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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동네생활자들 - 동네가 필요한 우리들의 공동체 은평식 연대
- 서지선,박의나,김은평
- 크루
- 2026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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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4577788 |
|---|---|
| 쪽수 | 30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다.
안부를 챙기고 끼니를 걱정하는 마음부터,
아플 때 돌보고 곁을 지키는 일까지.”
사생활은 사수하고 고립은 사양하는 세 여자의 동네 이야기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생기고, 골목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얼굴이 하나둘 늘어난다. 혼자 읽은 책에 관해 떠들 사람이 생기고, 심심한 저녁이면 슬리퍼를 신고 나가 만날 친구가 생긴다. 그러다 어느 날 아프거나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고 연락할 사람이 떠오른다. 그때부터 사는 곳은 조금씩 우리 동네가 된다.
『대도시의 동네생활자들』은 서울 은평구에 사는 세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동네에 스며들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 온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작가 서지선, 작가이자 살림협동조합 이사인 박의나, 은평구 여성 커뮤니티 ‘은평시스터즈’를 운영하는 김은평. 같은 지역에 살지만 서로 다른 경험과 시선을 지닌 세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은평의 풍경을 각자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처음에는 그저 적당히 느슨한 관계를 원했을지라도 대도시에서 혼자 살며 시간이 흐르다 보면 관계에는 여러 깊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끔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도 필요하지만, 힘든 날 불러낼 이웃와 아플 때 곁에 있어 줄 사람 역시 필요하다. 그렇게 찾은 동네 친구는 취미를 나누는 사람에서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이웃으로, 나아가 서로의 삶을 돌보는 관계로 천천히 변해 간다.
세 사람의 동네 이야기가 특별한 까닭은 은평구가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웃의 이름을 모르고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도시, 오래 살 집인지 알 수 없어 굳이 관계를 만들지 않는 도시, 가족과 직장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동네를 조금 더 걷고, 자주 가는 가게를 만들고, 소모임에 한 번 나가 보고, 마음에 맞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 반복해서 얼굴을 마주하고 사소한 일상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긴다. 그렇게 사는 곳은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마주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좋은 공동체는 좋은 사람들만 모인 곳이 아니다
수많은 도시를 여행하며 더 넓은 세계를 꿈꾸던 사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생활 반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멀리 떠나는 대신 동네를 걸으며 작은 식당과 책방을 찾아다니고 익숙한 장소를 여행하듯 탐험한다. 혼자였던 일상에는 독서 모임과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직장 때문에 우연히 은평으로 이사 온 사람은 지역의 협동조합과 풋살팀, 동네 모임을 기웃거리다가 어느새 공동체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비혼과 1인 가구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동네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함께 산다는 말의 의미도 다시 배운다. 그리고 몇 사람이 가볍게 시작한 여성 모임은 어느덧 수백 명이 연결된 지역 커뮤니티로 자란다. 함께 취미를 나누던 모임에는 회원 규칙이 생기고 때로는 지역사회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갈등도 생기고 운영자의 책임, 외부의 시선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찾아온다.
그래서 공동체와 연대는 마냥 따뜻하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라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기 위해서는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야 하고, 누구도 함부로 배제되지 않도록 갈등을 조율해야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좋은 공동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 세심한 배려가 쌓인 결과임을 세 사람은 자신들의 좌충우돌 경험을 통해 증명한다.
은평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우리의 동네를 묻는다
대도시를 살아가는 청년 대다수가 느슨한 연대를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관계의 방식으로 삼는다. 하지만 느슨한 관계만으로 정말 충분할까? 관계에는 다양한 거리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있는 사람도 때로는 가까이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모든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 사람이 겪은 은평에서의 경험은 은평구에 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우리 동네를 갖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혈연과 가족을 넘어 서로를 돌볼 수 있는 관계의 가능성은 세 사람이 동네살이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명해진다. 결국 좋은 동네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하나씩 만들어 가며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는 동네에서 어떤 사람을 알고 있는가. 급할 때 연락할 이웃이 있는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 함께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만약 아직 그런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만들 수 있을까. 대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작은 지역에서는 익숙한 장소들이 사라진다. 집과 땅이 자산과 투자의 언어로 치환되는 시대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소의 가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곳에 애착을 가지고 그 장소에 사는 사람을 알아 가며 자신의 삶과 동네의 삶이 함께 나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태도도 되돌아 봐야 한다.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은 핫 플레이스도 유명한 가게도 아니다. 바로 서로를 알아보고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동네 이웃들. 혼자 살아도 혼자가 되지 않는 삶은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 내가 오늘도 걷고 있는 동네에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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