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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2128672 |
|---|---|
| 쪽수 | 20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종교 > 불교
AI추천 이유

길을 잃은 시대, 가장 오래된 마음의 지도를 펼치다!
『숫따니빠따』와 오늘의 삶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고미숙의 붓다 칼럼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전쟁과 정치적 격변, 인공지능의 도래까지. 세계가 쉴 새 없이 요동치는 동안 우리의 마음도 함께 출렁인다. 분노했다가 불안해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욕망했다가 금세 허무에 빠진다. 세상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선택지는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정작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길을 잃은 시대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이 혼란 속에서 다시 펼쳐 든 것은 2600여 년 전의 오래된 경전 『숫따니빠따』다. 초기 불교 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텍스트로 꼽히는 『숫따니빠따』에는 막 깨달음을 얻고 길 위로 나선 ‘청년 붓다’의 호흡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는 이 오래된 경전을 오늘의 삶 한가운데로 불러내어, 분노와 불안, 소유와 집착, 관계와 외로움, 권력과 욕망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지금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이 책과 『숫따니빠따』의 인연은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미숙은 두 청년과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이 경전을 읽었다. 한 청년은 갑자기 끝난 연애 때문에 쓸쓸했고, 다른 청년은 아무 이유 없이 사는 것이 불안하고 서글펐다. 환갑을 맞고 어머니를 떠나보낸 고미숙에게는 노・병・사가 새로운 삶의 화두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다른 질문을 품은 세 사람은 같은 경전을 읽었고, 그 만남 이후 각자의 길은 달라졌다. 한 사람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 멀리 떠났고, 한 사람은 불교에 깊이 입문했으며, 고미숙은 책을 썼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숫따니빠따』에서 ‘마음의 지도’를 발견한다.
지도는 목적지를 대신 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분노와 짜증, 불안과 허무는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왜 끝없이 무언가를 소유하려 하는가? 사랑하면서도 왜 서로를 괴롭히고, 혼자 있으면 외롭고 함께 있으면 괴로운가? 『숫따니빠따』는 이런 널뛰는 마음들의 위치를 측정하게 해주는 지도다. 마음의 좌표를 알게 되면 비로소 어디로 가야 할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고미숙은 이 지도를 들고 2600여 년 전과 지금을 거침없이 오간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12・3 비상계엄과 광장, 전쟁과 인공지능, 부동산과 주식, 게임과 쇼핑, 악플과 혐오까지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현실이 『숫따니빠따』의 게송들과 ‘크로스’된다. “보라,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는 붓다의 오래된 선언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강렬한 자극을 얻기 위해 질주하는 지금의 삶과 겹쳐진다. 바깥에서는 전쟁과 기후위기의 불길이 번지고, 안에서는 불안과 갈망의 불길이 타오른다. 다르마와 현실, 거시와 미시, 구도와 욕망을 대각선으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고미숙이 시도하는 ‘붓다 칼럼’이다.
책의 구성 역시 ‘길’과 ‘지도’라는 주제를 따라 짜여 있다. 붓다는 대장장이 쭌다에게 사문의 네 종류를 설명하면서 가장 높은 경지인 ‘길을 정복한 자’를 먼저 제시하고, 그 아래 단계들을 차례로 보여 준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익숙한 점층법과는 반대의 방식이다. 궁극의 비전을 먼저 보여 주어야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고미숙은 이 역동적인 수사법을 출발점으로 삼되, 아직 길 위에서 더듬더듬 나아가는 우리의 자리에서는 그 순서를 거꾸로 밟아 올라간다.
1부 「길을 묻다」에서는 먼저 우리가 나아갈 삶의 큰 방향을 조망한다. “뱀이 묵은 허물 벗어 버리듯”, “와서 보라!”, “더없는 행운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붓다가 열어 보인 길의 지도를 펼친다. 이어 2부 「마음과 권력을 해부하다」에서는 시선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돌린다. 출생과 신분, 권력과 욕망, 에고와 무명은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사로잡는가. 그리고 그 거센 강을 우리는 어떻게 건널 것인가. 3부 「소유와 집착을 넘어서」에 이르면 시선은 한층 더 안쪽으로 들어온다. 소유하고 싶은 마음, 놓지 못하는 관계,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라는 독화살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밭’을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4부 「홀로 서는 자의 길」에서 다시 ‘길’로 돌아온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때의 ‘홀로’는 고립이나 단절이 아니다. 타인의 욕망과 세상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삶의 길 위에 우뚝 서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벗과 함께 걸을 수도 있다. 길을 먼저 바라보고, 사회의 욕망과 권력을 통과하고, 다시 자기 안의 탐진치와 집착을 넘어, 마침내 자기 발로 그 길 위에 서는 것. 처음의 ‘길’이 마지막의 ‘길’로 되돌아오는 수미상관의 여정이 곧 이 책이 그리는 ‘마음의 지도’다.
그리고 이 길에서 붓다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와서 보라!” 왜 화가 나는지, 왜 끝없이 소유하려 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집착하는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뒤집혀 있던 것이 바로 서고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것은 금욕이나 체념이 아니라 해방감과 기쁨이다. 그래서 고미숙은 말한다. “진리는 기쁨이다!”
『숫따니빠따』에는 유난히 질문하는 청년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욕망에서 어떻게 벗어나는가, 거센 삶의 강을 어떻게 건너는가, 죽음 앞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것인가. 2600년 전의 질문이지만 놀랍도록 지금 우리의 질문과 닮아 있다. 붓다는 그들에게 정답을 대신 내려 주지 않는다. 스스로 보고, 묻고, 자기 발로 걸어가도록 이끈다.
그런 점에서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는 오래된 불교 경전에 관한 책이면서 오늘 우리의 질문에 관한 책이다. 불교를 믿는 사람만을 위한 책도, 불교의 교리를 배우기 위한 책도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선 사람, 세상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 관계와 소유에 붙잡힌 사람,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묻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길을 잃었다면 필요한 것은 누군가가 정해 준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나의 좌표를 보여 주는 지도일지 모른다. 2600여 년 전 청년 붓다의 목소리와 오늘 우리의 삶을 대각선으로 연결하며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는 묻는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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