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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46076594 |
|---|---|
| 쪽수 | 136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양장 |
- 경제/자기계발 > 경제일반 > 경제일반
AI추천 이유
뿌리 뽑힌 자본주의에 건네는 초록빛 사유
: 병든 지구와 위기의 시장을 구할 문명적 패러다임, ‘식물성 경제’
벼랑 끝에 선 자본주의, 동물적 패러다임의 한계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생태적 재앙은 단순한 정책의 실책이나 일시적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경제를 조직해 온 동물적 패러다임의 근본적 결함에서 비롯되었다. 애덤 스미스부터 현대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는 시장 내부의 인간 대 인간 관계에만 상호이익의 원리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자연과 지구 전체를 향해서는 약탈과 착취의 논리를 지속하며, 인간에게는 +1이 되고 자연에게는 -1이 되는 제로섬 게임을 계속해 왔다.
살아남기 위해 맹목적으로 경쟁하는 동물적 패러다임 안에서 리더는 포식자처럼 명령하고, 기업은 중앙집권적 뇌를 가진 포유류처럼 움직이며, 시장은 승자와 패자만을 가르는 경기장이 되었다. 이러한 속도와 효율의 광기 속에서 자본주의는 부와 수명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지구와 공존하는 데는 처참히 실패했다.
식물에게서 배우는 삶의 질서, 오이코노미아의 회복
이탈리아 시민경제학의 거두인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세계적인 식물생리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와의 지적 교류를 통해 뜻밖의 열쇠―‘식물성 경제(Economia vegetale)’를 발견한다. 여기서 ‘에코노미아(Economia)’는 단순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에 그치지 않고, ‘오이코노미아(oikonomia, 삶을 꾸리고 함께 살아가는 질서)’를 의미한다.
식물은 땅에 뿌리내린 채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과는 전혀 다른 생존 양식을 진화시켰다. 식물에는 중앙집권적인 뇌가 없다. 대신 줄기, 잎, 뿌리 전체가 독립적인 모듈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소통한다. 화학 신호와 전기 신호를 활용해 숲 전체와 정보를 나누고, 개체가 아닌 군집으로 행동하는 무리지성을 발휘한다. 풀밭이 소 떼에게 완전히 뜯겨 먹혀도 아주 작은 일부만 남아 있으면 다시 푸르게 되살아나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은 바로 이 분산적·협력적 구조에서 나온다.
우리는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만으로 숲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서로 다른 수많은 나무들이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를 얽히고설키며 연결될 때 비로소 거친 비바람을 견디는 숲이 된다. 유럽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이미 식물적 패러다임으로 작동해 온 기업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중앙집권적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부의 역량을 모아 공존을 도모하는 협동조합은 경제의 과거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가갈 미래의 이정표다.
뿌리는 과거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이 책의 가장 깊은 울림은 단순히 기업 경영이나 조직 관리의 비유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와 공동체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로 확장된다는 점에 있다. 식물에게 뿌리는 스피드를 저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다. 가뭄과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싹을 틔우게 하는 미래의 원동력이다. 자본주의가 뿌리 뽑힌 채 끝없는 성장의 속도만을 추구할 때, 생태계는 파괴되고 인간관계는 파편화되었다. 브루니 교수는 경제학과 생물학, 철학과 성서, 공동체론을 오가며 우리에게 묻는다. “경쟁만으로는 결코 숲을 이룰 수 없다.” 식물은 인간에게 경쟁보다 공존을, 중앙집권보다 분산을, 단기적 속도보다 장기적 회복력을, 나홀로 성장보다 깊은 관계를 가르쳐준다.
『식물성 경제』는 경제학자나 생물학자만을 위한 단단하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기후위기라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보통 사람들, 조직의 위태로운 경쟁 구조 속에서 피로를 느끼는 직장인과 기업가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도 명쾌한 지혜의 신호다. 책장을 덮고 나면 늘 거닐던 길가의 나무와 숲은 물론, 우리가 일하는 일터와 경제,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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