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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8792602 |
|---|---|
| 쪽수 | 50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외국소설
AI추천 이유

아이가 인형을 죽였다.
그리고 유명 인플루언서가 시체로 발견됐다.
“살인 방법이…… 캐시의 인형 놀이와 일치해서요.” (316쪽)
『침묵의 인형 놀이』의 공포는 거창한 범죄 현장이 아니라 작은 장난감에서 시작된다. 아홉 살 캐시는 아무 말 없이 인형을 물에 처박고, 목을 매달고, 죽은 인형을 모래 속에 묻는다. 처음에는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가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캐시가 인형을 죽인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발견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부터 캐시의 행동은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어진다. 어떤 인형을 골랐는지, 어디에 놓았는지, 같은 행동을 왜 반복하는지까지 모두 살펴야 한다. 형사들이 사건 현장에서 단서를 찾는 동안 로빈은 모래 상자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본다. 일반적인 수사물이라면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을 아이의 작은 행동들이 여기서는 사건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더 불길한 것은 인형의 개수다. 처음에는 여섯 개였다. 캐시는 인형을 하나씩 죽인 뒤 모래 속에 묻는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개뿐. 그러나 작가는 두 인형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살인을 재현한 것인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인형이 하나씩 사라질수록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한 불안도 커진다.
유일한 목격자는 아홉 살.
문제는, 그 아이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말을 안 한다면서요?”
“네. 말을 안 해요. 돌아온 후로 한 마디도요.” (276쪽)
15개월 동안 실종됐던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 범인의 얼굴도, 감금된 장소도, 자신이 본 살인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지 모르는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캐시는 입을 열지 않는다. 경찰에게는 가장 결정적인 증인이면서 동시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증인이다.
그래서 사건의 중심에는 형사가 아니라 아동 심리 치료사 로빈 하트가 선다. 로빈은 캐시에게 범인의 이름을 캐묻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고르는 인형과 배치하는 위치, 반복하는 놀이를 지켜본다. 치료를 위해 시작한 놀이가 어느 순간 수사가 되고, 살인 사건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다시 아이의 치료를 위협한다. 진실을 알아내야 하지만, 아이에게 기억을 억지로 꺼내놓도록 해서는 안 되는 딜레마가 작품 전체의 긴장을 끌고 간다.
이 지점에서 『침묵의 인형 놀이』는 익숙한 연쇄 살인 수사물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지문도, CCTV도, 명확한 진술도 없다. 남은 것은 아이의 행동뿐이다. 말 대신 놀이가 증언하고, 장난감이 범죄 현장을 재현한다. 독자는 형사보다 먼저 인형의 의미를 알아채려 애쓰면서 자연스럽게 로빈과 함께 놀이를 해독하는 탐정이 된다.
사건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그다음이 남는다.
“그 과정에서 실제 삶에서 결여된 상황 통제감을 느낄 수 있었다.” (17쪽)
『침묵의 인형 놀이』는 연쇄 살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끔찍한 일을 겪은 아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캐시가 잃어버린 것은 15개월이라는 시간만이 아니다. 자신의 선택권과 안전하다는 감각,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능력까지 잃었다.
그런 캐시에게 놀이 치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 전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다. 어떤 인형을 고를지, 어디에 둘지, 그 인형에게 어떤 일을 일으킬지는 캐시가 결정한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아이가 놀이치료실 안에서만큼은 스스로 선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이크 오머는 사건의 해결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캐시의 부모에게는 불안이 남고, 로빈 역시 자신이 겪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낼 수 없다. 베설빌 사람들도 이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곧장 돌아가지는 못한다. 대신 각자의 속도로, 조금씩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간다.
인형의 역할도 그 과정에서 달라진다. 처음에는 캐시가 끔찍한 기억을 재현하는 수단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사람과 다시 소통하는 방법이 된다. 연쇄 살인을 밝혀내는 일과 그 사건을 겪은 사람이 다시 살아가는 일. 『침묵의 인형 놀이』는 두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함께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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