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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6787724 |
|---|---|
| 쪽수 | 324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자연/과학 > 과학일반
AI추천 이유

『물론입니다』 시리즈는 윤경용 박사와
흔들의자 출판사가 똑똑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10년을 준비한 지식 프로젝트!
이 책을 읽고 나면, 물도 예전의 물이 아니고 AI도 예전의 AI가 아니다.
AI를 쫓아갔는데, 왜 자꾸 물이 나오는가.
처음 원고를 받았을 때 출판사도 조금 당황했다.
제목은 <AI도 목이 마르다>였다. 당연히 인공지능 책이라고 생각했다. ChatGPT가 나오고, 생성형 AI가 나오고, 인공신경망이나 GPU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나온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상했다. 갑자기 물이 튀어나온다. 반도체 공장으로 가더니 생전 처음 듣는 초순수라는 것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로 들어갔더니 냉각수가 흐른다. 전기를 따라갔더니 발전소에서 또 물을 만난다. 인간의 뇌로 갔더니 이번에는 혈액이 흐르고 척수가 나온다. 그러더니 홍수와 가뭄으로 갔다가 바닷속 데이터센터를 지나 급기야 우주까지 올라간다.
편집자는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다.
“교수님, 이거 AI 책 맞습니까?”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면 질문이 거꾸로 바뀐다.
“세상에, 왜 우리는 지금까지 AI를 이렇게 보지 못했지?”
이 책의 재미는 바로 거기, 그 기발함에 있다.
저자 윤경용 교수의 머릿속에는 아마 보통 사람에게 없는 연결선이 몇 개 더 있는 모양이다. 보통 사람은 AI를 보면 ChatGPT를 생각한다. 조금 아는 사람은 GPU를 생각하고, 더 깊이 들어가면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잠깐, GPU가 계산하면 열이 나잖아?”
여기서 냉각으로 간다.
“그럼, 무엇으로 식히지?”
물로 간다.
“그 물은 어디서 오지?”
강과 지하수로 간다.
“그런데 사람도 물이 필요한데?”
농업과 지역사회의 물 문제로 간다.
“그러고 보니 사람의 뇌도 생각하면 열이 나는데?”
이번에는 혈액과 뇌로 간다.
정신을 차려보면 독자는 AI에서 출발해 물과 에너지, 생명과 환경, 산업과 문명 한가운데까지 끌려와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참 희한한 사람이다. 남들은 점을 보는데 이 사람은 선을 본다.
남들은 분야를 나누는데 이 사람은 분야 사이의 다리를 찾는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는 전혀 친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 식탁에 앉는다. AI와 물이 만나고, GPU와 인간의 뇌가 만나고, 데이터센터와 혈관이 만나고, 반도체와 강물이 만난다. 그리고 저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원래 다 연결되어 있었는데요?”
독자로서는 약간 억울하다. 설명을 듣고 나면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네?”
『물론입니다』 시리즈의 묘한 중독성은 바로 이 세 글자에서 나온다.
저자의 이력도 이 책만큼이나 조금 수상하다.
컴퓨터와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했고, 인공지능과 ICT를 다뤘으며, 에너지와 연료전지까지 연구했다. 한 사람이 평생 한 분야를 파도 쉽지 않은데 이 사람은 자꾸 옆집 담을 넘는다.
컴퓨터를 하다가 통신으로 가고, 통신을 하다가 에너지로 가고, 에너지를 들여다보다 물을 만나고, 다시 AI로 돌아온다.
그래서 별명이 ‘Dr. Everything’이라는 사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다지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이 정작 글에서는 어려운 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질문이 엉뚱하다.
“AI도 목이 마를까?”
이 한마디로 시작해 버린다. 논문이라면 상당히 곤란한 질문이다.하지만 대중 과학책에서는 이보다 좋은 질문을 찾기도 어렵다.
저자는 1980년대 초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배웠다. 당시의 인공지능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최단 경로를 찾고, 체스를 두고, 휴리스틱으로 가능성 높은 답을 찾아가는 정도였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빅데이터도 없던 시절이다. 수업을 마친 그는 친구에게 말했다.
“이거 우리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안 될 것 같은데….”
40여 년이 흘렀다. 친구도 살아 있고 저자도 살아 있다. 그런데 그때는 살아 있는 동안 못 볼 것 같다던 AI까지 아주 멀쩡하게 살아 있다. 그것도 사람과 대화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램까지 만든다. 이 정도면 젊은 시절의 예측이 틀렸음을 조용히 인정할 법도 한데, 저자는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찾아낸다.
40년 전에는
“AI가 정말 생각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이제는
“AI가 너무 뜨거운데 어떻게 식히지?”를 걱정한다.
인공지능의 존재 가능성을 걱정하던 사람이 이제 인공지능의 체온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개인사가 또 있을까.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반전이 시작된다. AI는 몸이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AI의 옷을 하나씩 벗긴다. 알고리즘을 벗기면 서버가 나온다. 서버를 벗기면 반도체가 나온다. 반도체 뒤에는 전기가 있다. 전기를 사용하면 열이 생긴다. 열을 따라가면 냉각이 나온다. 그리고 마침내, 물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제목 『AI도 목이 마르다』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AI에게 입은 없다. 그런데 물이 필요하다. 목도 없다. 그런데 목이 마르다. 이 책의 제목부터 이미 저자다운 역설이다.
더 기막힌 것은 문명의 역사다.
인류 최초의 거대한 문명은 물을 찾아 강가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수천 년 뒤 인간은 증기기관을 만들고, 전기를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고, 마침내 AI까지 만들었다. 이 정도 발전했으면 이제 자연으로부터 꽤 독립했을 것 같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가 다시 물을 찾아 움직인다.
인류가 몇천 년을 달려 미래로 갔는데, AI를 데리고 다시 강가로 돌아온 셈이다. 문명의 시작에도 물이 있었고, AI 문명의 최전선에도 물이 있다. 이쯤 되면 저자가 왜 AI 책에서 자꾸 물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AI가 물을 많이 쓴다”라는 환경 고발서였다면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반드시 한 번 더 뒤집는다. 물을 소비하는 AI가 이번에는 물을 지킨다.
AI가 홍수를 예측하고, 가뭄의 위험을 계산하며,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물은 AI를 살리고, AI는 다시 물을 지킨다. 소비자와 보호자의 관계가 한 존재 안에 들어간다.
이 책에는 이런 반전이 계속 숨어 있다. 그래서 독자는 한 가지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질문받는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 되고, 공학이 되고, 생명이 되고, 환경이 되고, 어느 순간 철학이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렵지가 않다. 저자가 어려운 것을 빼버려서가 아니다. 어려운 것을 이야기 속에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뇌와 AI를 나란히 놓는 순간은 이 책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열을 낸다. 혈액이 끊임없이 흐르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열을 옮긴다. AI도 계산할수록 전기를 쓰고 열을 낸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 시스템이 그 열을 밖으로 옮긴다.
하나는 수십억 년 진화가 만든 지능이고, 하나는 인간이 만든 지능이다. 전혀 다른 존재다.
그런데 저자는 둘을 한참 들여다보다 한 문장을 꺼낸다.
“지능은 흐름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게 된다. 혈액이 멈추면 인간의 생각이 멈춘다. 전기와 냉각이 멈추면 AI의 계산도 멈춘다. 지능을 ‘똑똑함’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이 ‘흐름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AI도 목이 마르다’에는 AI 책에 흔히 등장하는 미래 예측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미래는 허공에 떠 있지 않다. AI가 더 커지면 전력이 더 필요하고, 전력을 더 쓰면 열이 늘어나며, 열을 처리하려면 냉각이 필요하다. 그러면 결국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이야기는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 마침내 우주까지 올라간다. AI의 미래를 따라가는데 결국 배관과 냉각과 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유쾌한 역설이다.
세상은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날을 걱정한다. 윤경용 교수는 거기서 한 발 옆으로 비켜서 묻는다.
“그런데 그때 전기는 충분합니까?”
또 묻는다.
“그 열은 누가 식힙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물은 어디서 가져올 겁니까?”
천재적인 질문은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남들이 아직 묻지 않은, 듣고 나면 너무 당연해서 머리를 치게 되는 질문이다. 이 책에는 그런 질문이 많다.
우리는 AI를 이야기할 때 자꾸 미래를 본다. 얼마나 더 똑똑해질까. 어떤 직업을 없앨까. 인간을 뛰어넘을까. 세상을 지배할까.
하지만 ‘AI도 목이 마르다’는 미래를 보다가 갑자기 우리의 발밑을 보게 만든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물리 법칙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전기가 필요하고, 공간이 필요하고, 반도체가 필요하고, 냉각이 필요하다. 지능은 가상이지만, 지능을 떠받치는 세계는 현실이다.
어쩌면 이것이 이 책이 수많은 AI 책 사이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곤란해진다. 예전처럼 AI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ChatGPT에 질문을 던지다가 데이터센터를 생각하게 되고, 데이터센터를 생각하다 물을 떠올리게 된다. 수돗물을 마시다가 뜬금없이 GPU가 생각날 수도 있다. 강을 보다가 데이터센터가 떠오르고, 데이터센터 뉴스를 보다가 농부의 논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좋은 과학책은 지식을 하나 더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평범했던 것을 더는 평범하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AI도 목이 마르다’는 꽤 위험한 책이다. 한번 읽고 나면 물도 예전의 물이 아니고, AI도 예전의 AI가 아니다.
그리고 출판사는 원고를 다 읽은 뒤 마침내 처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교수님, 이거 AI 책 맞습니까?”
맞다. 틀림없는 AI 책이다. 다만 AI만 들여다본 책이 아닐 뿐이다.
AI를 너무 깊이 들여다본 나머지 그 아래의 반도체를 보고, 전기를 보고, 열을 보고, 물을 보고, 인간을 보고, 생명을 보고, 마침내 우리가 어떤 문명을 만들고 있는지까지 들여다본 책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윤경용다운 AI 책이다.
남들이 AI의 머리를 보고 있을 때 그는 AI의 수도관을 본다. 남들이 모델의 크기를 셀 때 그는 그 모델이 먹는 전기와 식히는 물을 생각한다. 남들이 미래를 예측할 때 그는 묻는다.
“그 미래, 물은 충분합니까?”
우리는 이것을 융합적 사고라고 부를 수도 있고, 통섭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출판사에서는 조금 다르게 부르고 싶다. 남들이 보지 못한 연결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의 아주 유쾌한 집요함. 그리고 바로 그것이 ‘AI도 목이 마르다’를 탄생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지능을 끝까지 따라갔더니, 놀랍게도 가장 오래된 존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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