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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65643227 |
|---|---|
| 쪽수 | 1,328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양장 |
- 예술 > 연극/영화
AI추천 이유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 공포물 비평서의 고전이 되다
영화계에는 신경증적인 인물들이 넘쳐나지만, 스크린에서 미쳐가는 여성의 모습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드물다. 그리고 공포라는 장르는 이러한 과장된 연기를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이다. 심각한 편집증, 절망적인 고독, 가학적인 죽음의 욕망, 위험한 강박, 종말론적 히스테리 등이 그 예이다. 남성 신경증 환자, 즉 ‘괴짜’와는 달리 여성 신경증 환자는 수치심에 갇힌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영화들은 그의 파괴적인 감정이 마음껏 표출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 된다.
카를로스 아우레드의 영화 〈부서진 인형의 푸른 눈〉(1973)의 미국판 제목에서 따온 「미친 여자들의 집」은 1940년대에서 2020년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타임머신을 타듯 영화사를 종횡무진하며 ‘미친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은이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종합적인 책을 지향하지 않는다. 어떤 영화는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내용을 소개하고 분석하며, 심지어 ‘공포/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와 여성’이라는 책의 기본 틀에 딱 들어맞지 않는 영화이더라도 지은이가 특별히 좋아해서 집어넣기도 한다. 어떤 영화, 배우는 지은이의 무자비한 혹평으로 난도질당하고, 형편없는 B급 영화라면서도 배우의 열연만은 칭찬한다. 이런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입담은 영화 속에 드러나는 여성의 신경증에 관한 사회문화적 고찰뿐 아니라 내밀한 자기 고백과 이어진다.
영화와 개인 서사의 이음매 없는 교차 편집
이 책에서 지은이는 대담하고 개인적인 자전적 시각을 통해 ‘미친 여자’들을 탐구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화와 기억들이 영화사, 비평, 잡다한 정보, 직설적인 이미지와 얽히면서 스크린 안팎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광기에 대한 고찰을 끌어낸다. 지은이는 진지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인물과 사건을 분석하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불화, 자해, 일탈과 비행, 영화 마니아의 일대기로 빠지고, 그러다 천연덕스럽게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곤 한다. 이 흐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영화적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을 ‘이음매 없는 교차 편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이러한 글쓰기 방식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공포 영화 비평서가 아니라 독특한 창작물이 된다.
옮긴이의 표현에 따르면, 지은이에게 영화는 마치 하나의 명상과도 같다. 지은이는 거리감을 두고 외부에서 예술 작품을 관찰하는 비평가의 태도를 취하는 대신, 마치 거울을 볼 때처럼 예술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보곤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작가가 재현을 재현으로서 분석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을 자신의 현실과 엮어낸다는 사실로 인해 책에는 때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1303쪽). 갈피를 잡을 수 없고 다소 불편하다 싶기까지 한 이 자전적 서술은 책의 마지막, 지은이의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일단락되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드러낸다. 타자화된 여성 인물들을 누구보다 내밀한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그의 시도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놀라운 이야기, 묵직한 분량에 어울리는 풍성한 볼거리
지은이는 어머니가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했던 경험에서 시작해, 유령으로 표현된 트라우마의 방문을 받는 여성들,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들, 역기능적인 가족 역학에 휘말린 여성들,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 환상 속으로 도피하는 여성들, 아버지 같은 인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지나, 다시 강간 리벤지라는 주제로 돌아온다. 광기에 찬 이 여성들에게서 완벽히 거리감을 둘 수만은 없는 지은이의 시선이 개입하면서 인물들에게는 새로운 층위가 부여되고, 작가 자신의 삶 또한 새로운 입체감을 획득한다. 그런 면에서 재니스의 글은 예술에 대한 코멘터리나 각주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 정점을 보여준다. 출간 이후 많은 이들로부터 “유일무이하다”는 평가를 받은 「미친 여자들의 집」은 잊혀진 많은 영화들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했으며, “미친 여자들의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화 하위 장르로 자리 잡았다.
1,328쪽에 달하는 이 책은 47쪽 분량의 풀컬러 섹션(포스터와 스틸컷 등 88장)을 비롯해 640여 장에 달하는 희귀한 스틸컷, 포스터, 전단지, 아트워크와 가족 사진 및 소품들이 어우러져 감각을 자극하는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본문과 거의 같은 분량의 부록에는 본문에서 언급한 영화를 포함해 300편이 넘는 영화의 기본 정보와 비평을 실었다. 유명 작품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필모그래피 중에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나비〉, 〈나쁜 남자〉, 〈4인용 식탁〉, 〈섬〉 등 한국 영화도 담겨 있다. 오혜진 디자이너가 공들여 꾸민 책 배 부분의 오싹한 아트워크도 이 책의 관람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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