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투병이 한 권의 경험이 되기까지
치료만큼 중요한 ‘치료를 감당하는 몸 만들기’
한 환자가 몸으로 배운 생존의 원칙과 삶의 미션
암 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경험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병명이라도 치료 과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경험에는 의학적 설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부작용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떤 검사 수치를 유심히 살폈는지, 몸이 힘들 때 무엇을 먹고 어떻게 쉬었는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간암과의 17년 동행』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저자 최재영은 17년 동안 간암을 겪으며 수술과 간부전, 재발과 전이, 면역항암치료와 부작용 등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암을 이겨낸 성공담’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 가운데 다른 환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경험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남기는 데 집중한다.
먼저 걸어본 사람의 경험을 나눈다는 것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환자에게 도움이 된 방법이 다른 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후회했는지를 알려주는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조금 먼저 경험했기에” 알게 된 것을 말할 수 있는 환자일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오랫동안 이어온 환우 커뮤니티 활동과도 연결된다. 자신도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 책과 자료를 찾아 병을 공부했고, 다른 환자들의 경험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후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다시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특별한 생존 비법에 있기보다 17년 동안 한 환자에게 축적된 경험을 다른 환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투병에서 쌓인 생활 관리의 노하우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17년이라는 긴 투병 과정에서 축적된 구체적인 생활 관리의 경험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 환자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다. 고열이 날 때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변비나 설사가 계속될 때 무엇을 했는지, 빈혈과 체력 저하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 저자가 직접 겪으며 찾아간 방법들이 자세히 소개된다.
먹는 것에 관한 경험도 구체적이다. 저자가 간 수치 관리를 위해 활용했던 녹즙의 재료와 제조 방법을 비롯해 비타민 C, 청국장 환, 요구르트 등을 섭취하며 관찰한 경험, 헬리코박터균을 관리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 치료 과정에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썼던 식사와 생활 습관 등 실제 투병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풀어놓는다.
이런 내용들은 전문 의학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환자의 생활 속 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과 ‘치료를 감당할 몸’을 지키는 것
17년의 투병을 거치며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치료 자체와 치료를 견뎌낼 수 있는 몸의 상태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왔다. 인터페론 치료부터 간절제 수술, 색전술과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치료까지 여러 치료를 거쳤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병원과 의료진은 제 생명을 붙잡아 준 가장 중요한 손이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병원에 몸을 맡기긴 했지만, 제 몸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병원에 넘기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와 같은 태도에 이 책의 중요한 문제의식이 있다.
병원에서는 암을 치료한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 밖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며, 얼마나 자고 쉬고, 떨어진 체력과 몸의 상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상당 부분 환자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간기능이다.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몸이 그 치료를 감당할 상태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 수술과 시술, 항암치료 역시 간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여러 차례의 치료를 통해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 못지않게 ‘치료받을 수 있는 몸의 펀더멘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을 기본으로 하되, 몸 전체를 바라보다
이러한 경험은 저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병원 밖으로 확장시켰다.
식사와 운동, 수면과 휴식, 대사와 회복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암을 치료하는 동안 몸 전체의 상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놓고 통합의학과 자연치유, 식이요법과 심신의학 등의 여러 관점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그는 현대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경험한 범위에서 통합의학과 대체의학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책에 밝힌다.
그러나 이 책은 현대의학과 자연치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특정 음식이나 요법을 암 치료의 해답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공부하라”는 것이다.
의사를 불신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검사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치료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면서 의료진과 치료 방향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환자 역시 치료 과정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치료는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수단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저자가 치료 그 자체를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항암치료의 목적을 수명의 연장이라고 분명하게 잘라 말한다. 치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몸을 지나치게 소진시키는 상황이라면 치료의 강도와 시기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그래서 때로는 “쉬어 갈 수 있는 담대함”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항암을 잠시 멈추고 간기능과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환자가 독단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본래 목적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간암에서 시작했지만, 병과 함께 오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러한 문제들은 간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 오랜 약물치료와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한 희귀·난치질환자 역시 비슷한 질문과 마주한다.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만큼 그 치료를 견딜 몸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의료진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질환을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지, 병원 밖의 삶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간암과의 17년 동행』은 한 사람의 간암 투병기이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한 환자가 건네는 경험의 기록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시간에 하나의 미션을 더하다
그리고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자의 관심은 자신의 생존에서 다른 환자들에게로 조금씩 넓어졌다.
투병 초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환우들이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기 전 저자에게 오래 살아서 다른 환우들의 길잡이가 되어달라는 마지막 메일을 남겼다. 이후 저자는 오랫동안 환우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어 왔다.
그것은 결국 그가 살아가는 하나의 미션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책 제목의 ‘동행’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간암과 17년을 함께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환자가 자신보다 뒤에 오는 환자들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걷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남긴 기록이 누군가에게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더 버틸 힘, 다시 병원으로 갈 용기, 그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볼 마음” 정도가 되어도 충분하다고 썼다.
『간암과의 17년 동행』은 기적의 치료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17년 동안 치료받고, 실패하고, 회복하고, 공부하면서 한 환자가 몸으로 얻은 경험을 다음 환자에게 건네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긴 경험 끝에 남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큼은 다시 살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먹어 보고, 조금 더 걸어 보고 조금 더 웃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17년의 투병이 한 권의 경험이 되기까지
치료만큼 중요한 ‘치료를 감당하는 몸 만들기’
한 환자가 몸으로 배운 생존의 원칙과 삶의 미션
암 환자에게 다른 환자의 경험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병명이라도 치료 과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의 경험에는 의학적 설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앞두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부작용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떤 검사 수치를 유심히 살폈는지, 몸이 힘들 때 무엇을 먹고 어떻게 쉬었는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간암과의 17년 동행』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저자 최재영은 17년 동안 간암을 겪으며 수술과 간부전, 재발과 전이, 면역항암치료와 부작용 등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다. 이 책은 그 시간을 ‘암을 이겨낸 성공담’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 가운데 다른 환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경험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남기는 데 집중한다.
먼저 걸어본 사람의 경험을 나눈다는 것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환자에게 도움이 된 방법이 다른 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후회했는지를 알려주는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조금 먼저 경험했기에” 알게 된 것을 말할 수 있는 환자일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오랫동안 이어온 환우 커뮤니티 활동과도 연결된다. 자신도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 책과 자료를 찾아 병을 공부했고, 다른 환자들의 경험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후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다시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책의 가치는 특별한 생존 비법에 있기보다 17년 동안 한 환자에게 축적된 경험을 다른 환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투병에서 쌓인 생활 관리의 노하우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17년이라는 긴 투병 과정에서 축적된 구체적인 생활 관리의 경험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뒤 환자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생각보다 많다. 고열이 날 때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변비나 설사가 계속될 때 무엇을 했는지, 빈혈과 체력 저하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 저자가 직접 겪으며 찾아간 방법들이 자세히 소개된다.
먹는 것에 관한 경험도 구체적이다. 저자가 간 수치 관리를 위해 활용했던 녹즙의 재료와 제조 방법을 비롯해 비타민 C, 청국장 환, 요구르트 등을 섭취하며 관찰한 경험, 헬리코박터균을 관리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 치료 과정에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썼던 식사와 생활 습관 등 실제 투병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풀어놓는다.
이런 내용들은 전문 의학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환자의 생활 속 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과 ‘치료를 감당할 몸’을 지키는 것
17년의 투병을 거치며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치료 자체와 치료를 견뎌낼 수 있는 몸의 상태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왔다. 인터페론 치료부터 간절제 수술, 색전술과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치료까지 여러 치료를 거쳤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병원과 의료진은 제 생명을 붙잡아 준 가장 중요한 손이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병원에 몸을 맡기긴 했지만, 제 몸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병원에 넘기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와 같은 태도에 이 책의 중요한 문제의식이 있다.
병원에서는 암을 치료한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 밖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며, 얼마나 자고 쉬고, 떨어진 체력과 몸의 상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상당 부분 환자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간기능이다.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몸이 그 치료를 감당할 상태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다. 수술과 시술, 항암치료 역시 간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여러 차례의 치료를 통해 경험했다.
그래서 그는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 못지않게 ‘치료받을 수 있는 몸의 펀더멘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의학을 기본으로 하되, 몸 전체를 바라보다
이러한 경험은 저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병원 밖으로 확장시켰다.
식사와 운동, 수면과 휴식, 대사와 회복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암을 치료하는 동안 몸 전체의 상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을 놓고 통합의학과 자연치유, 식이요법과 심신의학 등의 여러 관점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실제로 그는 현대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경험한 범위에서 통합의학과 대체의학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책에 밝힌다.
그러나 이 책은 현대의학과 자연치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특정 음식이나 요법을 암 치료의 해답으로 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공부하라”는 것이다.
의사를 불신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검사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치료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면서 의료진과 치료 방향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환자 역시 치료 과정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치료는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수단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저자가 치료 그 자체를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항암치료의 목적을 수명의 연장이라고 분명하게 잘라 말한다. 치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오히려 몸을 지나치게 소진시키는 상황이라면 치료의 강도와 시기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그래서 때로는 “쉬어 갈 수 있는 담대함”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항암을 잠시 멈추고 간기능과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 역시 상황에 따라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환자가 독단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본래 목적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간암에서 시작했지만, 병과 함께 오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러한 문제들은 간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 오랜 약물치료와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필요한 희귀·난치질환자 역시 비슷한 질문과 마주한다.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만큼 그 치료를 견딜 몸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의료진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질환을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지, 병원 밖의 삶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간암과의 17년 동행』은 한 사람의 간암 투병기이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한 환자가 건네는 경험의 기록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시간에 하나의 미션을 더하다
그리고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자의 관심은 자신의 생존에서 다른 환자들에게로 조금씩 넓어졌다.
투병 초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환우들이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기 전 저자에게 오래 살아서 다른 환우들의 길잡이가 되어달라는 마지막 메일을 남겼다. 이후 저자는 오랫동안 환우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어 왔다.
그것은 결국 그가 살아가는 하나의 미션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책 제목의 ‘동행’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간암과 17년을 함께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환자가 자신보다 뒤에 오는 환자들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걷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남긴 기록이 누군가에게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더 버틸 힘, 다시 병원으로 갈 용기, 그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볼 마음” 정도가 되어도 충분하다고 썼다.
『간암과의 17년 동행』은 기적의 치료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17년 동안 치료받고, 실패하고, 회복하고, 공부하면서 한 환자가 몸으로 얻은 경험을 다음 환자에게 건네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긴 경험 끝에 남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나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큼은 다시 살아 보시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먹어 보고, 조금 더 걸어 보고 조금 더 웃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