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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88022670 |
|---|---|
| 쪽수 | 362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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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이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화자, 금자의 어조는 시종일관 낡은 앨범을 들여다보듯 담담하고 관조적이다. 등장인물들은 금자를 포함해 시대라는 그물에 함께 엮인 존재들일 뿐, 특별한 애착도 깊은 증오도 부각되지 않는다. 모든 인물들의 행동은 그 모습, 그 시기, 그 위치의 당연한 결과이며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글 속에는 어린 금자가 주인공으로 있지만, 그것을 묘사하는 것은 그 시절에서 멀리 떠나온 나이든 금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금자는 스스로 공감하는 능력 같은 것이 부족하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금자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온 북한 사람들의 아이다. 금자의 부모님은 북한 사투리를 쓰지만, 금자는 부산 사투리를 쓴다. 금자가 초등학생이 되자 '젼금자'는 '전금자'가 된다. 국민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 금자는 맞춤 원피스를 입고 파마를 하며 고급 교복을 입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복했던 금자 집의 형편은 어려워진다.
금자의 추억은 그 자체로 시대의 기록이자 역사다. 그 시대의 가장들은 당연한 듯 첫 부인 외에도 여러 여인을 두었으며, 어린 금자는 오랫동안 새엄마를 친엄마로 여기며 성장한다. 하지만 새엄마가 병으로 생을 마치는 순간 가짜 모녀 관계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무의식중에 진실을 알고 있던 금자는 죽음을 앞둔 새엄마의 눈이 보내는 차가운 메시지를 부정했다가, 새엄마가 떠난 후엔 잠시 그리워했다가, 곧 이별을 받아들이고 성장한다. 화를 잘 내면서도 너그러우며 고급 옷을 입혀주던 새엄마가 떠나며 금자의 유년기가 끝난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후에야 금자의 아버지는 금자의 '진짜 엄마'에게 가자고 한다. 그 뒤의 일은 금자가 알려주지 않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득한 어린 시절을 이토록 세밀히 살려낸 것만으로도, 독자는 금자가 자신을 또렷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태도를 지키며 살아왔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전금자는 원래 'AI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부제로 달고 싶어했다. 작가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누구라도 그 거대한 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그러나 이토록 정직한 회상의 글에, 반세기 전의 시절에서 끝맺는 이야기의 부제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47년생의 소녀가 유년기를 마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반세기 후의 변화를 예민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AI가 할 수 없는 이야기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