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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72741044 |
|---|---|
| 쪽수 | 32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외국소설
AI추천 이유

“저물어가는 한 시대의 요약이자 미래의 환상이 휘몰아쳐 들어올 문을 연 작품”
- 위베르 쥐앵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 단 밤 열한 시와 자정 사이에 읽지만 않는다면”
- 르 콩스티튜숑넬
《천하나의 유령》은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일명 대(大) 뒤마)의 1849년작 소설의 첫 한국어 완역본이다. 본문 열다섯 장과, 프랑스어 원본에 수록된 뒤마의 헌정사를 함께 실었다.
뒤마는 국내에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마고 왕비》 등의 역사소설로 주로 알려져 있고, 번역 작업 역시 그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뒤마는 극작, 소설, 문학평론부터 동화, 역사서, 정치 칼럼, 여행기, 키우던 동물을 소재로 한 에세이, 요리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집필활동을 왕성하게 이어나간 작가였으며, 중년 시절부터는 아예 자기 신문사를 차려 주요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뒤마는 소설 창작에서도 어드벤처와 미스터리 등 다방면에 관심을 보였는데, 환상 또는 괴기라고 분류할 만한 장르 역시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천하나의 유령》은 그 가운데 소품집 스타일의 대표작이자, 작가가 헌정사에서 밝히고 있듯 뒤마의 다른 여러 환상문학 저작들의 전주곡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소설 배경은 1831년 9월, 파리 근교 퐁트네오로즈. 사냥을 나간 화자가 한 사건을 목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날 저녁, 시장의 저택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 속의 무서운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이어진다. 뒤마가 헌정사에서 적는 것처럼, 이 작품은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와 프랑스의 그 이전 시대의 대표적 환상-공포문학 작가인 노디에의 계승으로 자기 자신을 정의한다. 특히 《천일야화》와의 유사성이 두드러지는데, 내용적인 면은 물론, 작품의 형식 역시 《천일야화》의 액자식 구성과 동일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 제목인 '천하나의 유령'이 《천일야화(영어로 하면 One Thousand and One Night. 千'日'夜話가 아니다)》의 오마주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르문학적인 요소를 고루 지닌다. '살아 있는 시체들(mort-vivant; living dead or undead)', '구울(goule)', '흡혈귀(vampire)' '지니(génie, 수호령)' 같은 오늘날의 대중 독자들에게 무척 친숙한 개념들이 선구적으로 정리되어 제시된다. 특히 작중의 동유럽의 흡혈귀 전설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보다 50년 먼저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프랑스에서의 최초 소개는 1819년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실제 이 작품은 19세기 초중반까지 이어지던 유럽 환상문학을 종합하고자 하는 시도였으며, 얼마 가지 않아 전유럽적인 붐을 일으키게 될 오컬트적 감성에 일종의 프론티어 역할을 하게 되는 작업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비평가 위베르 쥐앵은 이 책을 두고 뒤마가 “그 시대 환상문학의 총합”을 이루어 냈다고 평하면서, 저물어 가는 한 시대를 요약하는 동시에 “앞으로 올 모든 환상문학이 쏟아져 들어갈 문”을 열었다고 아울러 밝힌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은 곧 대유행할 오컬트 문화의 사회적 배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것은 뒤마의 개성, 즉 작품에서 현장감과 시사성을 중시하는 태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뒤마가 여전히 분리하고는 있는, 낭만주의적 감수성과 오컬트적 사유의 친연성이다. 그사이 구체제의 완전한 패배 후 부르주아들을 사로잡게 된 올드한 무언가에 대한 향수가, 사회변화에 따른 불안감, 특히 노동계급의 폭력적 혁명에 대한 불안감이 꾸준히 유령처럼, 아니 유령으로 배회한다.
뒤마 개인적으로는 가장 불행하던 시절의 산물이라고 할 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직전까지 뒤마는 테아트르 이스토리크와 몽테크리스토라는, 본인 소유의 극장과 성이 있는 대성공한 작가였다. 하지만 1848년 혁명으로 극장이 비고 연재가 끊긴 사이, 본인의 정치 도전이 대실패로 끝났다. 결국 극장은 파산했고 성은 경매로 넘어갔다. 이 책의 헌정사는 당대의 유력지 《입헌(Le Constitutionnel, '르 콩스티튀숑넬')》에 연재 예고를 겸해 실린 것으로, 뒤마는 여기서 예절이 사라진 시대를 개탄하고, 의회에서 오가는 야유와 주먹질을 비난하며, 자유와 평등과 우애라는 혁명의 슬로건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토로하지만, 유머만큼은 좀처럼 잃지 않는다.
어쨌든 뒤마의 현장적인 태도는 소설에 여러 실제 사건들과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아울러 수행한다. 장폴 마라의 암살자인 샤를로트 코르데의 처형 장면, 뒤마와 적어도 건너서는 아는 사이였을(뒤마의 아버지 토마 알렉상드르 뒤마는 혁명기의 주요 장성이었다) 대혁명의 여러 주요 인사들의 모습들, 정밀하게 재현된 혁명정부의 왕실 무덤 발굴 작업 등은 괴기스러움에 역사적 고증을 더하는 부분이다. 한편 실제 왕실 무덤 발굴에 참석했던 알렉상드르마리 르누아르, 왕실 과학자이자 마술사였던 코뮈스, 타로 카드를 이용한 점술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신비주의자 알리에트 등 유명 인사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독자에게 가장 의외일 사람은 3장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는, 이야기의 화자겠지만.
역사적 사례와 공포가 가장 첨예하게 만나는 지점은 프랑스 대혁명기의 일명 '공포 정치 시대', 그리고 인도주의적이며 효율적인 목적의 처형 기구로 적극 도입되었던 단두대다. 단두대에 목이 잘린 사람에게 일정 기간 의식이 남아 있을 수 있느냐는 당대 유럽에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였다. 소설은 이 과학적인 문제를 사형제도의 폐지론이라는 사회적 화두로까지 확장시키는 동시에,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활용한다.
물론 이 책의 가장 큰 개성이라면, 오로지 이 책만의 개성은 아닌, 작가 뒤마의 스토리텔링 능력이겠다. 뒤마는 전개를 위해 고증을 왕왕 무시하고, 연재소설의 특성상 문체의 밀도는 오르락내리락하며(물론 이 책의 '카르파티아 산맥' 파트가 그런 것처럼 문장의 고점은 무척 높다), 깊은 사유가 안 들어 있는, 일명 통속작가라는 비난을 자주 듣는 작가지만, 드라마적 재미 하나는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그가 초대하는 19세기의 유령의 밤으로 입장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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