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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65086763 |
|---|---|
| 쪽수 | 234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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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따라가는 삶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길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답을 배운다. 무엇이 옳은 삶인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성공하는지 누군가는 끊임없이 말해준다. 그러나 남이 알려준 답을 충실히 따랐는데도 마음 한편이 비어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싯다르타는 누구보다 배우기를 원했고 누구보다 진리를 갈망했다. 브라만의 아들로 자라 경전을 익혔으며, 집을 떠나 사마나들과 함께 혹독한 고행을 경험한다. 마침내 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고타마 붓다까지 만나지만, 그 앞에서도 싯다르타는 멈추지 않는다. 붓다의 가르침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완전한 가르침이라 해도 다른 사람이 깨달은 진리를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싯다르타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는 카말라에게 사랑을 배우고, 카마스바미와 함께 장사하며 재산을 모으고, 욕망과 쾌락의 세계를 경험한다. 수행자의 삶과는 가장 멀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그는 자신이 그토록 경계했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잃는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방황을 실패라고 말하지 않는다. 싯다르타에게 고행이 필요했던 것처럼 욕망도 필요했고, 사랑이 필요했던 것처럼 절망과 상실도 필요했다. 한때 버리고 싶었던 삶의 순간들이 훗날에는 모두 하나의 길이었음을 그는 강 앞에서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수많은 목소리를 품으면서도 하나의 강으로 존재한다. 싯다르타는 뱃사공 바수데바와 함께 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삶 역시 이와 같다는 사실을 배운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탄생과 죽음은 서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삶 안에서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삶을 떠나 얻는 것이 아니다.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사랑하고, 실패하고, 욕망하고,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며 얻는다. 싯다르타는 더 이상 완벽한 스승이나 완벽한 가르침을 찾아 헤매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모든 시간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의 삶과 화해한다.
1922년에 발표된 『싯다르타』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느 길이 옳은지 끊임없이 정답을 요구받는 오늘의 독자에게 이 작품은 다른 질문을 건넨다.
누군가의 답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볼 수 있는가.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의 긴 여정을 통해 삶에서 겪은 어떤 경험도 쉽게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찾는 답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상처와 실패까지 품고 끝까지 살아낸 자기 자신의 삶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