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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0614272 |
|---|---|
| 쪽수 | 23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청소년
AI추천 이유

“오늘 나 대신 학교 가 줘.”
버거운 하루를 대신 살아 줄 ‘나’가 생겼다
열일곱 살 ‘요진’에게 고등학교의 첫날은 시작부터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벅차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옷장 속에 숨어들곤 했던 요진은 입학식 날 아침에도 옷장 안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낯선 교복들로 붐비는 버스에서, 교실의 어색한 공기 속에서 요진은 생각한다. ‘누가 나 대신 여기 있어 줬으면. 딱 일주일만 견뎌 주면 내가 그다음부터는 잘할 텐데.’
그날 집에 돌아온 요진은 옷장 안에서 못 보던 흰 니트를 발견한다. 니트를 입는 순간, 요진 앞에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또 다른 나’가 나타난다. 그 애는 요진에게 자신을 “네 소원”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도와준 뒤 받았던 소원을 이뤄 준다는 사탕. 그때 그걸 먹고 막연히 떠올렸던 바람이 8년이 지나 현실이 되어 요진 앞에 선 것이다.
이제 요진은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 피하고 싶은 하루를 또 다른 나에게 맡길 수 있다. 그 애는 요진 대신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수업을 듣는다. 요진은 옷장 속에 머문 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하루를 잠시 내려놓고 안도한다.
“나보다 나은 그 애가 두렵고
그 애보다 못한 내가 싫어.”
‘또 다른 나’가 나보다 내 삶을 더 잘 살아간다면
하지만 곧 이 완벽해 보이는 생활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또 다른 나는 요진의 기억을 가지고 요진의 얼굴로 요진의 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 애가 겪은 하루가 기억으로 옮겨 온다고 해서 그날의 감정까지 요진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나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 속에서 요진보다 더 자연스럽게 웃고 훨씬 더 능숙하게 하루를 통과하는 듯하다. 요진은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불안해진다. 저 얼굴은 분명 내 얼굴인데, 왜 저 애는 나보다 내 삶을 더 잘 살아가는 것 같을까.
‘또 다른 나’는 세상에서 요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인 동시에 누구보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억에 남는다 해도 마음이 비어 있다면,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친 그 하루를 진정 내가 살아낸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요의 옷장』은 이 질문을 통해 ‘대신 살아 주는 나’라는 설정을 자기 삶의 자리를 되짚는 문제로 확장해 간다.
그 질문은 시험과 학원 스트레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하지 못한 말들로 인해 쌓이는 갈등, 친구 ‘다미’와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러던 중 요진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봐 주는 전학생 ‘구주연’과 가까워진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자기 삶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사이에서 요진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내 안의 소란을 잠재우려면
바깥의 소음이 필요해.”
기쁨, 슬픔, 그리고 다시 나아가는 마음을 위한 작은 용기
『고요의 옷장』은 학교생활, 친구 관계, 시험과 학원, 가족과의 대화처럼 청소년에게 익숙한 하루하루를 현실감 있게 그려 낸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 한가운데에 ‘하얀 니트’와 ‘또 다른 나’라는 환상적인 비밀을 조심스레 들여놓는다. 하얀 니트는 잠시 요진을 현실에서 도망치게 해 주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피하고 싶었던 마음과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바랐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누가 나 대신 학교에(직장에, 혹은 그 어디든) 가 주면 좋겠다고. 하기 싫은 일, 어려운 말, 피하고 싶은 순간을 누군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고. 그러나 작가 박사랑은 그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먼저 곰곰이 들여다본다. 나아가 아무리 버겁고 피하고 싶어도 나의 기쁨과 슬픔, 부끄러움과 선택은 다른 사람이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기쁠 일도 슬플 일도 없”이 “안전”한 옷장 안의 시간은 요진을 지켜 주지만, 동시에 요진을 자신의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 소설에서 성장이란 더 강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울고, 짜증 내고,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다시 자기 이름으로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것. 『고요의 옷장』은 그 작고 어려운 한 걸음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다.
작가 청예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2인분의 위로”를 건넨다. 요진과 ‘또 다른 나’를 위한 위로이자, 한 사람 안에서 이리저리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마음들을 위한 위로이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고, 사라지고 싶은데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었으면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그래도 내 삶에서 아주 도망치고 싶지는 않은 마음. 『고요의 옷장』은 그 모순된 마음을 품은 청소년에게,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단단한 위로를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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