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죄가 없다!
《80세의 벽》 와다 히데키가 밝히는 마음 노화의 비밀
★ 아마존재팬 1위, 누적 판매 100만 부 작가 최신작 ★
★ 65세 이상 가족을 둔 이들을 위한 필독서 ★
“어머니가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셨어요.”
“남편이 말수가 줄고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
“밤에 부쩍 잠을 못 자겠습니다.”
30여 년간 노인정신의학 진료실을 지켜온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매번 듣는 말들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도쿄대 의대 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연구원,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교 국제 연구원을 거쳐 노인 전문 종합병원 요쿠후카이병원 정신과 전문의로 일해 온 그는, 35년간 6천여 명의 고령자를 진료하며 치매와 노년기 우울증을 감별해왔다. 임상 경험을 담은 《80세의 벽》으로 단일권 판매 80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령자 건강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저자는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에서 본격적으로 ‘마음의 노화’를 다룬다.
노화의 트리거, 우울증
건망증, 무기력, 짜증, 잠 못 이루는 밤. 치매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가족들의 하소연은 늘 비슷하다. 저자는 그때마다 되묻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병원을 찾는 65세 이상 환자 중 상당수가 검사를 해보면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울증과 치매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면, 치매는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우울증은 짧으면 1~2주 사이에도 증상이 한꺼번에 터진다. 또한 치매는 완치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만 우울증은 약물과 관리로 완치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완치 가능한 병을 그냥 두었을 때다. 저자는 노년기 우울증을 ‘노화의 방아쇠’라 부른다. 방치하면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반대로 제대로 알고 치료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방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노화의 경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식욕이 사라져 단백질과 칼슘 섭취가 줄어든다. 그 결과 피부가 처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굽는다. 외모를 가꾸던 사람도 화장과 옷차림에 무심해지면서 겉보기 나이가 빠르게 는다. 둘째,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NK세포는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NK세포의 활성도가 절반으로 낮아지고, 그만큼 감염과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셋째, 대화와 독서 같은 두뇌 활동이 줄어든다. 뇌를 덜 쓰는 상태가 길어지면 실제 치매로 이어질 위험까지 커진다.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고 병으로 알아보는 것이 이 세 갈래 노화를 동시에 멈추는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고령층은 우울한 감정을 몸이 아픈 것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오기까지 내과와 정형외과를 몇 바퀴씩 돌고 나서야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자살률이 9배나 높은 마을
일본 니가타현의 산간 마을 마쓰노야마(현 도카마치시)는 1985년 자살 사망률이 전국 평균의 9배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보건사들은 65세 이상 고령자 전원에게 우울증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이렇게 찾아낸 고위험군을 정신과 치료로 연결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1970~1986년 인구 10만 명당 434.6명이던 자살 사망률은 1987~2000년 96.2명으로 떨어졌다. 신약도 대규모 예산도 없이, 우울증을 조기에 찾아 치료로 이어준 것만으로 이룬 극적인 변화였다.
노인성 우울증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일본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 주요우울장애의 전체 유병률은 3.1%다. 65세 이상만 놓고 보면 5~10%까지 뛴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70대 이상 우울증상 유병률은 5.8%로 전체 평균의 1.7배였다. 홀로 사는 고령층에서는 그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39.9명으로 OECD 평균의 2.5배를 넘는다. 전체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1위다. 마쓰노야마 마을의 변화는 우울증을 우울증으로 알아보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도 우울증의 감별과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행복한 치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 진단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병이 있다. 바로 치매다. 치매와 우울증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그 양태는 매우 비슷해 감별이 어렵다. 저자는 치매는 병식(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자각)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환자 본인은 의외로 평온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5년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편지로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임기 후반부터 이미 건망증 수준의 초기 증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직을 끝까지 마쳤다. 진단 후에도 10년을 더 살았다. 저자는 그래서 치매는 어쩌면 행복한 병이라고 표현했다.
우울증은 다르다. 경증 단계에서부터 “더 살아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늙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잠식된다. 만약 이를 방치하면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화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노인성 우울증의 원인: 세로토닌 부족, 상실감 그리고 여섯 가지 불안
나이가 들수록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이유는 뇌 속 세로토닌 감소, 그리고 은퇴와 배우자와의 사별 같은 상실의 경험이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죽음에 대한 불안, 질병에 대한 불안을 비롯한 여섯 가지 불안까지 더해진다. 생물학적 요인이 크다고 유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 정신의학회 추정 유전 확률은 40%가량이지만, 유전자가 100%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한쪽이 자살했을 때 나머지 한쪽도 자살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 우울증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혹은 유전 때문에 걸리는 병이 아니라 뇌의 문제로 봐야 한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세로토닌 부족이 크게 작용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이 강한 병이지, 결코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 5장. 우울증은 의지가 아닌 뇌의 문제
착각하기 쉬운 감별법, 그리고 3칼럼법
고령자의 약 5%가 우울증을 겪지만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식욕이 없어 살이 빠지고, 밤에 자주 깨고, 의욕 없이 텔레비전만 봐도 ‘나이 탓’으로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복잡한 감별 기준을 독자들을 위해 하나로 제시한다.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 우울증, 서서히 나타나면 치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우울증이 치매처럼 보이는 이 상태를 가성치매(假性癡呆)라 부른다. 우울증을 겪는 고령자의 약 1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병 시점이 뚜렷하고 진행이 급격하다는 점, 우울증이 회복되면 인지 기능도 함께 돌아온다는 점에서 진짜 치매와 구별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우울증으로 착각하기 쉬운 남성 갱년기도 같은 맥락에서 짚는다.
우울증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 치료가 있다. 저자는 노년기 우울증이 세로토닌 부족에서 비롯되는 만큼 항우울제의 효과와 주의점을 최신 의학 정보와 본인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는 인지 치료법을 소개하고 혼자서도 해볼 수 있는 실천법 중 하나로 ‘3칼럼법’을 제시한다. 3칼럼법은 스트레스를 유발한 상황, 그때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을 세 칸에 나눠 적으며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35년, 6천 명을 치료하며 깨달은 마음 관리법
노년기 우울증은 가족의 말 한마디에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말로 “힘내”를 든다. 힘을 낼 수 없게 만드는 병 앞에서 이런 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나도 힘들어”, “계속 늘어져 있으면 더 안 좋아져. 밖에 나가자”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독감에 걸린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이런 말들은 더 깊은 죄책감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대신 “할아버지(할머니)가 살아계신 것만으로 행복해요”처럼 존재 자체에 대한 온기를 전하는 말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나는 귀찮은 존재, 남에게 민폐만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 “병 때문이니 어쩔 수 없지”, “맛있는 것 먹고 푹 쉬게 해드리자”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 8장. 소중한 사람이 노년기 우울증이라면
마지막 장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을 다룬다. 오전 햇빛 쬐기, 하루 3,000보 느긋한 산책, 드라마틱한 영화나 책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법, 지나친 저콜레스테롤 식단을 경계하는 법. 대단한 처방이 아니라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습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몇 주 만에 좋아졌을 환자들이, 몇 년을 나이 탓으로 돌리다 그만큼의 시간과 고통을 더 견뎌야 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그만큼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걱정되는 사람, 스스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와다 히데키의 책은 변화의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나이는 죄가 없다!
《80세의 벽》 와다 히데키가 밝히는 마음 노화의 비밀
★ 아마존재팬 1위, 누적 판매 100만 부 작가 최신작 ★
★ 65세 이상 가족을 둔 이들을 위한 필독서 ★
“어머니가 갑자기 기억력이 떨어지셨어요.”
“남편이 말수가 줄고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
“밤에 부쩍 잠을 못 자겠습니다.”
30여 년간 노인정신의학 진료실을 지켜온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매번 듣는 말들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도쿄대 의대 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연구원,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교 국제 연구원을 거쳐 노인 전문 종합병원 요쿠후카이병원 정신과 전문의로 일해 온 그는, 35년간 6천여 명의 고령자를 진료하며 치매와 노년기 우울증을 감별해왔다. 임상 경험을 담은 《80세의 벽》으로 단일권 판매 80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고령자 건강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저자는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에서 본격적으로 ‘마음의 노화’를 다룬다.
노화의 트리거, 우울증
건망증, 무기력, 짜증, 잠 못 이루는 밤. 치매를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가족들의 하소연은 늘 비슷하다. 저자는 그때마다 되묻는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병원을 찾는 65세 이상 환자 중 상당수가 검사를 해보면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울증과 치매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있다면, 치매는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우울증은 짧으면 1~2주 사이에도 증상이 한꺼번에 터진다. 또한 치매는 완치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만 우울증은 약물과 관리로 완치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완치 가능한 병을 그냥 두었을 때다. 저자는 노년기 우울증을 ‘노화의 방아쇠’라 부른다. 방치하면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반대로 제대로 알고 치료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방치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노화의 경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식욕이 사라져 단백질과 칼슘 섭취가 줄어든다. 그 결과 피부가 처지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며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굽는다. 외모를 가꾸던 사람도 화장과 옷차림에 무심해지면서 겉보기 나이가 빠르게 는다. 둘째,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NK세포는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NK세포의 활성도가 절반으로 낮아지고, 그만큼 감염과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셋째, 대화와 독서 같은 두뇌 활동이 줄어든다. 뇌를 덜 쓰는 상태가 길어지면 실제 치매로 이어질 위험까지 커진다.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고 병으로 알아보는 것이 이 세 갈래 노화를 동시에 멈추는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고령층은 우울한 감정을 몸이 아픈 것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오기까지 내과와 정형외과를 몇 바퀴씩 돌고 나서야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자살률이 9배나 높은 마을
일본 니가타현의 산간 마을 마쓰노야마(현 도카마치시)는 1985년 자살 사망률이 전국 평균의 9배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보건사들은 65세 이상 고령자 전원에게 우울증 자가진단을 실시했다. 이렇게 찾아낸 고위험군을 정신과 치료로 연결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1970~1986년 인구 10만 명당 434.6명이던 자살 사망률은 1987~2000년 96.2명으로 떨어졌다. 신약도 대규모 예산도 없이, 우울증을 조기에 찾아 치료로 이어준 것만으로 이룬 극적인 변화였다.
노인성 우울증은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일본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 주요우울장애의 전체 유병률은 3.1%다. 65세 이상만 놓고 보면 5~10%까지 뛴다.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도 70대 이상 우울증상 유병률은 5.8%로 전체 평균의 1.7배였다. 홀로 사는 고령층에서는 그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39.9명으로 OECD 평균의 2.5배를 넘는다. 전체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1위다. 마쓰노야마 마을의 변화는 우울증을 우울증으로 알아보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도 우울증의 감별과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행복한 치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우울증
노인성 우울증 진단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병이 있다. 바로 치매다. 치매와 우울증은 전혀 다른 병이지만 그 양태는 매우 비슷해 감별이 어렵다. 저자는 치매는 병식(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자각)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환자 본인은 의외로 평온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5년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편지로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임기 후반부터 이미 건망증 수준의 초기 증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직을 끝까지 마쳤다. 진단 후에도 10년을 더 살았다. 저자는 그래서 치매는 어쩌면 행복한 병이라고 표현했다.
우울증은 다르다. 경증 단계에서부터 “더 살아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늙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잠식된다. 만약 이를 방치하면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삶을 스스로 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화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노인성 우울증의 원인: 세로토닌 부족, 상실감 그리고 여섯 가지 불안
나이가 들수록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이유는 뇌 속 세로토닌 감소, 그리고 은퇴와 배우자와의 사별 같은 상실의 경험이 겹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죽음에 대한 불안, 질병에 대한 불안을 비롯한 여섯 가지 불안까지 더해진다. 생물학적 요인이 크다고 유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 정신의학회 추정 유전 확률은 40%가량이지만, 유전자가 100%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한쪽이 자살했을 때 나머지 한쪽도 자살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 우울증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혹은 유전 때문에 걸리는 병이 아니라 뇌의 문제로 봐야 한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세로토닌 부족이 크게 작용한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이 강한 병이지, 결코 의지가 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 5장. 우울증은 의지가 아닌 뇌의 문제
착각하기 쉬운 감별법, 그리고 3칼럼법
고령자의 약 5%가 우울증을 겪지만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식욕이 없어 살이 빠지고, 밤에 자주 깨고, 의욕 없이 텔레비전만 봐도 ‘나이 탓’으로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복잡한 감별 기준을 독자들을 위해 하나로 제시한다.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 우울증, 서서히 나타나면 치매.”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우울증이 치매처럼 보이는 이 상태를 가성치매(假性癡呆)라 부른다. 우울증을 겪는 고령자의 약 1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병 시점이 뚜렷하고 진행이 급격하다는 점, 우울증이 회복되면 인지 기능도 함께 돌아온다는 점에서 진짜 치매와 구별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우울증으로 착각하기 쉬운 남성 갱년기도 같은 맥락에서 짚는다.
우울증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 치료가 있다. 저자는 노년기 우울증이 세로토닌 부족에서 비롯되는 만큼 항우울제의 효과와 주의점을 최신 의학 정보와 본인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는 인지 치료법을 소개하고 혼자서도 해볼 수 있는 실천법 중 하나로 ‘3칼럼법’을 제시한다. 3칼럼법은 스트레스를 유발한 상황, 그때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을 세 칸에 나눠 적으며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35년, 6천 명을 치료하며 깨달은 마음 관리법
노년기 우울증은 가족의 말 한마디에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말로 “힘내”를 든다. 힘을 낼 수 없게 만드는 병 앞에서 이런 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나도 힘들어”, “계속 늘어져 있으면 더 안 좋아져. 밖에 나가자”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독감에 걸린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이런 말들은 더 깊은 죄책감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대신 “할아버지(할머니)가 살아계신 것만으로 행복해요”처럼 존재 자체에 대한 온기를 전하는 말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나는 귀찮은 존재, 남에게 민폐만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 “병 때문이니 어쩔 수 없지”, “맛있는 것 먹고 푹 쉬게 해드리자”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 8장. 소중한 사람이 노년기 우울증이라면
마지막 장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을 다룬다. 오전 햇빛 쬐기, 하루 3,000보 느긋한 산책, 드라마틱한 영화나 책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법, 지나친 저콜레스테롤 식단을 경계하는 법. 대단한 처방이 아니라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습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몇 주 만에 좋아졌을 환자들이, 몇 년을 나이 탓으로 돌리다 그만큼의 시간과 고통을 더 견뎌야 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그만큼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걱정되는 사람, 스스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와다 히데키의 책은 변화의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