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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판결문은 어디에서 오는가 - 좋은 재판 좋은 법관 좋은 사법부를 위한 최정규의 질문들
- 최정규
- 시월
- 2026년 0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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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1975383 |
|---|---|
| 쪽수 | 272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정치/사회 >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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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좋은 판결의 조건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사법개혁의 방향까지
“불량 판결문 시즌 2는 언제 나오나요?”
『불량 판결문』이 출간된 뒤 최정규 변호사가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늘 같았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신 정말 쓰고 싶은 책이 따로 있다고. 그것은 ‘명품 판결문’에 관한 책이었다. 애초에 그가 불량 판결문을 고발한 이유 역시 법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법이 제 역할을 다하는 순간, 판결문이 억울한 사람의 삶을 회복시키고 잘못된 국가의 책임을 바로잡는 순간을 더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판결은 좋은 판사 몇 사람의 선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판사가 충분히 기록을 읽고 당사자의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하며, 판단의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받아야 한다. 좋은 판사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고, 재판 지연에 대해서도 법원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 역시 판결을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고 읽고 묻고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좋은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1부 - 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1부에서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던진 세 가지 질문을 법정으로 옮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는 이를 “판사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판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대한민국 사법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본다.
2부 - 법원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2부는 질문의 대상을 판사 개인에서 법원이라는 제도로 넓힌다.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은 처음부터 법원을 찾지 않는다. 행정기관을 찾고, 수사기관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곳을 찾아다니다 다른 모든 길이 막힌 뒤 마지막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렇기에 법원은 시민이 끝내 포기하지 않고 찾아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법원은 과연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삼택 씨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재심, 이유를 적지 않아도 되는 소액사건 판결, 몇 줄의 상투적인 문장으로 끝나는 재정신청 결정 등을 통해 저자는 ‘설명하지 않는 사법’을 비판한다. 2,400만 원을 청구했다가 패소한 한 시민은 판결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왜 졌는지 알아야 항소를 할지 말지 결정할 거 아니에요”라고 묻는다. 법원은 결론을 내렸지만 당사자의 질문에는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정당한 재판의 조건은 분명하다. 충분히 기록을 읽었는가. 당사자의 말을 충분히 들었는가.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했는가. 법원의 권위는 높은 법대나 법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3부 - 내가 만난 명품 판결
3부에서는 저자가 20년 가까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실제 법정에서 만난 ‘명품 판결’들을 소개한다. 여기에서 명품 판결은 반드시 유명한 판례나 획기적인 법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판사가 건넨 한마디이고, 때로는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이며, 때로는 판결 이후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는 작은 변화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된 외국인 유학생의 재판에서 한 판사는 “제가 내려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높은 법대에서 직접 내려와 기록을 보여주고 피고인과 증인에게 질문했다. 발달장애인을 치료감호소에 장기간 수용한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경험 부족을 먼저 인정했다. 그리고 변호인에게 말했다. “제 무지와 무경험을 인정합니다. 최대한 저를 설득해 주십시오.” 좋은 재판은 판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듣고 배우려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 과거 국가폭력 사건에서 당시 법정 진술 자체가 과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다시 질문한 판결 등을 통해 저자는 명품 판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4부 - 사법개혁은 왜 판결문 앞에서 멈추었나
4부에서는 시선을 대한민국 사법개혁의 역사로 돌린다.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사법개혁은 반복해서 추진되었다. 동시에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구조 역시 짚는다. 민복기에서 양승태, 김명수, 조희대에 이르는 대법원장의 역사를 통해 사법개혁을 한 사람의 결단과 선의에 맡겨두는 구조의 한계를 살핀다. 저자가 묻는 것은 결국 같다. 사법개혁이 조직과 제도를 넘어 실제 재판과 판결문의 변화에까지 도달했는가. 시민이 법원에서 경험하는 재판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사법개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5부 - 명품 판결문을 쟁취하기 위하여
마지막 5부는 대안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더 많은 명품 판결문을 만나기 위해 사법부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시민사회가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명품 판결문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좋은 판사를 칭찬하는 책이 아니다. 동시에 나쁜 판사를 골라내 비난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가 끝까지 묻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판결이 몇몇 판사의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원의 기본값이 될 수 있는가이다. 세상의 모든 판결문이 더 이상 ‘불량’과 ‘명품’으로 구분될 필요가 없을 만큼, 좋은 판결이 당연한 것이 되는 것. 이 책이 말하는 사법개혁의 최종 목적은 바로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