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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종교를 통해 본 노년의 문제(종교문화비평총서14)
- 임현수, 이연승, 최수빈, 셈 베르메르스, 임부연, 장석만, 박규태, 김호덕(엮음)
- 모시는사람들
- 2026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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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6292866 |
|---|---|
| 쪽수 | 608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인문문고
AI추천 이유
초고령사회, 우리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동아시아 종교의 역사에서 다시 묻는 노년의 의미
- 현대사회의 연령차별주의 성찰과 공존공생의 모색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가 되었고, 불과 7년 뒤인 2024년 12월에는 그 비율이 주민등록 인구의 20%에 이르렀다. 고령화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노년을 둘러싼 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후소득과 의료, 돌봄과 복지, 정년과 일자리 문제에서 세대 갈등과 노인 혐오에 이르기까지 노년은 이제 일부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대답해야 할 질문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더 근본적인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늙음을 두려워하는가. 한 인간의 가치는 나이가 들고 생산능력이 줄어들면 함께 감소하는가. 그리고 한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노년 문제는 주로 사회과학·의학·노인복지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다. 물론 초고령사회의 현실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인을 부담이나 결핍, 부양과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노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이 ‘노년 인문학’을 요청하는 이유다. 노년에 대한 태도는 경제적 조건만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사상적·정서적 토대와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시선을 동아시아의 긴 역사로 돌린다.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며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종교와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늙음을 어떻게 이해했고, 노인을 어떻게 대우했는지를 추적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로효친’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식의 단순한 전통 회귀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도 노년은 언제나 존경받기만 했던 것이 아니며, 노인에 대한 권위와 존경, 보호와 배제, 지혜와 쇠약이라는 상반된 시선이 공존했다. 바로 그 복합적인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노년의 이미지 역시 역사적·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제1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담론’은 이러한 인식의 역사를 파고든다. 중국 고대사회에서 노인이 어떻게 권위와 존경의 대상이 되었는지, 황제가 노인에게 하사한 구장(鳩杖)이 어떻게 효와 경로, 덕성과 지혜의 상징으로 발전했는지를 살핀다. 도교의 노화와 장생에 관한 연구에서는 늙음을 무조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보다 신체와 정신, 개인과 사회와 자연의 조화를 추구했던 양생(養生)의 전통을 들여다본다. 일본과 한국의 기로(棄老) 설화에서는 노인을 버리는 이야기에 투영된 두려움과 혐오, 화해의 문제를 추적하며, 조선 유자들의 ‘흰머리’에 대한 성찰에서는 늙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안로(安老)’의 지혜를 발견한다.
제2부 ‘노년 문제에 대한 동아시아 종교의 실천적 대응’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가 실제로 노인을 어떻게 대우하고 돌보았는지를 살펴본다. 중국 고대의 종법과 효의 제도화, 남극노인성 신앙과 의례, 중세 불교의 노승 간병과 양로·임종 시설, 조선의 기로소와 기로연 등을 통해 노년을 둘러싼 제도와 의례, 돌봄의 역사를 탐색한다. 특히 7세기 중국에서 무상원(無常院)과 같은 양로 또는 임종 시설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돌봄 문제를 긴 역사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근대의 자전거와 철도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년의 경험과 세대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거쳐, 오늘날 일본에서 활동하는 ‘임상종교사’가 초고령사회의 돌봄과 죽음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근대사회가 만들어 낸 ‘청년’과 ‘노년’의 대립이다. 빠름과 새로움, 생산성과 발전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청년은 미래와 진보를 상징하고 노년은 낡음과 쇠퇴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식은 어느새 늙음 그 자체를 부끄럽거나 피하고 싶은 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노년에 대한 차별은 다른 차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젊은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 오늘 누군가에게 가한 연령에 따른 배제는 미래의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표현대로 그것은 결국 “자학의 폐쇄회로”가 된다.
그래서 초고령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을 무엇으로 평가하는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 인간도 이전과 똑같이 존엄한가, 늙음과 쇠약과 의존을 인간다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이 그 뒤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전통에서 오늘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한때 노인이 장수와 지혜, 덕성과 권위의 상징이었고,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늙은이를 돌보는 여러 제도와 실천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전통 안에도 계층에 따른 차별과 노인에 대한 두려움, 배제의 역사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옛날에는 노인을 공경했다’는 낭만적인 기억이 아니라, 노년을 바라보는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역사적 가능성이다.
초고령사회는 노인이 많아진 사회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구나 이전보다 긴 노년을 살아가게 된 사회이다. 따라서 노년의 문제를 묻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미래를 묻는 일이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 그리고 늙어 가는 사람들과 어떤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 동아시아의 종교와 문화가 축적해 온 노년에 관한 사유와 실천을 다시 읽는 이 책은, 바로 그 오래되었지만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질문을 오늘의 독자 앞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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