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한 편을 끝까지 만드는 책
이 책은 AI 도구로 한 편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제작 파이 프라인 실전서입니다. 작품 유형을 정하는 일에서 시작해 플롯과 캐릭터를 세 우고 이미지와 영상 및 소리를 생성하고, 편집과 마스터링을 거쳐 마케팅과 배 포까지 다룹니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학습자의 손 에 ‘완성된 작품 한 편’이 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구를 만져본 적은 있지만 한 편을 끝까지 완성해본 적이 없는 ‘입문에서 중급 사이의 제작자’를 핵심 독자로 삼았습니다. 혼자 읽는 독학서로 설계했으며, 각 장은 핵심 개념 · 튜토리얼 · 워크시트로 나뉘어 있어 워크시트를 그대로 수업 과 제로 쓸 수 있는 10주 강의 교재이기도 합니다.
왜 지금 AI 영상인가
영상 제작은 오랫동안 자본의 예술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조명과 스튜디오, 배 우와 스태프, 후반 작업의 인력과 시간까지, 한 편의 영상은 수많은 사람과 비 용의 합으로만 성립했습니다.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화면으로 옮길 수 단이 없는 사람에게 영상은 닫힌 문이었습니다. AI 영상 도구는 이 전제를 바꾸 고 있습니다. 장면을 생성하는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제작의 병목은 ‘자본과 인력’에서 ‘기획과 안목’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산업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광고와 홍보 영상의 제작 주기는 짧아 지고, 숏폼과 뮤직비디오 및 미디어아트에서는 이미 AI 생성 화면이 일상적인 표현 수단이 되었습니다. 제작사 안에서는 콘티 작가, 프리비즈 아티스트, 편집 자의 직무가 AI 도구와 결합한 형태로 재편되고 있으며, 제작사 바깥에서는 한 사람이 기획부터 배포까지 전 공정을 감당하는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등 장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만, 방향만 은 분명합니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안에서 차 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도구를 활용하는 기획이라는 것입니다.
도구는 빨라졌는데 작품은 왜 완성되지 않는가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생깁니다. 생성은 쉬워졌는데 완성은 여전히 어렵다는 역설입니다. 프롬프트 한 줄로 그럴듯한 10초짜리 클립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클립 수십 개를 이야기 하나로 묶어 한 편의 작품으로 끝내는 일은 여전히 소수만 해냅니다.
그 소수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필리핀의 영 상 제작자 로드손 베르 수아레즈(Rodson Verr Suarez)와 다릴 라파콘(Darryll Rapacon)이 만든 단편 『Portrait No. 72』는 인도 바라나시에서 죽은 이들의 마 지막 초상을 찍는 늙은 사진사의 이야기로, 2026년 초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 대 규모의 AI 영화제(Google One Billion Summit)에서 최종 후보 다섯 편에 올랐 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수상 이력이 아니라 제작 방식입니다. 두 사람은 9분짜 리 영상 한 편을 위해 1,500회가 넘는 생성을 거쳤고, 한 장면을 얻기 위해 수십 번을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번 생성에 네 가지 영상이 만들어지는 셈이니 영상 클립 수만 어림잡아 5천 개가 훌쩍 넘는 양입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텔 링과 후반 작업은 끝까지 사람의 손에 남겨두었고, 한 사람은 감정과 서사의 전체 그림을, 다른 한 사람은 실행과 기술적 완성도를 맡는 분업을 처음부터 세워 두었습니다. 많은 AI 영상이 스펙터클을 좇을 때 이들이 택한 것은 침묵과 페이 싱과 절제였습니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가 먼저 서 있었기에, 1,500번의 생성은 방황이 아니라 선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수아레즈는 이 작 품을 “AI 영화가 아니라 AI로 만든 영화”라고 부르며, “AI가 과정을 가속했지만 난이도를 낮추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도구가 빨라져도 완성의 난이도는 그 대로라는 것, 이 역설을 창작 현장이 스스로 증언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이는 영상 기획에서 갈립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누구에게 보일 것인지, 어떤 구조로 끌고 갈 것인지가 서 있지 않으면, 생성물은 쌓이기만 하고 작품은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AI 영상에서 기획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생성의 무한함 때문입니다. 전통 제작에서는 촬영 가능한 범위가 기획을 제약했지만, AI 제작에서는 무엇 이든 만들 수 있기에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됩니 다. 수아레즈가 AI를 “자원 없는 창작자를 향한 위협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도 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지점과 닿아 있습니다. 자원의 제약이 사라진 자 리를 대신 채워야 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생성 결과를 판정할 수 없고, 판정할 수 없으면 작업은 전진하는 순환이 아니라 제자 리를 도는 방황이 됩니다. 플롯 구성과 스토리 전개, 캐릭터 설정 및 시트, 컬러 스크립트, 컷 설계 같은 프리프로덕션의 산출물이 바로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기획 단계에 책의 3분의 1 가까이를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떠받치는 두 가지 관점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개의 관점을 먼저 소개합니다. Part1에서 자세히 다루지만, 프롤로그에서 미리 알아 두면 책을 읽는 방식 자체 가 달라집니다.
첫째는 퍼페추얼 베타입니다. 웹 2.0이 끊임없이 개선되는 상태로 존재하는 서 비스를 가리켰듯, AI 영상은 완성이 종착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생성하고 교체 하고 개선할 수 있는 영구적 베타 상태의 작업물입니다. 완성이라는 환상을 내 려놓는 것이 AI 제작의 출발점입니다.
둘째는 프로덕션 루프입니다. 전통 영상 제작에서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단절된 공정이었습니다. 촬영을 마치면 되돌리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AI 영상 제작은 다릅니다. 장면 생성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기에, 편집하다 컷이 모자라면 생성으로 돌아가고, 생성하 다 구상이 흔들리면 기획으로 거슬러 오를 수 있습니다. 세 단계는 서로를 끊임 없이 호출하는 순환 고리로 작동합니다.
이 두 관점은 책상 위에서 고안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론의 정 리가 아니라 제작의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저자들은 실제로 혼자 AI 영화를 기 획하고 생성하고 편집해 완성하거나 교육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겪 은 시행착오를 이 책에 온전히 담았습니다. 캐릭터의 얼굴이 컷마다 달라져 며 칠을 되돌아간 경험, 편집 단계에서야 빠진 컷을 발견하고 생성으로 거슬러 오 른 경험, 완성했다고 믿은 장면을 더 나은 생성물로 교체하며 완성의 기준 자 체를 다시 세운 경험이 그것입니다. 퍼페추얼 베타와 프로덕션 루프는 한 사람 이 전 공정을 감당해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작업의 실제 모습에 이름을 붙 인 것입니다. 장마다 붙는 되돌아가기 안내, 일관성이 무너지는 지점에 대한 경 고, 에셋을 버전으로 관리하라는 권고는 모두 저자들이 한 번씩 넘어졌던 자리 에 세운 표지판입니다. 독자가 같은 자리에서 덜 헤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잘 된 결과만이 아니라 막혔던 과정까지 본문에 남겼습니다.
이 책의 배열은 작업 순서가 아닌, 학습 순서
이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안내입니다. 책은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의 산업 표준 3단계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처음 배우는 사 람에게는 이 순서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이 순서 대로 한 번만 흐르지 않습니다. Part3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다가 Part2의 시각 연 출로 돌아가고, Part4에서 편집하다가 Part3의 생성으로 돌아가는 일이 정상적 인 작업 흐름입니다. 각 장 끝과 본문 곳곳의 되돌아가기 안내가 그 경로를 일 러줍니다. 책을 순서대로 한 번 읽되, 작업할 때는 필요한 곳으로 자유롭게 되 돌아가기를 권합니다.
왜 실전 워크북이어야 하는가
이 분야의 책은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구의 사용법을 나열한 매뉴얼 은 도구가 바뀌면 낡고, 개념만 다룬 개론서는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 편 을 끝까지 완성하는 능력은 개념과 손, 그리고 자기 작품이 같은 자리에서 맞물 릴 때 길러집니다. 워크북이라는 형식은 그 맞물림을 책의 구조로 강제하기 위 한 선택입니다. 읽은 것을 예제로 확인하고, 확인한 것을 자기 작품의 빈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식은 비로소 제작 능력이 됩니다.
그래서 각 장은 세 가지 형식을 결합합니다. 개념과 원리는 읽기로, 도구와 제 작은 예제 작품을 단계별로 따라 만드는 튜토리얼로, 자기 작품에 적용하는 일 은 빈칸과 표와 체크리스트로 채우는 워크시트로 다룹니다. 개념을 읽고, 예제 를 따라 만들며, 내 작품에 적용하는 흐름이 한 장 안에서 이어집니다.
튜토리얼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예제 작품을 따라갑니다. 저자들이 직 접 AI 도구로 생성한 단편 영상의 제작 · 교육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학습자 는 같은 단계에서 워크시트로 자기 작품을 병행해 만들어 갑니다. 책을 끝까지 따라가면 예제 한 편의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경험과, 자기 작품 한 편이 함께 남습니다.
도구에 대하여
이 책은 AI 도구의 브랜드명을 본문에서 직접 다룹니다. 어떤 도구가 어떤 역 할에 강하고 어떤 프롬프팅 전략이 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다만, 버 전과 가격은 본문에 쓰지 않습니다. 이 분야는 도구가 빠르게 변하므로, 빠르게 변하는 정보는 각 도구의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본문에 는 잘 변하지 않는 것, 곧 도구의 역할과 강점과 프롬프팅의 원리만 둡니다. 이 책 자체도 갱신되는 지식이며, 완성을 종착으로 보지 않는 관점은 책에도 그대 로 적용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것
거창한 장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웹 브라우저가 돌아가는 컴퓨터, 안정적인 인터넷, 그리고 생성 결과물을 정리할 저장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AI 플랫폼 계 정은 Part3 첫 장에서 분야별로 안내하므로 미리 모두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지금부터 준비하기를 권합니다.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막연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Part1에서 첫 스케치로 옮기는 것이 이 여정의 첫걸음입 니다.
한 사람이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책이 독자 의 첫 한 편을 만들어내는 여정에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8월
서정호 · 박정호
한 사람이 한 편을 끝까지 만드는 책
이 책은 AI 도구로 한 편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제작 파이 프라인 실전서입니다. 작품 유형을 정하는 일에서 시작해 플롯과 캐릭터를 세 우고 이미지와 영상 및 소리를 생성하고, 편집과 마스터링을 거쳐 마케팅과 배 포까지 다룹니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학습자의 손 에 ‘완성된 작품 한 편’이 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구를 만져본 적은 있지만 한 편을 끝까지 완성해본 적이 없는 ‘입문에서 중급 사이의 제작자’를 핵심 독자로 삼았습니다. 혼자 읽는 독학서로 설계했으며, 각 장은 핵심 개념 · 튜토리얼 · 워크시트로 나뉘어 있어 워크시트를 그대로 수업 과 제로 쓸 수 있는 10주 강의 교재이기도 합니다.
왜 지금 AI 영상인가
영상 제작은 오랫동안 자본의 예술이었습니다. 카메라와 조명과 스튜디오, 배 우와 스태프, 후반 작업의 인력과 시간까지, 한 편의 영상은 수많은 사람과 비 용의 합으로만 성립했습니다.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화면으로 옮길 수 단이 없는 사람에게 영상은 닫힌 문이었습니다. AI 영상 도구는 이 전제를 바꾸 고 있습니다. 장면을 생성하는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제작의 병목은 ‘자본과 인력’에서 ‘기획과 안목’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산업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광고와 홍보 영상의 제작 주기는 짧아 지고, 숏폼과 뮤직비디오 및 미디어아트에서는 이미 AI 생성 화면이 일상적인 표현 수단이 되었습니다. 제작사 안에서는 콘티 작가, 프리비즈 아티스트, 편집 자의 직무가 AI 도구와 결합한 형태로 재편되고 있으며, 제작사 바깥에서는 한 사람이 기획부터 배포까지 전 공정을 감당하는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등 장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지만, 방향만 은 분명합니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 안에서 차 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도구를 활용하는 기획이라는 것입니다.
도구는 빨라졌는데 작품은 왜 완성되지 않는가
여기서 한 가지 역설이 생깁니다. 생성은 쉬워졌는데 완성은 여전히 어렵다는 역설입니다. 프롬프트 한 줄로 그럴듯한 10초짜리 클립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클립 수십 개를 이야기 하나로 묶어 한 편의 작품으로 끝내는 일은 여전히 소수만 해냅니다.
그 소수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필리핀의 영 상 제작자 로드손 베르 수아레즈(Rodson Verr Suarez)와 다릴 라파콘(Darryll Rapacon)이 만든 단편 『Portrait No. 72』는 인도 바라나시에서 죽은 이들의 마 지막 초상을 찍는 늙은 사진사의 이야기로, 2026년 초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 대 규모의 AI 영화제(Google One Billion Summit)에서 최종 후보 다섯 편에 올랐 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수상 이력이 아니라 제작 방식입니다. 두 사람은 9분짜 리 영상 한 편을 위해 1,500회가 넘는 생성을 거쳤고, 한 장면을 얻기 위해 수십 번을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번 생성에 네 가지 영상이 만들어지는 셈이니 영상 클립 수만 어림잡아 5천 개가 훌쩍 넘는 양입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텔 링과 후반 작업은 끝까지 사람의 손에 남겨두었고, 한 사람은 감정과 서사의 전체 그림을, 다른 한 사람은 실행과 기술적 완성도를 맡는 분업을 처음부터 세워 두었습니다. 많은 AI 영상이 스펙터클을 좇을 때 이들이 택한 것은 침묵과 페이 싱과 절제였습니다.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가 먼저 서 있었기에, 1,500번의 생성은 방황이 아니라 선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수아레즈는 이 작 품을 “AI 영화가 아니라 AI로 만든 영화”라고 부르며, “AI가 과정을 가속했지만 난이도를 낮추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도구가 빨라져도 완성의 난이도는 그 대로라는 것, 이 역설을 창작 현장이 스스로 증언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이는 영상 기획에서 갈립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누구에게 보일 것인지, 어떤 구조로 끌고 갈 것인지가 서 있지 않으면, 생성물은 쌓이기만 하고 작품은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AI 영상에서 기획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생성의 무한함 때문입니다. 전통 제작에서는 촬영 가능한 범위가 기획을 제약했지만, AI 제작에서는 무엇 이든 만들 수 있기에 오히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됩니 다. 수아레즈가 AI를 “자원 없는 창작자를 향한 위협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도 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지점과 닿아 있습니다. 자원의 제약이 사라진 자 리를 대신 채워야 하는 것이 판단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생성 결과를 판정할 수 없고, 판정할 수 없으면 작업은 전진하는 순환이 아니라 제자 리를 도는 방황이 됩니다. 플롯 구성과 스토리 전개, 캐릭터 설정 및 시트, 컬러 스크립트, 컷 설계 같은 프리프로덕션의 산출물이 바로 그 기준입니다. 이 책이 기획 단계에 책의 3분의 1 가까이를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을 떠받치는 두 가지 관점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두 개의 관점을 먼저 소개합니다. Part1에서 자세히 다루지만, 프롤로그에서 미리 알아 두면 책을 읽는 방식 자체 가 달라집니다.
첫째는 퍼페추얼 베타입니다. 웹 2.0이 끊임없이 개선되는 상태로 존재하는 서 비스를 가리켰듯, AI 영상은 완성이 종착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생성하고 교체 하고 개선할 수 있는 영구적 베타 상태의 작업물입니다. 완성이라는 환상을 내 려놓는 것이 AI 제작의 출발점입니다.
둘째는 프로덕션 루프입니다. 전통 영상 제작에서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단절된 공정이었습니다. 촬영을 마치면 되돌리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AI 영상 제작은 다릅니다. 장면 생성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기에, 편집하다 컷이 모자라면 생성으로 돌아가고, 생성하 다 구상이 흔들리면 기획으로 거슬러 오를 수 있습니다. 세 단계는 서로를 끊임 없이 호출하는 순환 고리로 작동합니다.
이 두 관점은 책상 위에서 고안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론의 정 리가 아니라 제작의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저자들은 실제로 혼자 AI 영화를 기 획하고 생성하고 편집해 완성하거나 교육하는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겪 은 시행착오를 이 책에 온전히 담았습니다. 캐릭터의 얼굴이 컷마다 달라져 며 칠을 되돌아간 경험, 편집 단계에서야 빠진 컷을 발견하고 생성으로 거슬러 오 른 경험, 완성했다고 믿은 장면을 더 나은 생성물로 교체하며 완성의 기준 자 체를 다시 세운 경험이 그것입니다. 퍼페추얼 베타와 프로덕션 루프는 한 사람 이 전 공정을 감당해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작업의 실제 모습에 이름을 붙 인 것입니다. 장마다 붙는 되돌아가기 안내, 일관성이 무너지는 지점에 대한 경 고, 에셋을 버전으로 관리하라는 권고는 모두 저자들이 한 번씩 넘어졌던 자리 에 세운 표지판입니다. 독자가 같은 자리에서 덜 헤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잘 된 결과만이 아니라 막혔던 과정까지 본문에 남겼습니다.
이 책의 배열은 작업 순서가 아닌, 학습 순서
이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안내입니다. 책은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의 산업 표준 3단계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처음 배우는 사 람에게는 이 순서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은 이 순서 대로 한 번만 흐르지 않습니다. Part3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다가 Part2의 시각 연 출로 돌아가고, Part4에서 편집하다가 Part3의 생성으로 돌아가는 일이 정상적 인 작업 흐름입니다. 각 장 끝과 본문 곳곳의 되돌아가기 안내가 그 경로를 일 러줍니다. 책을 순서대로 한 번 읽되, 작업할 때는 필요한 곳으로 자유롭게 되 돌아가기를 권합니다.
왜 실전 워크북이어야 하는가
이 분야의 책은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구의 사용법을 나열한 매뉴얼 은 도구가 바뀌면 낡고, 개념만 다룬 개론서는 손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 편 을 끝까지 완성하는 능력은 개념과 손, 그리고 자기 작품이 같은 자리에서 맞물 릴 때 길러집니다. 워크북이라는 형식은 그 맞물림을 책의 구조로 강제하기 위 한 선택입니다. 읽은 것을 예제로 확인하고, 확인한 것을 자기 작품의 빈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식은 비로소 제작 능력이 됩니다.
그래서 각 장은 세 가지 형식을 결합합니다. 개념과 원리는 읽기로, 도구와 제 작은 예제 작품을 단계별로 따라 만드는 튜토리얼로, 자기 작품에 적용하는 일 은 빈칸과 표와 체크리스트로 채우는 워크시트로 다룹니다. 개념을 읽고, 예제 를 따라 만들며, 내 작품에 적용하는 흐름이 한 장 안에서 이어집니다.
튜토리얼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예제 작품을 따라갑니다. 저자들이 직 접 AI 도구로 생성한 단편 영상의 제작 · 교육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며 학습자 는 같은 단계에서 워크시트로 자기 작품을 병행해 만들어 갑니다. 책을 끝까지 따라가면 예제 한 편의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경험과, 자기 작품 한 편이 함께 남습니다.
도구에 대하여
이 책은 AI 도구의 브랜드명을 본문에서 직접 다룹니다. 어떤 도구가 어떤 역 할에 강하고 어떤 프롬프팅 전략이 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다만, 버 전과 가격은 본문에 쓰지 않습니다. 이 분야는 도구가 빠르게 변하므로, 빠르게 변하는 정보는 각 도구의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합니다. 본문에 는 잘 변하지 않는 것, 곧 도구의 역할과 강점과 프롬프팅의 원리만 둡니다. 이 책 자체도 갱신되는 지식이며, 완성을 종착으로 보지 않는 관점은 책에도 그대 로 적용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것
거창한 장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웹 브라우저가 돌아가는 컴퓨터, 안정적인 인터넷, 그리고 생성 결과물을 정리할 저장 공간이면 충분합니다. AI 플랫폼 계 정은 Part3 첫 장에서 분야별로 안내하므로 미리 모두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지금부터 준비하기를 권합니다.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막연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Part1에서 첫 스케치로 옮기는 것이 이 여정의 첫걸음입 니다.
한 사람이 한 편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책이 독자 의 첫 한 편을 만들어내는 여정에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8월
서정호 ·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