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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5353288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양장 |
- 소설/에세이/시 > 만화
AI추천 이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삶은 계속 밀려온다
파도처럼 찾아오는 상실과 애도를 그린 아름다운 그래픽노블
★ 2019 NPR 최고의 책 선정
★ 2020 미국도서관협회(ALA) 알렉스상 수상
★ 2020 퀘벡 서점상(Prix des libraires du Québec) 코믹 부문 수상
★ 2020 EGL Award 성인 그래픽 문학 부문 최종 후보
★ 애니메이션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개막작
『파도를 타고』는 죽음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얼마나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책이다.
크리스틴은 젊은 나이에 골육종 진단을 받는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리를 절단하고, 항암 치료와 수차례의 폐 수술을 견뎌야 했다. 암이 잦아드는 듯하면 다시 재발했고, 희망을 품을 때마다 더 가혹한 현실이 찾아왔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자신의 육체적 한계가 자신을 정의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건강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웃고, 여행하고, 무엇보다 다시 파도를 타기를 꿈꾼다.
AJ는 그런 크리스틴의 곁에 머문다.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댄스파티, 비밀스럽게 마음을 나누던 시절, 암과 싸우며 보낸 시간, 친구들과 함께했던 바닷가의 여름, 마지막 여행과 마지막 작별까지. 작가는 거대한 비극을 극적인 언어로 포장하는 대신 두 사람이 함께했던 작은 순간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그 가운데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 바다다. 크리스틴은 다리를 잃은 뒤 농구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서핑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의 목표는 다시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침내 파도에 몸을 싣는 크리스틴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물속으로 이끈다. AJ 역시 평생 물을 두려워했지만 크리스틴 덕분에 두려움을 이겨 내고 서핑을 시작한다.
“그 후로는 매일 바다에 갔다.
크리스틴이 영감이 되어 우리 모두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바다는 병을 낫게 하지 않는다. 파도는 죽음을 막아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잠시 걱정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작은 틈을 내어 준다. 『파도를 타고』가 그리는 치유는 그래서 더욱 진실하다. 상실이 사라진다고 말하지 않고, 슬픔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파도처럼 찾아오는 슬픔 속에서 잠시 균형을 잡고, 다시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법을 보여 준다.
하와이의 파도에서 한 사람의 상실까지
사랑의 역사와 서핑의 역사가 하나의 물결이 되다
『파도를 타고』의 또 다른 한 축은 서핑의 역사다. AJ와 크리스틴의 이야기가 현재를 흐르는 동안, 작품은 시간을 거슬러 19세기 하와이로 향한다.
서핑은 폴리네시아인들에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파도타기는 공동체를 하나로 잇는 정신적인 경험이자 일상의 일부였다. 그러나 서구의 침략과 선교, 산업과 질병이 하와이에 밀려들며 오래된 문화는 위기에 놓인다. 그럼에도 하와이인들은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피난처였고, 서핑은 사라져 가는 문화를 붙드는 일이었다.
이 역사를 다시 세계로 확장한 인물이 하와이 출신의 수영 선수이자 서퍼 듀크 카하나모쿠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100미터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뒤 여러 지역에서 서핑을 선보이며 파도타기를 세상에 알렸다. 훗날 〈현대 서핑의 아버지〉, 〈알로하의 땅에서 온 특사〉라 불린 인물이다.
그리고 듀크에게 매료되어 서핑의 세계로 뛰어든 톰 블레이크가 등장한다. 그는 하와이의 전통 서프보드를 연구해 더 가볍고 민첩한 속 빈 보드를 개발하고, 보드에 지느러미를 다는 등 현대 서프보드의 발전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다. 서핑에 관한 책을 쓰고 물속에서 서퍼를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며 서핑 문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데에도 힘썼다.
언뜻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서핑의 역사와 AJ의 회고는 점차 같은 지점을 향한다. 식민화 속에서 하와이인들이 바다에서 피난처를 찾았듯, 외로운 삶을 살았던 톰 블레이크가 파도에서 위안을 얻었듯,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AJ 역시 바다로 향한다.
“서퍼들은 언제나 물에서 위안을 찾았다.”
이 한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시대도, 장소도, 슬픔의 모양도 다르지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물로 향했다. 『파도를 타고』는 그 오랜 움직임 속에 한 사람의 아주 개인적인 애도를 놓으며, 서핑을 인간이 상실과 고독을 견디는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한다.
“약속해 줘. 우리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사랑했던 사람을 그림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방법
2014년 여름, 뉴욕 브루클린에서 크리스틴은 AJ에게 말한다.
“내가 죽으면, 네 그림을 통해 계속 살고 싶어.”
“약속해 줘. 우리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AJ 덩고는 약속했고, 『파도를 타고』는 그 약속의 결과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크리스틴을 단지 비극적인 죽음의 주인공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바다를 사랑하고, 오빠를 따라 농구와 게임을 즐기고, 몸이 허락하는 순간마다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고통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먼저 걱정했던 한 사람의 모습을 되살린다. 병이 아니라 삶으로 한 사람을 기억하려는 시선이 작품 전체에 흐른다.
그 기억을 담아내는 AJ 덩고의 그림 역시 특별하다. 서핑의 역사를 그리는 장면과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그리는 장면에 서로 다른 제한된 색조를 사용하고, 인물보다 훨씬 거대한 바다와 하늘, 넓은 여백을 화면에 펼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아지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은 빈 공간과 파도의 움직임으로 전달된다.
『블랭킷』의 작가 크레이그 톰슨은 이 작품에 대해 AJ가 “서퍼처럼 유연하고 우아하게” 쓰고 그리며 깊은 사랑과 상실 속에서도 독자를 가라앉게 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역시 광대한 자연과 그 앞에 작게 놓인 인간, 화면을 가득 채우는 파도의 독특한 표현에 주목했다.
그래서 『파도를 타고』에서 파도는 단순한 은유에 머물지 않는다. 파도는 크리스틴이 사랑했던 것이고, AJ와 친구들이 함께했던 시간이며, 서핑을 이어 온 수많은 사람의 역사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슬픔 그 자체다.
파도는 밀려오고, 부서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온다.
슬픔도 그렇다.
“밀려들던 물은 물러나는 듯해도 파도는 또 나타나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AJ 덩고가 마지막에 내놓는 대답은 단순하다.
“가서 파도를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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