한 초상
이 책은 박인환이라는 외로운 섬에 그치지 않고, 명동의 거리에서 함께 시대를 통탄하던 명동백작들의 지적 성채로 지평을 넓힌다. 모더니즘의 노선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김수영과의 비장한 갈등(분노형 김수영 vs 염세형 박인환)부터, 박인환이 자아의 롤모델로 삼았던 이상과의 서늘한 영적 교유, 소설가 이봉구와의 깊은 우정, 최인훈의 데뷔작 「GREY 구락부 전말기」에 깃든 전후 지식인들의 실존적 니힐리즘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김수영은 박인환이 나약하게 굴었다고 생각했을지언정 그가 지닌 감정의 동인은 충분히 알고 또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을 보면 박인환이 보인다. 1950년대란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 2020년대의 길이 보이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다 연결돼 있다.” (176쪽)
시와 영화, 과거와 현재가 자아내는 그윽한 문학적 메타 비평
“이 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저자인 오동진 평론가는 강원도 인제 산자락의 박인환문학관과 망우리 공동묘지의 적막한 묘역, 도봉산 기슭의 김수영문학관을 고요히 거닐며 박인환의 비평을 오늘날의 삶으로 다정하게 끌어당긴다.
6·25전쟁 직후 시인이 감내해야 했던 지독한 피로와 비루함을 1946년 패전 도쿄를 살아간 다자이 오사무의 염세와 겹쳐 놓고, 다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실존적 불안과 연결 짓는 저자의 필치는 한 편의 그윽한 인문학적 에세이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 채 완성되지 않은 채 멈춰 선다. 박인환의 삶이 그러했듯.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2020)는 감독 오키타 슈이치가 만든 일본 영화다. 시인 박인환이 살아 있었다면 이 영화를 좋아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그를 만나면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박인환에 대해서는 이 책 『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 분량만큼 후편이 또 계속될 것이다. 욕심이지만 기대해볼 뿐이다.” _「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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