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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24194294 |
|---|---|
| 쪽수 | 248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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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만 더 가보자” — 꼴찌 그룹에서 완주한 사람이 쓴, 가장 느리고 가장 정직한 완주기
도전 에세이는 대개 결승선에서 시작한다. 해냈다는 승리의 축포를 먼저 작성한 후, 고생은 그 선언을 빛내는 배경으로 소비된다. 《250킬로미터의 질문》은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새벽 알람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고, 배 안 매점 줄에서만 선두에 서 보고, 마지막 체크포인트에서 “뒤에 다섯 명이 남았다”는 말을 들으며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런 사람이 7일 동안 250킬로미터를 끝까지 간다. 이 책의 힘은 그 “끝까지”가 의지의 승리담이 아니라, “저 깃발까지만, 다음 체크포인트까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는 작게 쪼갠 마음들의 누적으로 그려진다는 데 있다.
구조가 독창적이다. 전반부 다섯 장은 헤라클레스·시시포스·아폴론의 신탁·아리아드네·오디세우스를 대구의 한여름 강변 훈련, 매일 새벽 4시의 알람, 아파트 25층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의 반복을 병치한다. 후반부 일곱 장은 레이스의 각 스테이지를 신화 인물 한 명의 이름으로 호명한다. 무엇을 짊어질지 고르는 출발 전날은 황금 사과 앞에 멈춘 아탈란타의 날이고, 길을 잃은 첫날은 길의 신 헤르메스의 날이며, 헤드랜턴이 꺼진 80킬로미터의 밤은 잠과 죽음과 낮을 함께 낳은 여신 닉스의 밤이다. 카뮈의 부조리, 에픽테토스의 헤라클레스 해석, 루크레티우스와 에피쿠로스의 소박한 즐거움, 아리스토텔레스의 “함께 소금을 먹어보기 전에는 서로를 알 수 없다” 등등 풍부한 삶과 해석을 곁들인다. 신화 교양서와 완주기가 서로를 설명하는 드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해석은 아니다. 다리 밑 그늘에서 파는 천 원짜리 얼음 커피, 남편이 침목 위에 슬쩍 떨어뜨려 둔 육포 한 조각, 시골 마을 아주머니가 “브라보” 한마디와 함께 건넨 포도 한 송이, 결승선을 넘고도 메달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스승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저자. 남편과 레이스에 참가해 혼자 먼저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걸음에 맞춰 함께 결승선에 닿는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왜 또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해 망설이는 사람, 되풀이되는 하루가 헛수고처럼 느껴지는 사람, 무언가를 끝내고도 자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해 본 사람에게 권한다.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자급자족 스테이지 레이스의 생생한 기록으로,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신화를 자기 삶으로 읽는 방법의 예시로 읽힐 것이다. 전작 《나는 사막에서 삶을 배웠다》가 싱가포르의 서점과 국립도서관까지 닿았듯, 이 두 번째 여정 또한 국경과 언어를 넘어 “흔들리는 나를 끝내 버리지 않는” 모든 이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흔들려도 괜찮다. 멈춰도 끝난 것은 아니다. 어설픈 나를 데리고도, 우리는 생각보다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