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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30824390 |
|---|---|
| 쪽수 | 248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문학
AI추천 이유
문학작품의 기억을 통한 작가의 실천과 치유와 존재의 구현
문학평론가 방승호의 평론집 『기억하지 못한 슬픔』이 푸른사상 평론선 47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기억을 키워드로 김소월, 한용운, 신경림, 허수경, 김남조, 신동엽의 작품들을 읽으며 시인들의 실천적인 시도를 살펴보았다. 이진, 임경숙, 서화성, 최영정, 김민하의 작품을 통해서는 돌봄과 치유의 가치를 다루었다. 박정인, 수피아, 김미순, 전남용, 박계숙, 김정수의 작품들에서 위태로운 존재를 구현하는 시선을 찾아내었다.
방승호 평론집 『기억하지 못한 슬픔』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과거가 된 시인의 시를 다시 읽는 과정에서, 저자는 남겨진 것을 다시 관계 속으로 불러오는 작업을 수행한다. 1부에서는 김소월, 한용운, 신경림의 시를 기억하며 그들의 시를 다시 읽고, 허수경과 김남조 그리고 신동엽 시인의 실천적 시도를 톺아본다. 2부에서는 이진, 임경숙, 서화성, 최영정, 김민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돌봄과 치유의 가치를, 3부에서는 그밖에 위태로운 존재를 구현하는 기억과 시선들을 다뤘다.
특히, 김소월과 한용운, 신경림 등의 시를 다시 읽는 1부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 의미의 잔여를 밝히는 새로운 시도다. 연구와 비평을 넘나드는 작업은 그 자체로 ‘기억의 고아’를 찾기 위한 탈-경계적 형식이 된다. 지나간 일을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추모하고 애도하며 현재에 재생시키고자 시도하는 것, 이 평론집에서 비평은 그러한 작업이 된다. 저자는 기억되지 못한 슬픔은 없으며 기억하지 못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비평을 읽어가며 한국 현대시의 가치와 새로운 의미들을 다시 톺아볼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은 시간의 탓이 아니다. 슬픔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몫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서재에 책이 한 권씩 늘어나고 있다. 어릴 적에는 책이 많아질 때마다 내심 기분이 좋아지고 스스로 무엇이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책이 보일수록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다.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서재에 들여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방이 좁아질수록 소심해지고 세계에 대한 괜한 잣대만 생기는 듯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쓸수록 오히려 나를 둘러싼 세계는 좁아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여전히 책을 곁에 두는 일은 즐겁다. 특히 다른 글을 읽다가 찾은 귀한 문장의 근원이 내 서재에 있을 때, 그 책을 다시 찾아 읽는 일은 무엇보다 의미가 있다. 내가 들인 책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 같아서 새삼 기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평론가로 데뷔한 것은 2022년이니, 비평을 가까이한 지는 기껏 5년이 된 셈이다. 이 책은 연구와 비평을 넘나들며 썼던 글 중에서 이미 과거가 된 시인의 시를 다시 읽는 과정에서 모아진 글이다. 동시대에 대한 비평과 더불어 진행된 이 작업은 무엇보다 귀했다. 동시대 비평이 텍스트가 ‘지금-여기’에 말하고 있는 의미를 밝히는 일이라면, 오래된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것이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러 다시 말해질 수 있는 의미를 밝히는 작업이었다. 말하는 것을 밝히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여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노력의 결과가 이 비천한 글의 의미라면 의미일 테다.
이 책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남겨진 것을 다시 관계 속으로 불러오는 일로서 ‘회억(Eingedenken)’을 가리킨다. 단지 인상과 경험을 간직하는 게 아니라 포기된 과거를 다시 현재에 재생시키는 시도, 이것이 이 글에서 말하는 기억이다. 이 기억의 실천적 방식이 애도가 되고 추모가 된다. 1부는 이러한 기억과 애도, 그리고 추모를 다룬 글이다. 김소월, 한용운, 신경림의 시에 대한 기억이 그들의 시를 다시 읽기 위한 시도였다면, 허수경과 김남조 그리고 신동엽 시인에 관한 글은 그들이 행한 실천적 시도를 톺아보는 작업이었다. 2부는 돌봄과 치유의 가치를, 3부에서는 위태로운 존재를 구현하는 기억과 시선들을 다뤘다.
우리 주변에는 끝내 다시 읽히지 못한 기억이 있다. 기억은 모든 과거를 보존하지 않는다. 단지 기억은 언제나 망각의 영역을 남겨둘 뿐이다. 기억과 망각은 서로를 전제한다. 망각이 도사리기에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인가를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은 망각된다. 슬픔은 정확히 이 부분에서 파생된다. 기억과 망각이 겹쳐지고 갈라지는 부분에서 기억의 고아는 탄생한다. 기억하지만 증언되지 못하고 애도받지 못한 그 경계에서 망각은 발생하고, 다시 기억해야 할 이유 또한 생긴다. 그러므로 우리가 과거를 향해야 하는 이유는 보존을 위함이 아니다. 이 작업은 미처 기억하지 못한 슬픔을 회억하기 위함이며, 지나간 시간이 다시 질문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중략) 폭력은 타자에 의해 영원히 기억되지만, 폭력은 스스로 누군가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폭력은 도리어 누군가의 기억을 지우려 할 뿐이다.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것은 폭력이다. 기억되지 못한 슬픔은 없다. 다만 기억하지 못한 슬픔만이 있을 뿐. 비극은 시간의 탓이 아니다. 슬픔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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