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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3435236 |
|---|---|
| 쪽수 | 29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종교 > 기독교
AI추천 이유
서문
왜 지금 다시 선교를 말하는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가 있었다.
“하나님, 공부할 기회를 주셨으니, 이것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곳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때 나는 선교사가 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음은 남미를 향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 하나님께서 내 안에 주신 선교적 열망, 그리고 앞으로의사역을 생각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선교지로 나가는 길을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공부하게하셨으니 이제 그배움으로 선교지를 섬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파송교회를 찾으려 한국에 들어왔지만, 생각했던 길은 열리지 않았다. 내가 계획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시간이 흘렀고, 선교사로 나가는 길은 막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길은 한국교회에서 부목사로 목회를 배우는 길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나는 목회를 배워야 한다고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신학을 공부했고, 선교를 준비했고, 선교지로 나가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교회를 섬기고, 성도들의 삶을 돌보고, 공동체를 세우는 목회자로서의 준비는 부족했다. 나는 선교를 생각했지만, 목회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길로 인도하셨다. 한국교회 안에서 목회를 배우게 하셨고, 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교회를 섬기는 시간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하셨다. 그 시간은 내가 계획한 길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준비시키시는 길이었다. 목회를 배우며, 교회가 무엇인지, 공동체가 무엇인지,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 갔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를 일본으로 인도하셨다.
흥미롭게도 처음부터 내 마음에 일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선교를 생각하면서도,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일본은 내 마음속에도 머릿속에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본으로 이끄셨다.
그곳에서 나는 일본교회를 만났고, 일본 목회자들을 만났고, 일본인 성도들을 만났으며, 선교사들을 만났다. 그리고 다민족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과 한국교회에서 경험한 목회, 그리고 일본 현장에서 마주한 선교의 현실이 내 안에서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 나는 일본선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선입견이 적었고, 솔직히 말하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본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일본을 ‘선교사의 무덤’이라는 말로 단정하기보다, 그 땅에서 오래 견디어 온 교회와 목회자와 성도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일본교회를 무능하거나 열정이 부족한 교회로 보기보다, 작지만 신실하게 예배를 지켜 온 공동체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일본교회는 작았다. 그러나 작다는 것이 곧 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성도 수가 많지 않아도, 오래 견디며 신앙을 지키는 깊이가 있었다. 빠른 성과는 보이지 않아도, 조용히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고, 말보다 삶의 태도로 복음을 증언하려는 신실함이 있었다. 눈에 띄는 구호보다 일상의 태도가 중요하고, 규모보다 인격과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본교회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교회의 모습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한 모습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성장과 영향력의 언어에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도 저성장, 다음세대의 감소, 사회적 신뢰의 약화, 탈종교화, 작은 교회의 어려움, 목회자의 소진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교회가 사회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이동하고, 기독교 신앙이 더 이상 당연한 문화가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교회는 한국교회가 단지 도와야 할 대상만은 아닐 수 있다. 일본교회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배워야 할 선교적 스승일 수 있다. 작아도 신실할 수 있는 법, 소수자로 살아가는 신앙, 더딘 열매 속에서도 예배를 지키는 믿음, 말보다 삶의 태도로 복음을 증언하는 방식은 오늘 한국교회가 깊이 배워야 할 지혜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다시 박사논문을 살펴보게 되었다. 논문은 한인 이민교회의 단기선교 경험이 타인종·타민족에 대한 태도와 어떤 관련을 가지는지를 연구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연구 주제로 붙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한국교회와 일본선교의 현실을 다시 마주하면서 그 논문 안에 담긴 질문들이 지금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기선교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가?
선교지에서 만난 타자는 일상 속 이웃을 새롭게 보게 하는가?
우리는 선교지를 돕는 곳으로만 보는가?
아니면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심을 보는가?
우리는 현지 교회를 선교의 대상으로 보는가?
아니면 함께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동역자로 보는가?
우리는 선교를 통해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우리 자신이 변화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은 단기선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선교 전체, 그리고 일본선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깊이 연결된다.
나는 이 책에서 단기선교를 무조건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기선교는 너무 커져서 무시할 수 없고, 너무 귀해서 포기할 수 없으며, 너무 위험해서 방치할 수 없는 사역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기선교를 다시 배워야 한다. 더 많이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바르게 가는 법을,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만나는 법을, 더 큰 감동을 얻는 것이 아니라 더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좋은 단기선교는 준비되어야 한다.
관계 중심이어야 한다.
현지 교회의 주도성을 존중해야 한다.
가난을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돌아온 뒤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원리들은 단기선교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이것은 선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타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현지 교회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가난과 고통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선교지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일상으로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신앙의 문제다.
그리고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함께 하는 선교.
선교는 한쪽이 주고 다른 한쪽이 받는 일이 아니다. 선교는 하나님께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교회를 부르셔서, 함께 배우고, 함께 섬기고, 함께 변화되게 하시는 은혜의 자리다. 한국교회가 일본교회를 도울 수 있다면, 일본교회도 한국교회를 도울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일본교회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일본교회도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일본교회에 줄 것이 있다면, 일본교회도 한국교회에 나누어 줄 선교적 지혜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단기선교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일본선교에 대한 책이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가 앞으로 어떤 선교를 감당해야 하는지 묻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한국교회가 일본교회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일본교회를 선교의 대상만이 아니라 동역자로 만나며, 작은 교회들도 함께 선교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거창한 성공 모델을 제시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작고, 더 느리고, 더 깊은 선교의 길을 함께 생각해 보자는 초대다. 선교지를 향해 달려가기 전에 먼저 듣고, 도와주기 전에 먼저 배우고,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먼저 존중하고, 참여를 넘어 동행으로 나아가자는 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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